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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 연대로 출범한 ‘젊은 조계종’, 순항할까

  • 안기석│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daum@donga.com│

계파 연대로 출범한 ‘젊은 조계종’, 순항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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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불교 대표적 종단인 조계종의 자승 신임 총무원장은 유례없는 압도적 지지로 선출됐다. 유력한 경쟁 후보도 설득해낸 그의 정치력의 비밀은 무엇일까. 조계종 4대 종책모임인 화엄회, 무량회, 무차회, 보림회의 실체는 무엇이며 선거 국면에서 어떻게 연대하게 됐을까.
  • 신임 총무원 집행부는 어떤 방향으로 변화와 개혁의 물꼬를 틀 것인가.
계파 연대로 출범한 ‘젊은 조계종’, 순항할까

조계종 33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투표하는 선거인단

한국 25개 불교종단 중 대표 종단인 조계종에 최근 ‘젊은 집행부’가 출범했다. 신임 총무원장부터 주요 간부인 부실장들이 모두 40~50대다. 제33대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으로 취임한 자승(慈乘)스님과 총무부장인 영담(影潭)스님이 55세, 기획실장인 원담(圓潭)스님이 49세, 재무부장인 상운스님이 58세, 사회부장인 혜경스님이 49세, 문화부장인 효탄스님이 54세다. 50대 총무원장이 탄생한 것은 10여 년 만의 일이다.

세랍(世臘·승려들의 세속 나이)이 젊어졌다고 조계종단에도 변화와 개혁의 바람이 불 것인가. 이에 대해선 긍정적인 기대와 부정적인 시각이 교차하고 있다. 새로운 일을 추진해나갈 수 있는 여건에서는 긍정적이다. 신임 총무원장이 선거사상 유례없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됐기 때문이다.

1994년 조계종단 개혁 이후 치러진 총무원장 선거에서 28대 월주(月珠)스님부터 32대 지관(智冠)스님까지 역대 총무원장은 모두 지지율 60% 선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10월22일 33대 총무원장에 선출된 자승스님은 선거인단 321명 중 90.34%인 290명의 지지를 받았다. 형식은 경선이었지만 실제로는 ‘합의추대’나 다름없었다. 역대 선거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계파 간의 갈등이나 충돌 양상도 볼 수 없었다. 조계종단 일부에서는 “원융화합이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다수의 기득권이 뭉친 야합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승스님이 현 정부에 책잡히지 않으려는 불교계의 위기감을 바탕으로 뛰어난 정치력을 발휘한 것이 주효했다”는 일반적인 평가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계파 연대로 출범한 ‘젊은 조계종’, 순항할까

11월5일 총무원장 취임식에서 축하 꽃다발을 받고 기뻐하는 자승스님

자승스님에 대한 조계종단 내의 여론을 종합하면 ‘화합을 이끌어낼 줄 아는 정치의 달인’으로 적을 만들지 않았다는 쪽으로 모아진다. 선거 과정을 지켜본 서울 지역의 한 스님은 “자승스님은 정치적 성향으로 보면 무색무취한데 정치력이 대단하다. 4대 종책모임뿐 아니라 강력한 경쟁 후보까지 설득해내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종책(宗策)모임이란 조계종에서만 볼 수 있는 흥미로운 계파모임이다. 조계종단의 기구는 크게 총무원(행정기능 담당), 종회(입법기능 담당), 호계원(사법기능 담당)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국회에 해당하는 것이 종회이며 국회의원 역할을 하는 게 종회의원이다. 이들 종회의원이 중심이 돼 생각과 활동 방향이 비슷한 스님들이 만든 모임이 바로 종책모임이다.

이 종책모임은 처음에는 친목회로 출발했다가 현재는 종단의 정책을 개발하고 각종 대외활동을 하는 모임으로 발전했다. 초기에는 임의단체로서 주로 ‘물밑’에서 활동하다보니 “선거 때마다 편 가르기를 한다”며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요즘에는 종책모임 명의로 공개적인 세미나를 열거나 사회활동도 한다. 종단 내 정당 기능을 하는 셈이다.

현재 활동 중인 종책모임은 화엄회(華嚴會), 무량회(無量會), 무차회(無遮會), 보림회(寶林會)로 모두 4개. 지난번 지관 총무원장 시절에는 무량회, 화엄회, 무차회가 느슨하게 연대해 여당 역할을 했다면 보림회와 이미 해체된 금강회가 야당 역할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보림회와 무소속까지 화엄회 소속의 자승스님을 지지하고 나섰다. 보림회 핵심인 영담스님의 말이다.

“무차회의 원담스님이 올해 초에 먼저 만나자고 연락을 했어요. 만나서 얘기해보니 종단 안팎의 정황으로 볼 때 60~70대에서 총무원장을 맡기는 어렵고 자승스님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데 뜻을 같이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1등 공신’은 원담스님이라는 말이 나온 배경을 짐작할 수 있는 발언이다. 좀 더 깊은 내막을 아는 한 관계자는 “지난 7월에 동국대 신임 이사장으로 부산 내원정사 정련(定鍊)스님을 만장일치로 추대했는데 이것이 야당 역할을 하던 보림회가 여당 주류 측과 연대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보림회에서 지지하는 스님이 이사장직에 앉으면서 모든 문제가 풀렸다”고 전했다.

자승스님의 정치력은 중간에 사람을 내세워 계파 간의 이해관계를 조절해내는 범위를 넘어선다. 필요할 때에는 경쟁자를 직접 찾아가 설득하는 편이다. 화엄회 소속 덕문스님의 말이다.

“실명을 말할 수는 없지만 유력한 상대후보들을 직접 찾아가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압니다. 그 결과 지난 4,5월에 자승스님을 추대하는 분위기가 이미 형성됐습니다. 화엄회와 무차회가 연대하고 이어서 무량회와 연대하고 무차회와 보림회가 연대하면서 대세는 결정된 겁니다.”

무량회 소속의 전 종회의장 법등(法燈)스님은 일찍이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마지막 경쟁자로 손꼽히던 월정사 주지 정념(正念)스님도 끝내 뜻을 접었다.

자승스님이 한때 총무원장 후보로 거론되던 명진(明眞)스님이 주지로 있는 서울 강남의 봉은사 뒷방에서 기거한 일화는 흥미롭다. 연주암 회주였던 자승스님이 은정불교문화진흥원 이사장으로서 서울 시내에서 활동하다가 밤이 되면 연주암으로 매번 올라가기가 힘드니 봉은사 뒷방을 내달라고 요청했는데 명진스님이 이를 흔쾌히 받아들인 것이다. ‘밤마다 머리를 맞대고 종단 발전을 위해 의논할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 ‘천일기도’와 ‘현 정부에 비판적인 시국발언’으로 언론의 조명을 한몸에 받았던 명진스님은 천일기도를 마치자마자 용산 참사 현장을 방문한 뒤 홀연히 강원도 선방으로 들어가 참선을 하다가 신임 총무원장 취임식에 참석했다. 불교계에서는 “명진스님이 자승스님을 배려해 선거운동 기간에 서울을 떠나준 것”으로 소문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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