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호

‘인강’최고 스타강사 ‘삽자루’

“수험생의‘수학포기증’치료로 한 해 90억 매출 올린다”

  • 공종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kong@donga.com│

    입력2009-10-27 11: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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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를 찾아 나선 것은 대입수험생 학부모인 지인으로부터 ‘수포자의 구세주’로 유명한 ‘인강’이 있다는 말을 듣고 난 뒤였다. 참고로 ‘인강’은 요즘 아이들이 인터넷 강의를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수포자’는 ‘수학을 포기한 자’의 약자라고 했다. 그는 학생 사이엔 ‘삽자루’로 통한다고 했다. 삽자루가 수포자의 구세주라고? 궁금했다. 그를 찾아 나섰다.
    ‘인강’최고 스타강사 ‘삽자루’
    10월9일 노량진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가보는 노량진 풍경은 여전히 분주했고 정겨웠다. ○○학원, 경찰시험 전문학원 등 각종 학원 간판이 거리를 덮었다. 학원생을 상대로 하는 포장마차, 식당 등이 골목마다 꽉 차 있었다. 비타에듀 단과학원 208호실. 삽자루가 강의를 하고 있는 곳이다.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150명 정도의 학생을 앞에 두고 안경을 낀 사내가 강의를 하고 있었다.

    이날 강의는 ‘수리 나형’ 파이널 모의고사 풀이시간이었다. 이 강의는 EBS 방송용으로 제작되고 있어 방송 카메라가 그의 일거수일투족, 그의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고 녹화하고 있었다.

    기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주도한 과외금지조치 세대여서 중고교에 다니는 동안 학원을 다닌 적이 한 번도 없다. 재수한 적도 없어 학원에 다닐 기회가 없었다. 사실 이날 처음 단과학원에 가봤다. 커다란 강의실에, 프로젝터가 모의고사 문제를 칠판에 비추면 그 위에 문제를 풀면서 강의하는 방식이었다.

    삽자루가 행렬 문제를 풀고 있었다. ‘수리 나형’은 문과생이 보는 수리영역 시험이다. 필자도 문과 출신이지만 이날 나온 문제를 풀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삽자루가 문제풀이를 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기자는 고교 재학 시절 수학을 썩 못한 편은 아니었지만 칠판 위의 숫자는 이미 내게는 ‘암호’였다. 갑자기 ‘수포자’의 심정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수포자. 과거에도 많았고, 지금도 여전히 많다. 따라서 대입이 수리영역에서 결판이 난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삽자루 강의는 뭐가 다른 것일까.

    문제를 풀다가 삽자루가 갑자기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잔머리만 졸라게 굴지 말구. 언더스탠드?”

    강의실에 갑자기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

    “이 문제는 4a의 역행렬을 구하라는 문제야. 이해가 되냐. a찌글이.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게 뭐야. 2차가 나왔어. 역행렬 곱하기 찌그리, 칙칙칙….”

    필자는 이해를 하지 못하는데 학생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강의를 따라가고 있었다. 이제는 삽자루가 고음의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때는 무조건 표를 만들어 문제를 푸는 게 장땡이야.”

    확률에서 대학입학 방법으로 수시와 정시를 예로 들어 설명한 문제가 나오자 그는 갑자기 엉뚱한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요즘 수시로 대학 가는 애들이 많아. 올해도 가고 내년에도 가고 도중에 학교 때려치우고, 군대 제대한 뒤 4년 만에 나타나서 뒤늦게 서울대학 가겠다고 하는 놈들도 있어.”

    강의실에 폭소가 터졌다. 통상적인, 그래서 따분한 수학 강의가 아니라 세밀한 콘티를 갖고 연출한 한 편의 잘 만든 영화, 혹은 요즘 코미디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잘나간다는 KBS TV의 ‘개그콘서트’를 시청한 느낌이었다. 도대체 이 사내가 어떤 마력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

    본명보다 더 유명한 ‘삽자루 샘’

    이런 의문점을 안고 그가 강의하는 노량진 비타에듀 단과학원 208호 강의실에서 그를 따로 만났다.

    우형철. 삽자루의 본명이란다. 나이는 46세. 그에게 ‘삽자루’라는 별명을 쓰는 이유를 물었다.

    “학원강사는 학생들의 성적을 높여 학생들이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합격하도록 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입니다. 그런데 과거 나에게 찾아온 학생들은 고교입시(당시에는 고교입시가 있었다)에 떨어진 재수생이었어요. 진짜로 말썽꾼이었어요. 달래서는 안 돼요. 그래서 실제로 아이들을 많이 때렸어요. 체벌이라기보다는 사랑의 매입니다. 나는 경마장 이야기를 자주 예로 듭니다. 과천경마장에서 15마리의 말이 뛰고 있는데 항상 꼴등을 하는 말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나는 꼴등 말 위에 탄 기수예요. 올라타니깐 허벅지도 튼튼하고 충분히 잘 뛸 수 있는 말이야. 그런데 자신감이 없는 말인 거야. 그래서 일단 채찍을 때렸더니 15마리 중 13등을 했네. 그래서 더 때렸더니 11등까지 갔어. 그런데 그 뒤로는 때려도 안 뛰어. 이제 필요한 것은 당근이야. 9등 정도 하면 입에 당근을 넣어줘요. 말은 이제 당근을 먹어보려고 미친 듯이 뛰어. 7등까지 했어. 4등까지는 당근으로 할 수가 있어요. 그런데 이제부터는 당근도 건초와 별로 차이가 없게 느껴지는 거야.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비전입니다. ‘너 관중의 환호가 들리지 않아? 세 필만 제치면 환호가 너의 것이야. 너 믿니?’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꼴등에게 처음부터 비전은 무리입니다. 채찍과 당근으로 먼저 능력을 만들어준 다음 비전을 갖게 해줘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채찍을 든 겁니다. 처음에는 목검으로 때렸어요. 목검의 문제는 단위면적당 가해지는 힘이 커져서 아프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소리가 나지 않아 맞는 아이는 아프지만 채찍을 맞기 위해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에겐 공포감이 조성이 안 돼요. 그러던 차에 목검으로 학생을 때리다가 고소를 당했어요. 경찰서에서 목검을 압수당했고, 고소취하 조건으로 앞으로 목검으로 학생을 때리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때 삽자루가 떠올랐습니다. 닿는 면적이 넓어서 덜 아픈 반면 엄청난 소리가 나기 때문에 공포감을 조성하는 데 최고입니다. 그때 얻은 별명이 삽자루입니다. 학생들이 지어준 이름이에요. 남들은 무식하다고 하지만, 저는 제 이름보다도 이게 더 좋아요. 그래서 학원에서 한 번도 제 이름을 쓴 적이 없어요. 삽자루로 더 많이 알려졌습니다.”

    학원강사를 오래 해서 그런지 답변에 거침이 없다. 목청도 컸다.

    ‘인강’최고 스타강사 ‘삽자루’
    성실한 학생에게 노트북 당근

    ▼ 지금도 삽자루를 사용하나요.

    “지금은 제가 단과반을 하기 때문에 삽자루를 사용하지는 않아요. 단과반은 제 수업을 들으려는 학생들이 오기 때문에 집중도가 높고, 수업시간 중에 조는 아이도 거의 없어요. 저는 대신 당근은 꼭 사용합니다. 개강할 때부터 종강할 때까지 하루도 결석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숙제 노트를 빼먹지 않은 학생에게 노트북 컴퓨터를 상품으로 줍니다. 한 반에 150명쯤 되는데, 숙제를 빠지지 않고 해오는 학생이 70명쯤 됩니다. 이들 중에서 사다리를 타게 해서 3명을 추첨해 정말로 노트북을 줍니다. 그러면 학생들이 노트북을 받아보겠다고 다음달부터 미친 듯이 합니다.”

    ▼ 대학 때 수학을 전공했나요. 수학강사로 들어선 계기는 뭔가요.

    “저는 서울대 공대 자원공학과를 졸업했어요. 재수한 84학번입니다. 군에서 제대하고 복학해 대학 3학년 때 결혼을 했어요. 그래서 먹고살아야 했기 때문에 과외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배우겠다는 학생이 몰려드는지…. 처음에는 방 두 칸짜리를 얻어 하나에서 살림을 했고 다른 방에서 그룹과외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학생이 더 늘어나 방 세 칸짜리로 옮겼어요. 석 달이 지난 뒤 학생이 더 늘어나 아예 학원을 냈습니다. 당시 과외금지 조치로 고교 교과 과정을 가르치는 것은 불법이었지만 속셈학원을 내서 편법으로 학생들을 가르쳤어요. 그런데 학생이 너무 많이 오는 거예요. 정말 미친 듯이 일을 했어요. 오전 7시부터 새벽 1시반까지 학원을 떠나지 않았어요. 일요일도, 추석도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제가 열심히 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당시 딴 짓 하는 아이들에 대해 매를 많이 들었지만 학생들이 이의를 제기 못했습니다. 나에게 세뇌를 당한 거예요. 채찍과 당근을 적절히 사용하면서 열심히 가르치자 학생이 무지하게 많이 왔어요. 학생이 너무 많이 오다보니 투서가 들어가 결국 단속에 걸려 속셈학원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정식으로 입시학원을 냈어요. 28세 때 저는 입시학원 원장이었어요. 그때 사실상 대학 수업은 작파했는데 지도교수가 전화를 걸어와 ‘대학은 졸업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설득했습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에 석탄과 석유가 없는데, 저희 과(자원공학과)는 시대에 뒤떨어진 것 아니냐’고 대답하기도 했습니다. 어찌 됐건 어렵게 대학을 졸업했어요. 15년 동안 학생들과 학원에서 보낸 게 제 인생입니다. 제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은 학교에 최루탄이 끊이질 않았어요. 그 어려울 때 저는 데모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시대정신이 없는 사람입니다. 한마디로 한심한 놈이지요. 그래도 창피하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만약에 죽어서 베드로 성자 앞에 가더라도 할 말이 있습니다. ‘당대의 젊은이는 조국 민주화를 위해 싸웠지만, 나는 그 사이에 대한민국 동량을 가르쳤다. 그것도 능력 있는 아이가 아니고, 인생을 포기한 아이에게 꿈과 희망을 줬다. 많은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키는 일을 했다’고 말할 수 있어요.”

    ‘OTL’을 아시나요

    ▼ 인터넷강의(인강)의 장점은 뭔가요.

    “많지요. 우선 동영상은 사교육비 줄일 수 있어서 좋아요. 과거 경찰대 입시에서는 공부를 잘하는 지방출신 학생이 정보력 부족으로 실패한 사례가 많아요. 반면 서울 대치동에 있는 경찰대 전문학원은 수많은 정보가 축적돼 있어서 여기에서 공부한 서울 학생이 유리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수능에서도 대치동과 중계동 등에서 고액 학원 강의가 성행했고 상대적으로 지방학생은 박탈감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인강은 이런 장애를 없애줍니다. 장소와 시간에 구애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인강에서 유명한 강사는 대체로 제대로 된 교재 연구를 통해 좋은 강의를 합니다. 이제 인터넷 회선이 통하는 곳에선 평등하게 기회가 주어집니다. 결국 인강으로 사교육 비용이 줄었고, 사교육이 균등하게 제공되는 상황이 온 것입니다. 그런데 정책입안자는 이런 점을 잘 몰라요.”

    ▼ 강의 내용을 들어보면 ‘시팔’ 등 비속어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강의를 듣는 학생이자 인강의 고객이기도 한 학생과 공감대를 유지하기 위해서인가요.

    “제가 4,5년 전에 옥주현씨가 진행하는 ‘별이 빛나는 밤에’에 출연한 적이 있어요. 그때 제가 ‘안습’이라는 말을 쓴 적이 있어요. 이 말은 ‘안구에 습기가 찼다’는 말인데, 애들이 쓰는 말입니다. 그런데 애들이 시쳇말로 뒤집어졌어요. 삽자루가 ‘안습’이란 말을 알고 있다는 점에 대해 그렇게 좋아했어요. 어른들이 보기에는 뭣할지 모르지만 그게 요즘 언어현상입니다. 그네들의 언어를 알아야 해요. ‘OTL’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나요. 사람이 무릎 꿇고 있는 모습이에요. 이처럼 독창적인 말이 많아요. 그들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은 덜하지만 전에는 보통 하루에 3,4시간씩 인터넷을 검색하면서 그들이 쓴 글을 봤어요. 애들의 생각을 알아야 합니다. 또 수리영역 다른 선생님들은 어떤 평가를 받는지도 알아야 해요. 학생들이 수리영역 전문가는 아니지만 강의를 잘하는 강사는 기가 막히게 알아요. 또 내 강의에 대한 그들의 불만을 알아야 그런 점을 수업시간에 녹여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어릴 때부터 욕을 많이 했어요. 수업을 하다보면 미친 듯이 몰입합니다. 그러다보면 막 욕이 나와요. 요즘은 학생들이 PMP로 인강을 많이 보지만, 전에는 학원이 끝나고 난 뒤 집에서 데스크톱 컴퓨터로 많이 봤어요. 그때 강의가 차분하면 아이들이 졸아요. 그래서 욕도 하고 그랬습니다. 교육 측면에서 좋지 않다고 할 수도 있지만, 저희 목표는 전인교육이 아닌 실력을 높이는 것이기 때문에 이해해줄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학생들이 모멸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일종의 의사소통 방식이라고 봐야 합니다.”

    ▼ 인강 수리영역 부분에서 국내 1등이라고 자신할 수 있나요.

    “지난해에는 제가 분명히 1등이었습니다. 그래서 인강 절대강자인 메가스터디에서는 ‘비타에듀에서 강의하는 강사에게 1등을 빼앗겼다’며 자존심이 상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올해에는 수리영역에선 무조건 우리가 1등해야 한다고 전의를 다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올해에는 메가스터디 신승범 선생님과 매달 왔다 갔다 하며 경쟁하는 상황입니다. 올해가 지나봐야 알 수 있겠지요.”

    ▼ 수입은 정확히 얼마나 되나요.

    “오늘까지 강좌매출이 59억원, 교재매출이 12억원이었습니다. 그러면 12월까지는 강좌 매출이 74억 혹은 75억원, 그리고 교재매출이 16억 혹은 17억원 정도가 될 겁니다. 매출액 기준으론 총 90억원 정도가 되겠네요. 그런데 강좌매출은 절반이 제 수입으로 잡힙니다. 메가스터디 소속 강사의 경우 강사가 가져가는 비율이 23%인 점을 감안하면 제가 받는 50%는 그 두 배가 넘습니다. 교재매출은 100% 제 수입이지만 원가가 있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제게 떨어지는 순수익은 48억원이 예상됩니다. 그런데 저를 도와주는 직원 인건비가 한달에 8000만~9000만원이니깐, 1년에 10억원이 넘습니다. 그렇다면 1년 동안 제가 가져가는 돈은 35억원이 되는데 세금이 35% 되니까, 그러면 1년에 10억원 정도를 세금으로 납부합니다. 결국 세금, 비용 등을 제외하고 제가 순수하게 인마이포켓하는 게 25억원 정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강의는 강의료가 한 달에 700만원 정도인데 남는 게 없어요. 매달 노트북 3대를 학생들에게 뿌리고, 아이들 밥 사먹이고, 기름값 등을 고려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아요. 그래도 저는 애들이 고마울 뿐이지요. 스튜디오에서 애들 없이 녹화하면 그 표정을 못 봐요. 오프라인에서 강의한 것을 녹화하면 쌍방향이 가능해요. 온라인 업계에선 제가 돈을 제일 많이 번다고 자부합니다. 다른 인강 스타강사들은 매출을 까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매출정산을 깔 수 있어요.”

    1등이 싹쓸이하는 인강시장

    ▼ 왜 삽자루 강의가 인터넷에서 떴다고 보나요. 1등이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요. 경쟁력의 비결은 뭔가요.

    “어떤 사람은 그래요. ‘삽자루 수업은 자극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기 때문에 재미가 있다. 그래서 많은 학생이 신청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아이들은 정직합니다. 자신의 성적을 높여주지 않으면 절대 수업을 듣지 않아요. 그것도 오랜 시간이 아닌, 짧은 시간에 걸쳐 성적을 높여줘야 봅니다. 그런데 강의를 통해 점수를 높여주기 위해선 수학능력시험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통해 출제자의 의도를 알아야 합니다. 교재 연구가 필수적입니다. 교재 연구를 열심히 하면 어떤 문제에 대해 5등급 학생은 어떤 오답을 선택하고, 2등급 학생은 어떤 오답을 선택하는지가 정확히 나옵니다. 강의 도중 학생이 선택한 오답을 통해 학생의 수리영역 등급을 맞추면 나를 무당처럼 바라봅니다. 따라서 수업시간에 출제자의 의도, 수리영역 실력에 따른 부족한 점, 그리고 문제를 풀기 위한 대안을 정확히 알려줘야 합니다. 많은 강사가 하는 실수 중의 하나는 너무 많은 것을 가르친다는 점입니다. 시험에 나오지 않은 것까지 가르칩니다. 반면 저는 수학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고, 수리영역 시험에 나오는 것만을 가르칩니다. 저는 원래 학원에서 꼴통을 많이 가르친 경험이 있어 수리영역 하위권 학생들의 처지를 잘 이해합니다. 수능이 요구하는 것은 문제해결 능력입니다. 주입식으로 암기해 공부해서는 문제를 풀 수가 없어요. 3,4개월만 열심히 하면 문제해결 능력을 충분히 배양시킬 수 있어요.”

    ▼ 요즘 학원 스타강사는 인강 강사가 장악하는 분위기입니다.

    “인터넷강의가 활성화되기 전에는 단과학원에서 한 강사가 보통 한 반에 300~400명씩 해서 하루에 6,7타임을 가르쳤어요. 그때는 1타(대표강사)가 우선 3000명을 마감시킵니다. 그러면 2타가 1시간 후에 역시 3000명을 마감시키고, 5시간 후에 3타, 하루가 지나면 4타, 개강할 때에는 7타도 마감을 시킵니다. 그때 7타 강사도 ‘너도 마감강사, 나도 마감강사’라고 생각했고 1타와 7타 간에 수입에서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온라인에선 1타가 다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그렇게 되면 7타는 마감이 되지 않는 거지요. 지금은 한마디로 승자독식, ‘위너 테이크스 올(winner- takes-all)’입니다. 기존 오프라인 대강사의 경우 1타 강사는 수입을 많이 올리기 위해 많을 때에는 하루 10타임까지 가르쳤어요. 그러다보니 교재 연구할 시간이 없었고 지난해 가르친 것을 그대로 가르쳤어요. 그런데 2003년말에 교육과정이 6차에서 7차로 바뀌면서 문제스타일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노량진에서 수천명의 학생을 끌고 다니던 강사가 날아간 이유는 시험에 뭐가 나올 줄 몰랐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교재 연구할 시간이 없었고, 시대가 바뀌었는데 과거의 교재로 가르쳤어요. 기존의 오프라인 대강사가 다 날아갔고, 온라인 강사가 부상했습니다. 사실 저는 인강에선 원로급입니다. 저보다 나이 많은 강사가 딱 2명이에요. 제가 ‘늙은이’ 인데도 살아남은 이유는 교재 연구를 많이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온라인에 포인트를 맞추고 수업을 2,3개만 한 뒤 남은 시간 교재 연구를 하고, 컨디션을 최상으로 만들어 수업을 합니다.”

    ▼ 지금도 교재 연구를 해야 하나요.

    “그럼요. 왜냐하면 교수님들이 문제를 계속 발전시키기 때문이에요. 7차 교육과정의 특징은 한 단원에서 어려운 문제를 내는 대신 여러 단원에 걸쳐있는 복합적인 문제를 냅니다. 사실 현대사회가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교재 연구를 하지 않고 강의하면 애들이 금방 알아차립니다. 얘들은 인터넷에 정확한 강의평가를 합니다. 절대 과대포장이 없어요.”

    오프라인 학원은 사양산업

    ▼ 요즘 인터넷이 새로운 매체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쇼핑, 미디어 등 모든 산업이 인터넷으로 수렴되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성공한 강사로서, 인터넷이란 매체에서 성공하려면 어떤 점에 주목해야 하나요. 인터넷 강의와 오프라인 강의의 차이는 뭔가요.

    “인터넷은 트렌드가 금방 바뀝니다. 수명이 ‘충분히’ 짧습니다. 그런데 경쟁자는 무한해요. 진입장벽은 낮아졌는데, 진짜 진입장벽은 매우 높아요. 그래서 젊은 강사가 자력으로 성공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반짝하다가 확실하게 자리 잡지 못하면 금방 사라집니다. 이제 오프라인 학원산업은 사양산업입니다. 정부규제가 많고 시장 진입자도 많아요. 몇 년 전 외국인 투자자본을 들여와 학원사업을 시작했던 사람들이 대부분 살아남지 못했어요. 온라인 학원산업은 오프라인 학원을 완전히 대치하지는 못하겠지만 상당 부분 잠식할 것입니다. 온라인에선 실력 있는 강사 확보가 가장 중요합니다. 과거에 노량진 인기 강사가 중계동에 가면 학생들이 따라가지 못했지만 온라인에선 인터넷 주소만 치면 강사를 따라갈 수 있어요. 요즘 학원강사는 압정구조라고 보면 돼요. 밑에 강사가 수십만명이 있는데, 꼭대기에 올라간 강사만 살아남아요. 그래서 경쟁이 너무 치열해요. 저는 요즘도 매일 30문제를 풀어요. 그리고 70분 수업 두 개를 준비하기 위해선 매일 4시간씩 강의 준비를 해요.”

    ▼ 매일 4시간씩 교재 연구를 하는 게 지겹지 않나요.

    “미치겠어요!!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만두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에요. 올해도 9월까지만 하고 쉬려고 했는데 이번에 EBS에서 모의고사 3회차 방송을 하게 되면서 결국 현장 강의를 위해 10월에도 강의를 하게 됐어요. 저는 보통 때에는 12개월 중 7개월만 수업을 합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너는 2시간 수업하고, 수업 중간 쉬는 시간 1시간, 교재 연구에 4시간 해서 하루에 7시간 일하는데 쉬운 것 아니냐’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노동 강도가 달라요.”

    ▼ 그래도 매일 하다보면 쉽게 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저야 쉽게 문제를 풀 수 있지요. 문제는 학생들에게 쉽게 풀 수 있는 능력을 가르쳐야 한다는 점이에요. 출제자의 의도를 설명해야 하고, 전문용어로 ‘노가리’라고 하는데 어떻게 노가리를 짜야 할지, 어떻게 학생들의 용기를 북돋워줄 것인지 만날 이런 것을 짜야 해요.”

    ▼ 혹시 풀지 못하는 문제는 없나요.

    “있지요. 그런데 그것은 잘못 만든 문제입니다. 그런 문제가 실제로 많아요. (교육)평가원 문제는 잘못 만든 문제가 없어요. 저는 강의용으로 한 문제당 20만원을 주고 문제를 사옵니다. 오늘도 25문제를 풀었는데 이 중 3개가 사실은 틀린 문제입니다. 강사들이 어떤 것을 제일 어려워하는지 아세요. 평가원 모의고사예요. 평가원 문제는 해설지도 뜨지 않고 답만 뜨는데 그것도 밤늦게 떠요. 난이도가 높으면 강사들이 무서워서 해설 동영상을 제작하지 못해요. 수리영역의 경우 업계에서 제일 먼저 동영상을 올리는 게 저하고 메가스터디 박승동 강사예요. 다른 강사들이 이를 보고 참조하지요.”

    월세 50만원짜리 방에 산 적도

    ▼ 살아오면서 실패는 없었나요.

    “할 이야기 많아요. 제가 종합반 원장하면서 한때 돈을 많이 벌었어요. 삽자루로 애들을 두드려 패면서 참 많이 벌었어요. 그때 20억~30억원 벌었어요. 그러다가 2002년말경에 메가스터디에 대적하겠다며 동영상 회사를 차렸지요. 그런데 1년 만에 30억원 까먹고 망했습니다. 문자 그대로 돈이 한 푼도 없었어요. 그때 제 차가 렉서스 LS430이었는데 그걸 팔아서 직원들 월급 줬어요. 보증금 20만원에 월세 50만원짜리 방에 살았어요. 하루에 두 끼 라면 먹으면서 살았고, 웬만한 거리는 걸어서 다녔습니다. 망하고 한참 동안 빌빌했기 때문에 먹을 것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자존심이 강해 남이 사주는 것은 먹지 않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고기가 너무 먹고 싶은 거예요. 주머니 탈탈 털어보니 3000원이 남아있었어요. 그래서 고등어 사 먹었는데 아줌마에게 깎아달라고 했더니 안 깎아줬던 게 기억납니다.”

    ▼ 그러면 어떻게 재기에 성공했나요.

    “망하고 나서도 빚이 20억원이 남아있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갚을 방법이 없더라고요. 2004년 초 학원 문을 닫고 있던 차에 마침 노량진의 비타에듀 학원 측에서 함께 일해보자고 찾아와서 강의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때 내가 살 길은 온라인 하나밖에 없다는 각오로 일했지요. 그러데 기적처럼 3년 안에 제가 1타가 됐어요. 첫해 강좌 매출이 5억원, 다음해가 8억3000만원, 다음이 16억원, 지난해 강좌 매출만 46억원이 됐어요. 남이 볼 때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요.”

    ▼ 빠른 속도로 성장한 이유가 있나요.

    “우선 교재 연구를 많이 했고, 복합적인 해결방식을 제시한 게 주효했던 것 같아요.”

    ▼ 강의가 재미있고, 공감하는 능력이 뛰어나서 성공한 측면도 있는 것 아닌가요.

    “사실 재미 부분은 훈련으로 되는 측면도 있지만 저는 타고난 것 같아요. 저는 시나리오작가, 감독, 스태프 역할을 모두 해요. 60분 강의를 영화처럼 촬영합니다.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 도중에 반전을 줍니다. 애들에게 오답을 유도하기 위해 질문을 한 뒤 잘못된 답변이 나오면 ‘틀렸어’ 대신 ‘지랄을 하세요’라고 말합니다. 그래야 강의가 들을 맛이 납니다. 그러기 위해선 사전에 콘티를 짜야 해요. 요즘은 경험이 쌓여 애드리브를 많이 하지만. 그리고 애들이 좋아하는 가수가 누구고 좋아하는 노래가 뭔지를 알아야 합니다.”

    ▼ 본인의 24시간은 어떻게 되나요.

    “전에는 경기 이천에 살았어요. 아침 6시에 일어나, 6시40분쯤 서울로 출발합니다. 8시 반에 도착해 10시부터 12시40분까지 수업합니다. 그리고 이천에 돌아가서 쉬면서 교재 연구를 합니다. 이제 서울로 이사 와서 조금 시간에 여유가 생겼습니다. 토, 일요일에는 이천의 기숙학원에서 강의합니다.”

    마카오 호텔 수영장에서도 교재 연구

    ▼ 그러면 쉬는 날이 없나요.

    “아닙니다. 저는 충분히 쉬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년 중 5개월은 쉬는데 자주 여행을 갑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여행을 가요. 해외여행도 자주 하는 편입니다. 남이 들으면 사실 오해하기 쉬운데 저는 마카오에도 가끔 가요. 가깝고, 아는 사람을 마주치지 않고 쉬기에 좋기 때문이에요. 마카오 호텔 수영장에서 수리영역 교재를 놓고 연구를 해요.”

    ▼ 가르치는 직업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교사, 대학교수, 일반 회사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 등 여러 가지 강의 형태가 있습니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강의와 지식전달이 이뤄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제 집안엔 선생님이 많아요. 아버지, 할머니, 이모도 선생님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제게 유학을 보내주겠다며 대학교수가 되라고 했는데, 저는 어려서부터 공부를 너무 싫어했어요. 그런데 결국 가르치는 직업을 갖게 됐습니다. 이제는 가르치는 게 즐겁고 제게 딱 맞는 직업이에요. 또 온라인으로 강의하다보니 노력을 많이 하면 금전적인 보상이 많아서 노후에 편해집니다. 1년 동안 열심히 해서 아껴 쓴다면 이제 30억원을 저금할 수 있게 됐어요. 오프라인에서 이 정도 벌려면 다른 사람에게 강의를 시켜서 강사에게 적절한 수준보다 돈을 덜 줘야 하는데 온라인은 그 같은 착취를 할 필요가 없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온라인은 다른 강사를 직접적으로 착취는 하지 않지만 오프라인 강사에게 돌아갈 것을 빼앗는 측면도 있어요. 어차피 약육강식의 세상인데요.”

    출제자 의도 파악이 중요

    ▼ 대학입시에서 수리영역이 갈수록 전체 입시를 좌우한다고 합니다. 어떻게 공부해야 수리영역을 잘할 수 있나요.

    “무엇보다 출제자의 의도를 정확히 아는 게 중요해요. 이런 점은 전문적인 강사의 도움을 받아야 해요. 최근 문제의 추세가 여러 가지 개념을 융합하는 능력을 요구하고 있어요. 요즘 학생들이 풀지 못하는 문제 중에는 이해력을 묻는 문제가 많아요. 배드민턴을 잘하기 위해선 바벨을 들기보다는 순발력을 높이는 훈련을 해야 하듯이 수능에 필요한 능력을 갖추려고 노력해야 해요. 엉뚱한 공부, 불필요한 공부에 시간을 투자해서는 안 됩니다.”

    ▼ 수리영역 문제를 잘 풀 수 있는 것과 잘 가르치는 것은 서로 많이 다른가요.

    “그럼요. 저는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을 예로 자주 들어요. 사실 저는 이 책을 읽지 못했고 줄거리만 알고 있어요. 바람 피우고 망나니 같은 행동을 하는 남편을 둔 여주인공의 힘겨운 삶을 다룬 소설이에요. 이 책이 현재 우리 초등학교 필독도서 100선에도 들어가 있다고 합니다. 고등학생들도 논술 준비 때문에 많이 읽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같은 책이라도 아무것도 모르는 초등학생이 읽었을 때의 느낌과 남편이 바람피웠을 때 이 책을 읽게 된 여자의 느낌이 같을까요. 그리고 사위가 바람피웠다는 말을 들었을 때 분노하는 장모가 이 책을 읽었을 때에는 또 다른 느낌을 가질 겁니다. 젊은 강사들은 단순히 문제를 푸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출제자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 그리고 학생에 맞게 가르치는 것은 좀 더 공부를 해야 해요.”

    ▼ 앞으로의 꿈은 뭔가요.

    “3년 더 강의를 하고 싶어요. 지금은 제가 생생한 호랑이이지만 3년 뒤에는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될 수 있어요. 추하게 남아있고 싶지는 않아요. 학생들이 후배 강사의 강의를 더 좋아하면 난 떠날 겁니다. 제가 이런 말을 하자 직원들은 ‘이빨이 빠지면 임플란트 해주겠다. 은퇴하지 말라’고 말을 하더군요. 전에 수능이 끝난 날 오랜만에 딸과 식당에 저녁 먹으러 간 적이 있는데 나를 알아본 학생들이 달려와 ‘선생님 감사합니다. 삽자루 선생님 때문에 수능 점수 많이 올랐습니다’라고 인사하고 간 적이 있어요. 그때 행복했어요.”

    ▼ 삽자루 강의는 모두 몇 명이 듣나요.

    “돈을 내고 제 수업을 듣는 학생은 6만~7만명입니다. EBS 무료 강의를 듣는 학생도 있습니다. 그리고 ‘어둠의 강의’(불법 다운로드를 통해 듣는 강의)를 듣는 학생도 의외로 많아요. 일부 학생들이 강의내용을 촬영해 인터넷에 팔기 때문이에요. 이런 강의를 보고 성적이 잘 나온다면 감사한 일이고, 또 사실 제게는 홍보의 기회가 돼요. 메가스터디는 워낙 회원수가 많아서 자연스럽게 홍보가 이뤄지지만 저희 같은 회사는 불법 다운로드를 통해 알게 된 학생들이 신청을 하는 경우도 많아요. 인터넷에 보면 종종 ‘삽자루에게 미안하다. 둠강(어둠의 강의)을 들었는데, 앞으로는 빛강(빛의 강의·돈을 주고 구매한 정식강의)을 듣겠다는 글도 종종 있어요.”

    ▼ 강의료는 얼마나 하나요.

    “한 한생이 5개월 정도 3강좌로 구성된 패키지 강의를 듣는 데에는 대개 16만6000원가량 합니다. 단일 강좌를 70일 정도 듣는 것은 6만9000원입니다. EBS 파이널은 제가 아예 무료로 강의를 합니다. 제 아버님이 선생님이셨는데 공교육에 기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겐 마케팅 기회가 돼요. 지난해 제가 했던 EBS파이널은 약 80만 클릭이 나왔어요. 6만~7만명이 봤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중 대개 1만5000~2만명이 재수를 하게 되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비타에듀로 들어와 제 강의를 구매합니다.”

    ▼ 힘든 점은 뭔가요.

    “수능이 끝나고 난 뒤입니다. 12월에는 인터넷에 강사들에 대한 평가의 글들이 마구 올라와요. 분석을 잘못한 강사는 이때 생명이 끝나기도 합니다. 유명 연예인들이 인기를 끈 뒤 오히려 불안하고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하던데 저도 1타가 된 뒤 오히려 스트레스를 더 받아요.”

    ▼ ‘수포자의 구세주’라는 별명이 있던데, 정말로 수학을 포기한 학생이 삽자루 강의를 듣고 실력이 크게 오른 사례가 있나요.

    “그럼요. 특히 머리가 좋은 아이들은 뒤늦게 열심히 노력만 하면 점수가 많이 올라요. 보통 7등급은 수리영역을 포기했다고 보면 돼요. 이런 애들이 두 달 정도만 열심히 하면 3등급까지 오르기도 해요. 수리영역은 포기한 아이가 너무 많아서 공부를 조금만 하면 표준점수가 금방 치고 올라와요. 머리가 좋은 아이들은 두 달 안에 2등급, 1등급까지 치고 올라온 것을 본 적도 있어요. 사실 그 애들은 자신의 능력 때문에 올라온 것이에요. 그런데도 ‘삽자루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그래요.”

    과도한 선행학습은 빈곤의 악순환 효과

    ▼ 사실 제게는 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딸이 있어요. 어떻게 수학을 공부시키면 될까요.

    “중학생도, 고등학생도 마찬가지인데 지나친 선행학습은 절대 시키면 안돼요. 학년에 맞게 착실히 해서 배워야 해요. 중학교 2학년에는 중학교 2학년 과정을 시켜야 해요. 무리한 선행 학습은 전에 배운 것을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배울 것을 대충 비비기만 하도록 해줘요. 부모의 욕심이에요. 빈곤의 악순환만 가져옵니다. 겨울방학 때 다음 학기 배울 내용을 두세 달 앞서하는 것은 괜찮지만 지나친 선행학습은 학원의 상술입니다. 대치동 강사 중에 정말 교재 연구가 돼 있지 않은 강사도 많아요. 물론 한석원, 강필 등 온라인도 동시에 하는 대치동 강사들은 실력도 좋아요. 그렇지만 수능에 나오지도 않는 내용인데, 마치 자신만 아는 것처럼 과시하면서 마케팅 차원에서 접근하는 강사도 많습니다.”

    ▼ 삽자루 강의를 도와주는 분이 많지요.

    “보통 ‘삽자루군단’이라고 하지요. 제가 사업 감각이 떨어지니 저를 매니징해주는 분이 있고, 누구는 교재를 만들고, 게시판에 글을 다는 사람도 있어요. 제 수업에 직접 필요한 인력이 7명이에요. 내 강좌의 취약한 부분을 지적해주고 보충해주는 사람도 있어요.”

    ▼ 강사 매니지먼트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사실 가장 큰 꿈은 강사 매지니먼트 사업을 성공시키는 겁니다. 가수 이수만이 연예인 매니지먼트 사업을 주도했듯이 저는 강사 매니지먼트 사업을 국내 최초로 시작했어요. 현실적으로 요즘 젊은 강사들이 인강시장에 진입해 성공하기는 쉽지 않아요. 초기 투자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젊은 강사를 뽑아서 무조건 월급 500만원을 준 뒤 1년간 교재 연구만 시키고 있어요. 현재 4명의 젊은 강사가 함께 일하고 있어요. 4명의 강사를 키우기 위해 제가 직접 투입한 인력이 20명이에요. 그리고 이들이 교재 연구를 통해 능력을 기르게 한 다음 데뷔시켜주고 마케팅을 책임져주는 것도 제 몫이에요. 실제로 이런 과정을 거쳐 남휘종이라는 유망주가 탄생했어요. 서울 과학고를 2년 만에, 카이스트를 3년 만에 졸업한 수재예요. 제 보충강의 해설을 시킨 뒤 데뷔시켰는데 첫 달 매출이 3000만원을 때렸어요. 공정한 계약을 통해 회사(삽자루)는 이들 젊은 강사들이 클 때까지 투자하고, 만약 이들 젊은 강사가 뜨면 회사가 그 수익의 일부를 갖는 구조예요. 만약 남휘종이라는 강사가 내년에 더욱 떠서 한달에 3억원을 판다면 회사에 7500만원이 들어와요. 그러면 그 돈으로 젊은 강사를 4~6명 또 뽑아서 훈련을 시킬 수 있어요. 저는 젊은 강사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완전히 도제식으로 가르치고 있어요. 보통 학원강사는 자기의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절대 알려주지 않아요. 자기가 도태될 것을 알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저는 달라요. 제가 혹시 이 업계에서 사라지더라도, 후배가 뜨면 내가 직접 현장에서 뛸 때보다는 수입이 적지만 후배의 수입을 통해 내가 소득을 올릴 수 있어요.”

    ▼ 혹시 추가할 사항은 없나요.

    “저는 인터뷰하면 기분이 좋아요. 누군가 저를 찾아와서, 대한민국 최고의 월간지가 찾아와서 인터뷰한다는 게 우선 기분이 좋습니다. 그리고 저는 사실 말하는 게 강의할 때밖에 없어요. 집에 가면 교재 연구만 해요. 강의를 오랫동안 해오면서 친구들과 시간을 맞추기 힘들어 친구도 별로 없어요. 대화할 사람도 별로 없는데, 오늘 마음껏 인터뷰할 수 있어 기분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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