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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에게 경영을 묻다 ⑤

제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상대에게 베풀지 말라 그리하면 원망이 없을지니

  • 배병삼│영산대 교수·정치사상 baebs@ysu.ac.kr│

제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상대에게 베풀지 말라 그리하면 원망이 없을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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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도 자공이 이재에 밝은 장사꾼으로서의 자질을 갖춘 사실을 인정하고 있었다. “자공은 전업으로 삼지 않는데도 재화를 잘 기르고, 투기를 하는 데도 잘 맞힌다니까”(‘논어’, 11:18)라며 혀를 내두르는 표현에서 그런 인식이 잘 드러난다. ‘이재에 밝은’면은 실용적이고 실질적인 삶의 자세에서 비롯되었을 터. 이러한 실용주의적 삶의 태도는 허례허식이 되어버린 형식보다는 재물을 아깝게 여겨 곡삭(告朔)의 희생양을 없애려는 일화에서도 잘 나타난다.

자공이 곡삭례에 쓸 희생양이 아깝다고 없애려 하였다.

공자 말씀하시다. “얘야. 넌 양 한 마리가 그토록 아까우냐. 나는 이미 쓸모없이 되긴 했어도 오랜 전통을 가진 그 예(禮)가 아깝구나.”(‘논어’ 3:17)

‘곡삭례’란 매달 초하루에 건국자(노나라에선 주공(周公), 조선시대로 치자면 이성계)의 사당에 조촐하게 양 한 마리 잡아서 인사를 올리는 예다. 춘추시대가 되어 그 의의가 사라졌으므로, 자공은 이른바 ‘허례허식’을 쓸어내는 차원에서 곡삭례를 없애려고 하였던 것이다. 여기서 자공은 의미를 잃고 현실과 유리된 형식을 철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무엇 때문에 쓸데없이 제물을 낭비하느냐’는 것이다. 실질과 경제를 염려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공자는 형식 아래에 깔려 있는 의미, 즉 ‘예의 정신’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본다. ‘천년을 이어온 예가 아무리 쓸모없기로서니 양 한 마리보다 못할쏘냐’라는 개탄이 그것이다.

재산으로 스승의 이름 드높여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자공이 현대 경제학의 기초를 이해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자공이 공자에게 여쭈었다. “군자가 옥(玉)을 귀중하게 여기고 옥돌(珉)을 천하게 여기는 까닭은 무엇 때문입니까? 옥은 적고, 옥돌은 많기 때문입니까?” (‘순자’, 법행 편)

옥은 희소하기 때문에 귀하고, 옥돌은 흔하기 때문에 천하게 대접받는다고 보는 자공의 인식은 오늘날 경제학의 기초인 ‘희소성의 원칙’에 부합한다. 이렇게 재화의 운용 원리인 희소성의 원칙을 체득하고 있었기에 그는 대상인으로서 부유한 살림을 꾸릴 수 있었고, 또 그 재산을 바탕으로 공자의 이름을 세상에 널리 드높이는 일을 해낼 수 있었다. 사마천은 이 점을 두고 “무릇 공자의 이름이 널리 천하에 떨쳐지게 된 것은 자공이 보좌하며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이야말로 ‘세력을 얻으면 더욱더 세상에 드러나는’ 사람이 아니겠는가” (‘사기’, 화식열전)라며 자공을 기렸던 것이리라.

상인 출신이었던 만큼 자공은 언변과 화술에 뛰어났다. 공자가 그를 두고 “언어에는 자공”(言語, 子貢. ‘논어’, 11:2)이라고 손꼽을 정도였다. 여기서 ‘언어’란 오늘날 식으로 하자면 외교능력, 표현술, 설득력, 레토릭(rhetoric) 등을 뜻한다.

실제로 공자는 조국 노나라가 제나라로부터 침공당할 위기에 직면했을 때 다른 제자들을 마다하고 자공을 내세워 제후들을 설득하도록 했다. 그 정도로 공자는 자공의 정치적 · 외교적 능력에 대해 신뢰했다. 자공이 이 임무를 수행한 결과, “그가 한번 나섬에 노나라는 국체를 보전하고, 제나라는 위기에 봉착하였으며, 오나라는 파국에 직면하고, 진(晉)나라는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월나라는 패권국이 되었다. 자공이 한 번 순회하면서 세력들을 서로 부딪치게 하여 십년간 다섯 나라에 각기 다른 변화를 초래하였다”(‘사기’, 중니제자열전)라는 평을 얻었다.

이러한 자공의 외교적 능력과 정치적 감각, 그리고 탁월한 언변으로 말미암아 공자는 제자들의 재능을 가늠하는 자리에서 자공의 ‘외교적 능력’을 특별히 인정하였던 것이리라.

반면 능란한 표현력이 자칫 실제와 유리될 경우 신뢰성에는 금이 가게 마련이다. 이에 공자는 자공의 공교로운 구변에 대한 염려와 경고도 빠트리지 않았다. 자공이 군자(君子)의 정체성을 질문한 데 대해, “하고자 하는 그 말을 먼저 실천하고 난 다음 말이 따르는 존재”(先行其言, 而後從之. ‘논어’, 2:13)라고 퉁겨준 것은 자공의 능변을 견책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여길 만한 대목이다. 요컨대 말보다는 행동을 앞세우라는 경고다.

공자가 다른 데서 “교묘한 말과 꾸며대는 표정에는 인(仁)이 드물다”(논어, 1:3)라고 비판한 대목도 맥락을 같이한다. 공자가 보기에 자공의 언어 구사력은 충분하지만, 염려스러운 것은 자공이 언어의 신뢰성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까에 대한 점이었다. 공자 경영학의 핵심에는 신뢰에 대한 강조가 자리 잡고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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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삼│영산대 교수·정치사상 baebs@y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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