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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에게 경영을 묻다 ④

공자의 인생에서 배우는 경영의 원리

  • 배병삼│영산대 교수·정치사상 baebs@ysu.ac.kr│

공자의 인생에서 배우는 경영의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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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자 어록 중 ‘극기복례’ ‘온고지신’ ‘화이부동’ 같은 표현은 현대인에게도 익숙하다. 공자가 자신의 일생을 몇 단계로 나눠 규정한 내용도 마찬가지다. 이를테면 40대를 불혹, 50대를 지천명의 연배라고 일컫는 것이 그러하다. 이번에는 공자가 회고한 자신의 일생을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2500년 동안 동아시아 사람들의 삶의 원리 기능을 해왔던 요소들을 추출해보자.
내,열다섯에 배움에 뜻을 세웠다네. 서른 살에 자립하였고 사십에는 의혹되지 않았지. 오십대에 천명(天命)을 알았고 육십에는 귀가 순해졌으며, 칠십에는 마음대로 해도 경우를 넘어서지 않았노라.

(子曰 “吾十有五而志于學. 三十而立, 四十而不惑, 五十而知天命, 六十而耳順, 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 논어, 2:4)

공자는 73세의 나이로 죽었는데, 노경에 이른 그가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면서 여섯 대목으로 나눠 단계마다의 특징을 요약하고 있다. 먼저 지우학(志于學)이라, 열다섯 살에 ‘배움에 뜻을 세웠다’고 했다. 열다섯이라면 지금 학제로는 중학교 2~3학년에 해당하지만 공자가 살던 시대에는 소학을 마치고 대학에 들어가는 나이였다. 요즘 식으로 당겨서 해석하면 공자는 오늘날 젊은이들과 비슷하게 대학에 입학하면서 자신의 인생길을 확정지었다는 뜻이 된다.

하면 공자가 뜻을 둔 공부는 어떤 것이었을까? 공자 시대의 교과목은 보통 육예(六藝)라고 해 의례(禮), 노래와 춤(樂), 활쏘기(射), 마차 몰기(御), 글쓰기(書), 셈하기(數)를 든다. 이것들은 남과 관계 맺기에 요구되는 예와 악, 국토방위에 필요한 기술인 활쏘기와 마차 몰기, 그리고 관리나 지식인으로서 업무를 처리하는 기예인 글쓰기와 셈하기 등 고대에 지식인이자 무예를 겸비한 성인남자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 기술들이다.

한편 육예를 텍스트 중심으로 구분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는 첫째 중국 고대의 시집인 시경(詩經), 둘째 중국 고대의 정치와 역사를 서술한 서경(書經), 셋째 국가와 계급 간에 지켜야 할 예의범절을 규정한 예기(禮記), 넷째 음악에 대한 이론서인 악기(樂記), 다섯째 점치는 책인 역경(易經), 그리고 공자의 고향나라 노나라의 역사책인 춘추(春秋)를 꼽는다. 실제로 공자는 지식의 저장고인 책에 대해서 몹시 소중하게 생각한 흔적이 있다.

공자 제자 자로(子路)가 ‘서경’을 읽어보지 않은 친구 자고(子羔)를 비(費)땅 책임자로 추천하여 임명하도록 하였다.

공자 말씀하시다. “저놈, 또 남의 자식 하나 잡겠구나!”

자로가 말했다. “백성들 있겠다, 사직이 있어 귀신들이 보호하시겠다, 그러면 되는 것이지 꼭 ‘서경’을 읽은 다음에야 정치를 배웠다고 하겠습니까?”

공자 화를 내며 말씀하시다. “내가 이래서 저 입치레만 번드레한 놈들을 미워한다니깐!” (논어, 11:24)

무사 출신으로서 용맹을 숭상하던 제자 자로의 생각으로는 책을 읽지 않고도 충분히 국가를 경영할 수 있다고 보지만, 공자는 책을 통해 합리적인 정치, 경영론을 배우고 익힌 다음에야 나라를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처럼 책을 중시한 공자의 생각은 최근까지 면면히 살아남아 책을 밟거나 훌쩍 뛰어 넘어가면 어른들에게 꾸지람을 듣는 풍속으로 남아 있다. 실은 이런 ‘책에 대한 숭배’, 아니 ‘배움과 익힘’에 대한 숭앙심은 오늘날 동아시아 국가들의 자본주의 발전 이유를 설명하는 개념인 ‘유교 자본주의’(confucian capitalism)라는 말 속에도 숨어 있다. 즉 한국· 대만· 중국 ·싱가포르 등 동아시아권 국가들의 유례없는 자본주의 성장 뒷면에는 유교문화의 전통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 전통 속에는 바로 ‘책에 대한 숭배’ ‘배움과 익힘에 대한 열정’이 원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뜻을 세워라

이렇게 보자면 시대변화에 따라 배우고 익히는 대상은 달라지지만 (즉 예악에서 영어· 수학으로, 또는 ‘말 몰기’에서 ‘자동차 운전’으로) 모르는 것을 배우고 그것을 몸에 익힘으로써 획득되는 기쁨의 크기와 질은 다를 바 없다. 여기에 ‘변치 않는 고전으로서 논어’의 의의가 있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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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삼│영산대 교수·정치사상 baebs@y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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