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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에게 경영을 묻다 ②

폭력과 돈이 아닌 말이 통하게 仁政 하라!

  • 배병삼│영산대 교수·정치사상 baebs@ysu.ac.kr│

폭력과 돈이 아닌 말이 통하게 仁政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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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 좋아졌다고 하지만 종종 ‘무서운 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공자 역시 사람이 개만도 못한 짐승으로 전락할까 두려워했다. ‘논어’는 폭력과 살인이 만연하고 소통이 불가했던 춘추시대를 바로잡으려는 암중모색의 기록이다. 세상이 잘못된 걸 알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며 체념했다면, 안 될 줄 알면서도 행했던 공자의 말에 귀 기울여보라.
폭력과 돈이 아닌 말이 통하게 仁政 하라!

기업의 회의장면. 회의에서도 효과적인 의사소통이 효율성을 좌우한다.

사람들은 흔히 욕설 말머리에 ‘개’라는 접두어를 붙이는데, 개를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 개는 싸움은 하지만 상대를 죽이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개는 먹을거리를 두고 혹은 짝을 짓기 위해 싸우긴 하지만 패를 짜서 조직적으로 동족을 죽이진 않는다. 고의로 동족을 살해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개는 싸우긴(fight) 하지만 전쟁(war)을 벌이지는 않는다.

허나 인간은 싸울 뿐만 아니라 전쟁을 치르기도 하는 동물이다. 의도적이고 조직적으로 살해하는 짓이 전쟁이다. 나아가 동족을 잘 죽이는 자를 영웅으로 떠받들기도 한다. 왕조를 건설한 사람치고 ‘전쟁광’이 아닌 자가 없었다. 한나라의 유방, 당나라의 이세민, 원나라 칭기즈 칸이 모두 그렇다. 우리나라인들 다르랴. 고구려의 주몽은 그 이름 자체가 ‘활 잘 쏘는 아이’라는 뜻이다. 또 활솜씨, 칼솜씨로는 조선의 이성계도 뒤지지 않는다. 임금 왕(王)자가 양날 도끼를 형상화한 글자요, 제후를 뜻하는 후(侯)자 속에 화살[矢]이 들어 있는 데는 다 내력이 있는 것이다. 인간문명의 역사라는 것도 살상용 무기기술 발전에 뒤따른 측면이 있고 보면, 백주대낮에 낯 뜨겁게 흘레를 붙는 통에 욕설의 대명사가 되긴 했으나 개의 시각으로 보면 오히려 인간이 개보다 못하다.

개보다 못한 짓이 유독 횡행한 시대, 전쟁과 살상으로 점철된 시대를 춘추시대(春秋時代·BC 770~453년)라고 한다. 춘추시대는 한마디로 ‘전쟁의 세기’였다. 권력을 위해 자식이 아비를 죽이고, 재화를 위해 신하가 군주를 살해하는 무도한 세기요, 한 움큼의 밥을 뺏으려고 낯모르는 사람을 척살하는 시절이었다. 급기야 사람이 무서워 호랑이에게 잡아먹히는 한이 있더라도 심산유곡에서 목숨을 부지하려던 때다. 이런 시대를 산 사람이 공자(BC 551~479년)다. ‘예기’에는 공자가 산길을 가던 중 한 여인을 만난 일화가 실려 있다.

공자가 제자들과 깊은 산속을 가던 어느 날. 한 여인이 통곡하는 것을 보았다. 우는 까닭을 묻자, 여인은 “남편과 자식을 호랑이에게 잡아먹혀 잃었다”고 하소연한다.

공자는 “산을 떠나 마을에서 살면 될 것 아니냐”고 권한다. 그러자 여인은 “도시의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무섭기 때문에 이곳을 떠날 수도 없다”고 답한다.

공자는 제자들을 돌아보고 말했다. “단단히 기억해두어라. 세상의 잘못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사실을.”

이 폭력과 광기의 시대를 뚫고 새로운 질서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를 고민한 사람이 공자다. 공자는 당시를 “잔혹하고 또 살인이 횡횅하는 시대”로 규정하고, 이런 “잔혹과 살인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백년의 세월은 걸릴 것”이라고 암울하게 전망했다. 오랜 세월 개보다 못한 죽임과 죽음의 사태가 지속되다보면, ‘과연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과 짐승의 차이는 무엇인가’ 하는 우울하면서도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게 마련이다.

그러니 ‘논어’의 밑바닥에는 사람이 짐승으로 타락할지 모른다는, 아니 머지않아 인간이 ‘개보다 더 못한 짐승으로 추락할 것 같다’는 두려움이 짙게 깔려있다. 이 점을 두고 맹자는 “공자는 시대를 두려워했다”(孔子懼)고 지적했던 터다. ‘논어’에 깃들인 당대에 대한 두려움, 인간의 미래에 대한 절망감을 염두에 두지 않고서, 고작 책상머리에서 관념한 백면서생의 형이상학적 언설로 읽어서는 공자의 참된 생각과 만날 수 없다. 과거의 평화는 옛 전적에나 남아있을 뿐이요, 또 내일은 더 이상 해가 뜰 것 같지 않은 어둠 속에서 새 길을 뚫으려는 암중모색의 기록이 ‘논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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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삼│영산대 교수·정치사상 baebs@y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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