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호

프로게이머 랭킹 1위 이영호

게임하면서 연 3억 번 고교생, “1만 시간 이상 연습했다”

  • 공종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kong@donga.com│

    입력2010-04-05 16: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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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게이머 랭킹 1위 이영호
    스타크래프트는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PC방이 대중화하면서 급속하게 성장한 게임이다. 스타크래프트에 익숙지 않은 사람을 위해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에 나온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스타크래프트(StarCraft)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한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이다. 1998년 4월1일 북미에, 같은 해 4월9일에는 한국에서 발매됐다. 게임의 배경은 미래의 우주로 지구로부터 쫓겨난 인류의 자손인 테란과 집단의식을 가진 절지동물 저그, 고도로 발달한 외계종족인 프로토스 사이의 전쟁을 다루고 있다. 2009년 2월까지 1100만 장이 팔린 것으로 집계됐고 특히 한국에선 세계 판매량의 절반인 450만 장이 팔렸다. 한국에서는 프로선수와 팀이 생겨 경기가 방송에도 중계되는 등 높은 인기와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스타크래프트로 시작된 국내 온라인게임 열풍은 이후에도 계속돼 세계 온라인 게임시장에서 한국이 압도적인 우위를 확보하는 토대가 되기도 했다. 한국은 현재 대기업은 물론이고 공군까지 모두 12개의 프로게임단이 구성돼 ‘e스포츠’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가고 있는 중이다.

    한국 e스포츠협회는 팀순위와 개인랭킹을 정기적으로 발표한다. 4월 기준으로 공식 개인랭킹 1위는 KT 소속의 이영호 선수다.

    이 선수는 1992년생. 18세. 서울디지텍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다. 3년 전인 2007년에 KTF매직엔스에 입단하면서 프로게이머로 데뷔했다.



    이 선수를 만난 것은 3월8일 서울 서초동에 있는 KT 연습실이었다. 연습실은 축구나 야구 등 일반 프로스포츠 연습실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PC 20여 대가 꽉 채운 널찍한 공간에서 프로게이머들이 연습에 여념이 없었다. ‘1등석 PC방’ 같은 느낌을 줬다. 인터뷰 약속 시각은 오후 4시. 점심을 막 마치고 난 뒤였다. 참고로 KT 소속 프로게이머들의 점심시간은 오후 3시부터 4시까지다.

    “방금 점심을 먹고 돌아왔어요. 스테이크를 먹었습니다. 저는 하루에 한 번은 꼭 고기를 먹어요. 제가 고기를 너무 좋아하거든요. 미친 듯이 좋아합니다. 체력에도 도움이 되고요.”

    이영호 선수를 직접 만나보니 영락없는, 그리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고등학생이었다. 아직도 10대 티를 벗지 못한 이 고등학생은 어떻게 해서 1등 프로게이머의 자리에 올라섰을까.

    ▼ 프로게이머가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어떻게 해서 프로게이머의 길에 들어섰나요.

    “제가 스타크래프트를 처음 접한 시기는 초등학교 다닐 때였어요. 형을 통해서 이 게임에 대해 알게 됐어요. 그래서 게임을 재미있게 본격적으로 하려는 순간 부모님이 컴퓨터가 집에 있으면 안 된다고 해서 컴퓨터를 없앴어요. 집에 컴퓨터가 놓인 것은 중학교 1학년 때였습니다. 그때부터 스타크래프트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습니다.”

    ▼ 혹시 부모님이 게임만 한다고 걱정하지는 않았나요.

    “물론 걱정을 많이 했지요. 그렇지만 게임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학원을 다녔는데 학원을 마치고 밤11시에 돌아와도 게임을 했어요. 학원에서도 쉬는 시간이 10분만 생겨도 근처 PC방에 가서 게임을 했습니다. 저녁을 먹어야 하는 시간에도 게임을 했어요. 제가 게임을 좋아하고 열심히 하다보니깐 게임실력이 갈수록 좋아졌어요. 하루에 3~5시간은 게임을 한 것 같아요.”

    인생 가른 중1 여름방학

    그는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프로게이머가 되겠다고 결심을 하고 부모님께 “방학 기간 중 한 달 동안 서울로 올라가 숙소생활을 하면서 게임을 본격적으로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어요. 그래서 제가 ‘한 달 안에 프로게이머 자격을 따오겠다. 만약 자격을 따지 못하면 포기하겠다’고 간청했더니 부모님이 조건부로 제 부탁을 들어줬습니다. 그런데 부모님께 말하기는 했지만 솔직히 자신은 없었어요.”

    대전에 살던 그는 여름방학 기간 중 한 달 동안 서울에서 합숙하면서 게임을 집중적으로 훈련했다. 그리고 기적적으로 한 달 만에 준프로자격을 땄다. 게임 실력 성장속도가 탁월했던 것이다. 그리고 프로게이머로 데뷔하던 날에는 프로예선전을 뚫고 4강을 차지했다. 그러자 그의 부모님은 그가 프로게이머로 성공할 수 있다고 보고 그를 밀어주기 시작했다. 그는 중학교 3학년이던 2007년 KTF매직엔스에 입단했다. 그의 나이 15세였다.

    프로게이머 랭킹 1위 이영호

    KT 소속 프로게이머들. 현재 KT는 팀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영호 선수가 숙소생활 1개월 만에 준프로자격을 따고 그 뒤에 프로게임단에 입단하는 것을 보고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닌 것이라고 오해할지 모른다. 그런데 e스포츠업계 인사들에 따르면 아마추어 게이머가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에 가깝다고 한다. 프로게이머가 되려는 사람은 많은 반면 그 구멍을 뚫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추어와 프로게이머의 실력차이는 ‘동네축구’와 프로축구선수의 격차만큼이나 크다는 설명이다. 아마추어에서 가장 잘하는 사람도 프로랭킹 최하위 선수와 대결했을 때 이기기가 어렵다고 한다. 프로게이머가 게임하는 모습을 뒤에서 보면 멀미가 날 정도로 화면 전환이 빠르다.

    지금도 프로게이머의 꿈을 가지고 학원에서 게임을 연습하는 청소년이 부지기수다. KT만 해도 연습생이 되기 위해 테스트를 보는 사람이 하루 평균 5~10명이다. 다른 팀도 마찬가지다.

    ▼ 프로게이머의 경우 평소에도 연습을 많이 한다고 들었습니다. 보통 훈련 양은 얼마나 되나요.

    “소속 선수들이 근처 아파트에서 함께 지내고 있는데 오전 10시 반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오전 11시까지 연습실에 내려옵니다. 이 때문에 오후 3시까지 연습을 하고 점심을 먹습니다.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또 연습을 합니다. 그리고 이후 저녁식사를 하는데 1군 선수들은 그때부터 자유시간으로 연습을 해도 되고 안 해도 됩니다. 그런데 대부분이 남아서 새벽 1시까지 연습을 합니다.”

    얼른 계산을 해보니 하루에 최소 10시간 이상을 연습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 1년이면 3600시간, 이영호 선수는 프로게임단에 입단한 지 3년이 됐고, 이전에도 몇 년 동안 하루에 5~8시간씩 연습한 만큼 벌써 1만 시간 이상을 집중적으로 게임을 했다는 계산이 나왔다.

    1만 시간의 법칙

    갑자기 ‘1만 시간의 법칙’이 떠올랐다. 말콤 글래드웰이 ‘아웃라이어’에서 말한 ‘1만 시간의 법칙’은 안더스 에릭슨의 연구결과를 인용하면서 화제가 된 내용으로 어느 분야에서건 최고가 되려면 최소 1만 시간은 그 분야에서 훈련해야 한다는 법칙이다. 예를 들어 전설적인 그룹 비틀스는 초기에는 미약했는데 1960년부터 64년까지 독일 함부르크의 한 클럽에서 매일 8시간씩 연습을 해 1964년 영국에 귀국했을 때에는 거의 완벽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빌 게이츠도 13세이던 1968년 고교시절 컴퓨터를 배울 기회가 있었는데 이후 1만 시간 프로그래밍 연습을 하면서 일정 수준을 넘어섰다. 결론적으로 어떤 분야건 일주일에 20시간씩 10년을 꾸준히 해야 최고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 하루에 10시간 이상 연습하는 것이 힘들지 않나요.

    “자기관리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저는 현재 건강유지와 체력관리를 위해 약만 6가지를 복용합니다. 홍삼, 오메가, 비타민처럼 몸에 좋은 약을 먹고 있습니다. 또 제가 원래 몸이 건강한 편이 아니어서 자주 아파요. 병을 달고 살아요.”

    ▼ 체력적으로 힘든 것보다도 계속 게임하는 게 더 피곤하지 않나요? 공부하는 것보다 힘들 것 같은데요.

    “사실 힘들 때도 있지요. 그렇지만 재미있어요.”

    ▼ 토요일, 일요일도 없나요.

    “없습니다. 다만 대회 이튿날은 쉽니다. 다른 사람들과 휴일이 다른 거지요.”

    ▼ 전에 인터뷰한 내용을 보니까 프로게이머로 일하는 동안에는 여자친구를 만날 시간도 없다고 했는데요. 그렇게 훈련을 해야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나요.

    “많은 것을 버려야 합니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다 버려야 게임에서 1,2등을 할 수 있어요. 저도 다 버리고 들어왔어요. 여자친구를 사귀는 것은 생각도 못 해봤어요. 친구들도 좀처럼 만나지 않아요. 쉬는 날에만 가끔 만나요. 매일 연습만 합니다.”

    거의 수도하는 구도자의 삶이다.

    ▼ 영 재미가 없네요.

    “그래도 제가 하는 일이 즐거워요. 게임에서 이겼을 때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특히 팬들이 환호해줄 때에는 기분이 좋아요.”

    1만 시간 이상 게임을 열심히 해도, 그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게임을 한다고 해도 누구나 최고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영호 선수는 다른 사람과 뭐가 다른 것일까.

    KBS TV의 ‘과학카페’는 최근에 흥미로운 실험을 한 적이 있다. 프로게이머의 능력을 분석하기 위해 이영호 선수와 일반인의 뇌를 브레인스펙(뇌혈류 측정영상장치)을 통해 비교 분석해본 것. 그 결과 이 선수의 경우 ‘안와전두피질’이라는 영역의 혈류가 다른 사람에 비해 활성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안와전두피질은 대뇌피질의 전두엽에 해당하는 피질 영역으로 안구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 이는 가까운 미래 행동에 대한 결과를 예상하고 감정조절과 충동행동조절에 관여하는 뇌 영역이다. 안와전두피질이 발달됐다는 것은 감정조절과 상황 대처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뜻하며 이런 사람은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감정 컨트롤을 잘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또 일반 게이머는 게임을 할 때 여러 부위의 뇌를 함께 사용하는 반면 프로게이머는 이와는 달리 자신이 필요한 부분을 사용하는 경향을 보였고, 이영호 선수는 전두엽, 측두엽 부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며 다른 프로게이머와 마찬가지로 변연계 부위가 좀 더 활성화되는 것이 발견됐다.

    ▼ ‘과학카페’에서 이영호 선수는 활성화되는 뇌 부위가 일반인과는 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개인적으로 프로게이머로서 가장 중요한 경쟁력 요소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여러 박자가 잘 어우러져야 합니다. 승부근성, 자신감, 마인드컨트롤 능력도 필요해요. 방송에 생중계될 때 대개 선수들은 긴장하게 마련인데, 그 순간 느끼는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연습 때처럼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에요. 이런 요소에 따라 결과가 많이 달라집니다. 그리고 다양한 전략은 게임승리를 위한 기본적인 바탕이 됩니다.”

    승부 가르는 ‘0.1초’

    ▼ 스타크래프트는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상대방으로부터 땅을 빼앗는 것인데 경우의 수가 많나요.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은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기본전략만 몇 백가지이고 게임이 진행되면서 수도 없이 많은 경우가 생겨요. 그때 ‘순간적으로’ 대응하는 순발력이 뛰어나야 합니다. 반응속도가 빨라야 합니다. 0.1초도 안되는 순간에 판단해서 행동해야 합니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라요. 경기하는 저희들은 알아요. 정말 순간입니다. 그래서 게임을 잘하는 사람은 대개 운동도 잘해요.”

    ▼ 게임을 하면서 다양한 화면을 빨리 포착해야 하는 것을 보면 공간감각이나 비주얼감각이 좋아야 할 것 같은데요. 혹시 길을 잘 찾나요.

    “저는 정말 길을 잘 찾아요. 길눈이 좋아요. 아무리 복잡한 길이라도 한 번만 갔다 오면 길을 알 수 있어요.”

    ▼ 어떻게 다 기억하지요.

    “그냥 기억해요. ‘감’이 옵니다.”

    ‘길치’인 기자로선 부럽기 그지없는 대목이다.

    ▼ 이영호 선수는 최연소 개인리그우승, 최연소 프로리그 100승 등 기록이 많습니다. 그 비결이 뭔가요.

    “사실 재능은 그렇게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남보다 승부근성이 강해요. 지고는 못살아요. 다른 사람과 팔씨름을 하다가 지면 이길 때까지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는 못 배깁니다. 자존심도 세서 남에게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잘 못해요. 아마 그런 점이 경기를 할 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 누군가 ‘게임인데, 뭐가 힘든 게 있겠어’라고 말한다면, 프로게이머로서 뭐라고 말하겠습니까.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프로게이머로서 마음 한쪽이 좋지 않아요. 아마 해보면 알 겁니다. 정말 체력이 달려요. 저도 체력 문제로 1인자 자리에 오르지 못하기도 했어요. 체력이 따라주지 않으면 반응속도가 떨어져서 게임이 되지 않아요.”

    ▼ 그렇다면 1등을 유지하기 위해 체력을 보충해야겠네요.

    “그럼요. 저는 운동을 많이 합니다. 달리기나 자전거처럼 유산소 운동도 자주 하고 축구도 좋아합니다.”

    프로게이머 랭킹 1위 이영호

    이영호 선수. 팬들이 붙여준 그의 별명은 ‘최종병기’다.

    ▼ 대회가 있으면 몸무게가 줄어드나요.

    “예, 그렇습니다. 살이 쑥 빠져요. 2,3㎏은 빠지는 것 같습니다.”

    e스포츠에 관심이 없는 독자도 아마 억대 연봉시대를 처음 연 ‘임요환’ 선수는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선수로 뛰고 있는 임 선수가 정작 게임하는 모습을 보기란 쉽지 않다. 젊은 선수들이 주도하고 있는 게임에서 예선전 통과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한국에서 게임을 주도하는 두 사람은 이영호 선수와 화승 소속의 이제동 선수다. e스포츠 팬들은 두 선수의 성이 ‘이씨’라는 점에 착안해 둘을 ‘리쌍’이라고 부르고, 두 선수의 대결을 ‘리쌍록’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최근 두 선수는 2년 동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선두경쟁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이영호 선수는 랭킹 1위를 하다가 이제동 선수에게 11개월 동안 1위 자리를 물려준 뒤 최근 다시 1위에 복귀했다.

    ▼ 이제동 선수와 라이벌인데요.

    “실력이 저와 비슷하거나 저보다 잘한다고 생각합니다. 제동이형(이제동 선수는 이영호 선수보다 나이가 두 살 많다)과 게임을 하다보면 ‘어떻게 이런 식으로 할 수 있지’ ‘대단한 심리전이다’라며 감탄하면서 배울 때가 많아요. 경쟁을 많이 하면서 자극도 하고 서로 큰 발전을 이뤄요. 제가 살짝 부진하다가 최근 물이 바짝 올랐는데, 팬들이 재미있어합니다. 제동이형과는 경기에서 이길 때나 질 때나 얻는 게 많아요.”

    ▼ 프로게이머로서 언제가 가장 힘들었나요.

    “지난해가 가장 힘들었어요. 당시는 팀 성적이 좋지 않아 제가 혼자서 짊어져야 했어요. 그때 ‘소년가장’이라는 말도 들었지요. 개인성적은 좋았는데 팀성적이 좋지 않아서 팀성적이 반영되는 MVP 같은 상도 탈 수 없었지요. 그래서 조금 힘들었어요. 그런데 좋게 생각하니깐 요즘은 우리 팀이 1등이에요.”

    ▼ 혹시 ‘나는 잘하는데 동료들이 못해서…’라면서 섭섭한 생각이 들지 않았나요.

    “그 정도는 아니고, 조금 아쉽다 하는 정도였어요. 동료들 탓을 한다고 제게 좋은 것도 아니고. 그래서 팀원들이 모두 함께 노력을 했어요. 부족한 점을 보충하고 했더니 이제 팀성적이 1등이 된 거예요.”

    연소득 3억, 한 달 용돈 100만원

    ▼ 1년 소득은 얼마나 되나요.

    “연봉에 대회 상금을 포함하면 적게 벌 때에는 1년에 2억5000만원, 소득이 높을 때는 4억원도 가능해요. 지난해에는 3억원 정도 번 것 같아요.”

    ▼ 고등학생이 3억원을 벌어서 어디다 쓰나요.

    “제가 어려서 부모님이 모두 관리하고 있어요. 저는 용돈을 받아서 써요.”

    ▼ 한 달 용돈은 얼마나 받나요.

    “한 달에 100만원 받는데 주로 먹는 데 써요. 그런데 돈을 쓸 데가 별로 없어서 이 돈도 남아요.”

    ▼ 언제 가장 행복하나요.

    “팬들이 반응을 보일 때 제일 좋아요. 그 때는 제가 멋지게 느껴져요. 제가 게임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에요. 제가 잘하면 팬들이 좋아하고, 제가 못하면 팬들이 슬퍼해요.”

    ▼ 언제까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해보는 데까지 해보고 싶어요. 안 되면 그만둬야 하겠지만 대신 다른 사람에게 노력하지 않았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아요.”

    ▼ 얼마 전 공식 랭킹 1위에 복귀했는데….

    “운도 그만큼 따라줘야 해요. 요즘 제가 운이 너무 좋아요. 저를 응원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뭉친 것 같아요.”

    ▼ 한때 1등에서 2등으로 밀린 적이 있는데, 그때 어땠어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어요. 2위에서 다시 1위로 올라오려고 정말 노력했어요. 1년 만에 어렵게 복귀했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는 게 있다는 점을 이번에 실감했어요.”

    그의 손은 큰 편이다. 손이 크면 게임에 유리하다고 한다. 한쪽 새끼손가락이 곪아 있었다. 연습을 너무 많이 하면서 곪았는데, 손가락 상처는 프로게이머에게는 흔히 생기는 ‘직업병’이라고. 그는 요즘 바둑을 배우고 있다. 게임과 비슷한 점이 많아서 실력이 부쩍 늘고 있다고 했다.

    “저는 항상 게임만 생각합니다. 샤워할 때도, 밥 먹을 때에도 제가 머릿속으로 어떤 상황을 만들어서 혼자 ‘상상 속의 게임’을 합니다. 그런데 이게 재미가 있어요. 아마 강제로 하는 게임이 아닌, 마음속에서 하고 싶어서 하는 게임이어서 성적이 좋은 것 같습니다.”

    이지훈 KT 감독 인터뷰

    “프로게이머는 2,3일만 쉬어도 감각 떨어져”


    프로게이머 랭킹 1위 이영호

    이지훈 KT감독

    -프로게이머 랭킹 1위의 의미는 뭔가요.


    “현재 국내에서 프로게임단이 12개가 있고, 소속 게이머는 200명이 넘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성적이 좋은 선수를 의미합니다. 한국이 제일 잘하니까 프로게이머 세계 랭킹 1위라고 해도 됩니다.”

    -경쟁이 치열한가요.

    “경쟁이 워낙 치열해서 절대 강자가 없습니다. 상위 랭킹 10~20명은 계속 바뀝니다. 다만 이영호 선수와 이제동 선수는 지난 2년 동안 1위를 놓고 계속 경쟁해왔습니다.”

    -이영호 선수의 경쟁력은 뭔가요.

    “이 선수는 지금 고3으로 나이가 어리지만 제가 배울 게 많은 선수입니다. 승부근성도 있고, 최고 자리를 유지하면서도 남보다 연습을 더 많이 합니다. 게임을 제외한 다른 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그리고 게임에서 졌을 때 패배를 빨리 잊습니다. 다른 선수들은 한번 패배하면 거의 초상집 분위기인데, 이영호 선수는 달라요. 오히려 패배를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계기로 삼고 더 노력합니다. 그리고 다른 방식을 받아들여요. 이게 말은 쉽지만 실제로 이렇게 하기는 쉽지 않아요. 그게 이영호 선수의 강점입니다. 역대 최고의 선수입니다. 임요환 선수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입니다.”

    -프로게이머로서 중요한 경쟁력 요소는 뭔가요.

    “순간판단력과 민첩성이 중요합니다. 스타크래프트는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경우의 수가 수천, 수만 가지가 가능한 게임입니다. 이영호 선수는 타고난 순간판단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노력을 통해 경쟁력을 높였어요.”

    -바둑과 비슷한 측면이 있나요.

    “땅 따먹기란 측면에서 비슷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바둑은 생각할 시간이 있지만, 게임은 순간순간 바로 결정해야 합니다. 아차 하는 순간에 내 기지가 점령당해요.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승부를 내야 합니다. 바둑과는 다르게 실시간 대처해야 하고, 공격과 수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젊은층이 좋아합니다.”

    -프로게이머가 요즘 청소년에게 인기인데요.

    “이 말을 꼭해주고 싶어요.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없어요. 프로게이머가 되기도 힘들지만 프로게이머가 돼도 성공하기란 쉽지 않아요. 이른바 억대 연봉도 전체 프로게이머 중에서 20~30명 정도밖에 되지 않아요. 다른 스포츠도 마찬가지이지만 그 안에서 성공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스타크래프트가 국내에 소개된 지 12년이 됐는데 많이 바뀌었나요.

    “게임 전술이 많이 발전했습니다. 한때를 풍미했던 선수들이 이제는 따라가려고 해도 순발력이 떨어져서 안돼요. e스포츠의 전성기는 17~21세입니다. 두뇌 회전력, 체력 등이 가장 왕성할 때이기 때문입니다.”

    -그 연령대를 지나면 경쟁이 안 되나요.

    “안 된다고 하면 너무 잔인한 것 같고, 어린 선수와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이론적으론 뛰어나더라도 손이 따라주지 않아요. 그래서 우리도 중학생 쪽에서 새로운 선수를 발굴하려고 해요. 어린 선수들은 습득능력 자체가 달라요.”

    -프로게이머가 은퇴하면 어떤 일을 하나요.

    “보통 지도자를 가장 원하는데 아직 자리가 많지 않아요. KT는 그래도 코치가 3명이나 되지만, 코치가 한 명인 팀도 있어요. 그리고 방송에서 게임진행자나 해설자를 하는 사람도 있지요. ‘선수 이후’ 생활이 미흡한 점은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마니아 팬은 많아요. 대회가 열리면 TV시청률이 프로농구나 프로축구 정규시즌 경기 시청률보다 높을 때가 많아요.

    -힘든 점은 없나요.

    “여기에선 모든 코칭스태프가 새벽 1, 2시까지 자지 않고 훈련을 해요. 그러고도 모두 행복해 합니다. 그런데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한 편입니다. 제가 부모님 상대로 강연도 많이 했는데 중고생들이 프로게이머에 대해 환상을 갖는 것은 위험해요. 잘못하면 ‘PC방 폐인’만 될 수 있어요. 아무도 프로게이머 인생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없어요. 안될 때에는 과감히 포기할 수 있어야 해요.”

    -하루 10시간 이상 연습을 해야 경쟁력이 유지되나요.

    “그럼요. 하루에 10시간을 더 할 때도 많아요. 많이 하면 실력이 늘어요. 어느 수준에 올라가면 2,3일만 쉬어도 감각이 둔해집니다. 연습을 계속하는 이유는 일정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측면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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