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호

억압받는 유랑민족 집시

  • 사진/글 ·신석교 사진작가 kr.blog.yahoo.com/rainstorm4953

    입력2010-04-02 16: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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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압받는 유랑민족 집시

    도로변에서 바구니를 팔며 유랑생활을 하는 집시 일가.

    9세기경 인도 북부에서 유랑하기 시작해 각지로 옮겨간 것으로 추정되는 집시는 현재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에 퍼져 있습니다. 예술적 재능을 가진 집시는 거쳐 간 지역의 음악 춤 등에 영향을 미쳤지요. 피부색과 기독교에 동화되지 않은 생활습성 탓에 멸시와 배척 탄압을 받기도 했습니다.

    발칸반도에 위치한 루마니아는 현재 집시가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입니다. 동유럽 집시의 절반이 이곳에 삽니다.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1918~89)는 루마니아를 인권을 존중하는 국가라고 선전하고자 집시의 입국과 정착을 허용했습니다.

    루마니아에 정착한 집시는 농업과 목축, 서비스업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했습니다. 경제적으로 상류층에 진입한 이도 일부 있습니다. 인구가 많다보니 정치세력화 움직임도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하류층 집시는 여전히 천대받으면서 거리에서 잡화를 팔거나 구걸하면서 고달픈 떠돌이 생활을 합니다. 루마니아 여행 중 만난 집시의 모습에서 고달픈 삶의 단면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소몰이 일을 하면서 농촌 마을에 정착해 여섯 남매를 키우는 부부의 눈가에 눈물이 맺힙니다. 주민들의 경계심 탓에 자녀들은 소외받고 있습니다. 대가족을 거느리고 도로변에서 잡화를 파는 노인은 “돈벌이가 잘 안된다”면서 한숨을 내쉽니다. ‘미래’ 대신 생존을 위한 ‘오늘’만이 존재하는 집시의 삶이 서글프기만 합니다.



    집시 부부가 발걸음을 돌리는 필자에게 촬영한 사진을 보내달라면서 e메일 주소를 건넵니다. 집시가 e메일을 쓴다는 게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유랑생활을 하는 집시에게 e메일은 삶의 연을 이어주는 소중한 문명의 이기이면서 타자에게 자신의 존재를 남기는 흔적인 듯합니다.

    억압받는 유랑민족 집시
    1 마차 뒤에 실린 주방용품.

    2 집시들의 점심 식사는 고달픈 삶의 단면을 보여준다.

    3, 4 강아지와 염소가 동네 친구를 사귈 수 없는 아이들의 벗이다.

    억압받는 유랑민족 집시
    1 집시 거주촌의 집시여인.

    2 소외와 천대 속에 자라온 아이들의 눈빛엔 경계심이 가득하다.

    3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들과 함께 유랑을 해야 하는 부부의 마음은 아프기만 하다.

    4 돈과 권력을 가진 집시가 왕으로 행세한다. ‘집시 킹의 집’. 지붕 첨탑은 집시 킹의 권위를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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