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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코드’를 찾아서 ⑥

세계 1위 콘돔회사 유니더스

“1년 생산한 콘돔 11억개 연결하면 지구 네 바퀴 돌 수 있다”

  • 공종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kong@donga.com│

세계 1위 콘돔회사 유니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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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콘돔회사 유니더스

콘돔 풍압검사 장면.

정 이사에 따르면 유니더스가 매년 생산하는 콘돔은 11억개. 일반형 콘돔 길이가 17㎝인 점을 감안하면 지구를 4바퀴 이상 돌 수 있는 양이다.

-증평에 있는 공장을 가보니 언뜻 봐서는 콘돔 생산 공정이 간단한 것 같습니다. 어떤 회사라도 설비투자를 해서 생산시설을 갖추면 유니더스와 비슷한 품질의 콘돔을 생산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이 질문을 듣더니 갑자기 정 이사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콘돔 생산이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성형틀의 회전속도, 콘돔의 재료인 라텍스 배합비율 등에서 유니더스는 다른 회사에는 없는 기술을 가지고 있어요. 성형틀의 회전속도 차이가 표면장력의 차이를 가져와 콘돔 두께를 결정합니다. 또 저희 회사는 불량률이 1% 미만이에요. 이런 정도의 불량률을 유지하는 회사가 없어요. 품질관리와 공정관리에서는 저희 회사를 따라올 수 없어요. 중국이 인건비가 싸지만 국제입찰시장에 진출조차 못 하는 게 다 그 때문입니다.”

이 말을 들으니 증평공장에서 만난 이창규 부장의 말이 귓전을 맴돌았다. 콘돔 생산공장에서 일한 지 18년이 됐다는 이 부장은 “아무리 배워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증평공장에는 연구개발(R·D) 인력이 별도로 있다. 신제품 개발도 하지만 끊임없는 공정개선과 품질관리가 이들 업무의 핵심이다. 김재오 개발부 과장은 “콘돔 원료인 라텍스는 농산물이어서 기후와 토양에 따라 많이 다르다. 불량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라텍스 안정화가 핵심인데 많은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973년 서흥산업으로 출발해 콘돔을 생산해온 유니더스는 지금까지 한눈 팔지 않고 콘돔 생산에 전념해온 회사이기 때문에 제작공정과 품질관리에서 축적된 노하우를 다른 회사가 따라올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유니더스는 ‘당신은 우리가 필요하다’(You Need Us)의 줄임말이다.

콘돔 품질관리에서 핵심은 콘돔에 구멍이 없어야 한다는 점과 콘돔이 찢어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유니더스는 생산하는 모든 콘돔에 대해 핀홀(미세한 구멍) 검사를 한다. 자동적으로 이뤄지는 이 검사를 통해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미세한 구멍을 찾아내는데 불합격 비율이 1% 미만이라는 설명이다. 핀홀 검사에서 불합격을 받은 제품은 현장에서 분리돼 폐기처분된다.

핀홀검사를 통과한 콘돔은 또 무작위로 풍량 풍압검사를 받는다. 콘돔의 품질을 측정하는 공기투입량 국제기준은 18L다. 그런데 유니더스는 국제기준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40L의 공기를 불어넣어도 터지지 않을 정도의 강도를 자랑한다.

콘돔 국제조달시장 1등의 비결

세계 1위 콘돔회사 유니더스

유니더스가 내놓은 동물시리즈 콘돔.

정도식 이사에게 다시 질문을 던졌다.

-아무리 품질이 좋아도 국제 입찰시장에서 1등을 하기란 쉽지 않을 텐데요.

“유니더스가 국제조달시장에 처음 진출한 것은 1986년 유엔 산하기구인 유엔인구기금(UNFPA)에 콘돔 2만개를 납품한 것이 처음이었습니다. 지금은 전세계 103개국에 유니더스 콘돔이 들어갑니다. 제가 전혀 들어보지도 못한 국가에 콘돔이 수출되기도 합니다. 국제기구 등에서 처음에는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동남아에서 만든 콘돔을 구입하기도 했어요. 그곳은 인건비도 저렴할 뿐만 아니라 콘돔의 원료인 라텍스도 생산하기 때문에 유리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그런데 다른 제품은 품질이 약간 떨어져도 사용하는 데 큰 문제가 없지만 콘돔의 경우 제품에 약간의 하자만 발생해도 ‘사고’가 터져요. 이 때문에 동남아에서 생산한 콘돔을 구매했던 담당자들이 요즘은 가격을 좀 더 주더라도 유니더스 콘돔을 사용하는 게 좋다고 판단하고 저희 회사로 돌아오고 있는 중입니다. 비용 얼마를 아끼려다 큰 문제가 생긴 것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또 인도와 태국은 온도와 습도 등 환경이 콘돔 생산에 유리하지 않아요. 습도가 높으면 품질 높은 콘돔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저희도 에어컨 등을 통해 콘돔 제작에 좋은 조건을 만들려고 신경을 많이 씁니다.”

실제로 태국 등 동남아 회사들은 낮은 인건비를 무기로 국제조달시장에서 유니더스에 도전해왔다고 한다. 태국의 경우 공장근로자 한 달 인건비가 120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니더스도 공장자동화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공장 근로자가 과거 215명이었는데 현재는 143명으로 줄었다.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유니더스는 플랜트 수출로 눈을 돌렸다. 콘돔 생산 기계 일체를 수출할 경우 높은 마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콘돔 생산 플랜트를 수출하면 국제입찰시장에서 경쟁자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우리는 공정관리와 품질관리에 자신이 있었어요. 국제입찰시장에선 품질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수십년간 콘돔 생산 노하우가 쌓인 유니더스를 쉽게 따라올 수 없거든요. 아프리카 같은 곳에선 콘돔을 포장하는 포일을 구할 수가 없어 콘돔 생산 플랜트를 수출하면 거기에 따라가는 원부자재도 수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우리가 플랜트를 수출하지 않으면 독일 등 다른 나라가 합니다.”

정 이사는 이미 나이지리아에 콘돔 생산 플랜트를 수출했고, 현재 2개국과 상담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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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종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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