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허만섭 기자의 아규먼트

한류 드라마의 문화제국주의

  • 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

한류 드라마의 문화제국주의

2/2
한류 드라마의 문화제국주의

드라마 ‘겨울연가’

킬러드라마(Killer Drama)

아시아의 드라마 시청자는 한류 드라마를 자국 드라마와 미국 드라마에 이은 제3의 영상 콘텐츠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제 아시아 국가가 생산하는 드라마 중 한류 드라마와 경쟁상대가 되는 건 일본 드라마와 터키 드라마 정도다. 그러나 드라마의 질적 완성도만 놓고 봤을 때 한류 드라마가 가장 뛰어나다고 한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2005년 11월14일 ‘한국의 재창조’ 커버스토리에서 한국에 대해 미디어, 오락, 스포츠, 의학에서 앞서나가고 있다고 했다. 미국도 한국 미디어산업에 대해 경계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케이시(Casey 2008)에 따르면 문화제국주의는 우월한 힘을 가진 국가가 상대 국가에 자국의 언어, 이념, 가치, 습관, 소비문화를 확산시키는 행위다. 이에 따라 상대국의 토착문화는 변형된다. 최근에는 신(新)문화제국주의가 등장했다. 신문화제국주의는 문화적 지배에도 주목하지만 마케팅 등 이윤추구에 보다 적극적이다.

실제로 한류 드라마의 확산은 한국어의 파워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 중화권을 제외한 나라에서 자국어 더빙이 아닌 자막처리로 한류 드라마를 방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드라마 주인공인 한류 스타의 육성을 직접 듣고 싶어하는 시청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류 드라마는 논쟁적 요소를 함께 부각시키고 있다. 한류 드라마의 문화제국주의적 갈등은 정부 단위에서 제기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가장 민감한 편이다.



TV드라마 수출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한류 드라마가 문화침탈 속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한류 드라마의 중국 내 유입을 억제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모든 해외 영상물의 중국 내 방영허가권을 갖고 있는 중국 광전청은 2006년부터 한류 드라마에 대한 방영허가를 대폭 줄였다. 2005년 중국의 전국 단위 TV와 성(省)단위 TV에서 방영된 한류 드라마는 29편이었으나 2008년에는 15편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중국의 한류 드라마 차단

중국은 한국과 인접해 있고 문화적 유사성이 많다. 한류 드라마는 중국에 직접적이고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게 되고 중국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동화도 쉽게 일어날 수 있다. 중국 당국은 이 점을 우려하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이 역사적 사실을 공유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는 점도 문화제국주의적 갈등을 불러왔다. 고구려-당나라 전쟁을 극화한 SBS TV 드라마 ‘연개소문’이 당나라 황제가 고구려군의 화살에 맞아 실명(失明)하는 장면을 방영하자 중국 측은 반발했다. MBC TV 드라마 ‘주몽’도 한나라에 대한 묘사가 부정적이었다는 이유로 중국 측의 불만을 샀다. SBS TV 드라마 ‘카인과 아벨’은 중국의 공안(公安)이 고문을 하는 장면을 방영했다 역시 중국 언론의 비판을 받았다.

같은 중화권인 대만 정부도 한류 드라마에 경계심을 갖고 있다. 대만 정부는 중국 정부처럼 노골적으로 한류 드라마를 억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대만 정부는 대만-중국 합작 드라마 제작에 정부 지원금을 대폭 지원하는 방식으로 한류 드라마로부터 자국 드라마산업을 보호하려 한다. 한류 드라마에 대해 중국 정부는 문화 종속이라는 전통적 의미의 문화제국주의를 경계한 반면 대만 정부는 산업적 측면을 중시하는 신문화제국주의 측면에서 방어하고 있다.

반면 일본, 동남아시아에서 한류 드라마에 대한 경계는 심하지 않다. 중국은 한국과 지리적 인종적 문화적으로 근접성이 높고 대중문화자본력 불균형성이 높다. 이럴 때 한류 문화제국주의에 대한 경계심은 가장 높아진다. 반면 일본은 한국과의 대중문화자본력 불균형성이 낮다. 동남아시아는 한국과의 지리적 인종적 문화적 근접성이 낮다.

탄탄한 스토리, 아름다운 영상, 걸출한 스타는 한류 드라마의 문화자본으로서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준다. 동양적 정서의 존중은 아시아 시청자에게 편안함을 주었다. 그러나 한류 드라마의 문화제국주의에 대한 우려는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김승수씨의 2008년 연구에 따르면 한국과 브라질은 독자적 미디어산업을 구축해 미국의 일방적인 침략에 대응하는 한편 주변국을 상대로 문화적 영향력을 확보함으로써 이른바 ‘하위 문화제국주의’를 형성했다.

한류 드라마는 한국어, 한국 체제, 한국 이데올로기, 한국 전통, 한국 소비문화를 외국 시청자의 의식 속으로 투여하고 동화되도록 한다. 한류 드라마는 본질적으로 기존 전통의식체계로의 ‘침투’와 한국 스타일로의 ‘대체’를 지향한다. 한국적인 것이 더 선진적인 것이라는 가치체계의 변형, 한국적인 것에 대한 익숙함이라는 문화체계의 변형을 시도하게 된다. 이는 한류 스타의 언행에 의해, 멋있는 영상에 의해, 잘 짜인 스토리에 의해 수행된다.

자본주의 ‘판타지’

한류 드라마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속성은 한국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판타지’를 제시하는 점이다. 세계의 중심은 상류 자산가이고 주인공은 궁극적으로는 그 체제와 화해하고 순응한다. 사회의 모순, 구조적 갈등은 인간 감성에 의해 은폐된다. 한류 드라마처럼 비현실에 리얼리티를 불어넣는 콘텐츠도 드물다. 심지어 한류 드라마의 이야기 구조는 미국 드라마의 그것보다 더 보수적이고 체제 순응적이다.

또한 대부분의 한류 드라마는 ‘애국애족’ 이념을 스토리의 근저에 두고 있다. 모든 장면, 모든 이야기는 국가체제, 전통문화, 가족, 사회적 관습에 닫혀 있다. 중화권이 이미 한류 드라마의 문화제국주의를 의심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본다.

한국 정부는 지난 3년간 한류 드라마를 수입하는 아시아 국가들과 공동으로, 두 나라의 역사적 우호관계를 주제로 하는 TV다큐멘터리 26편을 제작해 두 나라의 공중파TV에서 동시에 방영하고 있다. 한류 콘텐츠와 관련된 이들 국가의 거부감을 상쇄하기 위한 대응이다.

드라마는 산업이자 사상이다. 한국의 TV 드라마 제작자들은 아시아의 시청자에게 제국주의를 넘어서는 더 나은 가치를 제시해야 한다. 한류 드라마는 미국 드라마가 이미 탈자본주의, 탈국가주의를 실험하고 있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신동아 2009년 10월호

2/2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목록 닫기

한류 드라마의 문화제국주의

댓글 창 닫기

2019/09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