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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섭 기자의 아규먼트

한반도의 두 개의 뿔

  • 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한반도의 두 개의 뿔

  • 한반도에는 보이지 않는 ‘두 개의 뿔’이 있다.
  • 여론은 한쪽과 다른 쪽을 오가며 양분되고 있다.
  • 그것은 한 사람의 신념체계에도 들어와 혼란을 일으킨다.
한반도의 두 개의 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정은씨.

북한에 대해 식견이 있는 사람은 김정일 정권과 북한 주민은 다르다는 점을 이해한다. 5~10년마다 정권이 바뀌는 게 예사인 우리의 관점에서 북한의 정권 교체란 그리 대수로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김정일 정권의 실권(失權)을 원하지 않는다. 북한이 ‘관리 가능한 걱정거리’(미국 워싱턴포스트 5월28일자)로 계속 남아주기 바란다.

진짜 이유는 ‘지도자 동지’에 대한 일말의 기대나 ‘남북화해 평화통일’에 대한 순진한 믿음 때문이 아니다. 김정일 정권 붕괴 시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 도무지 예측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평양에 친중(親中) 정권이 들어서거나 북한이 중국에 예속되어 한반도의 절반이 중화권으로 편입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김정일 정권의 유지를 원하는 본질적 동력이다. 김정일 정권이 중국세(勢)로부터 북한의 영토와 민족을 지켜내는 현실적인 세력이라는 믿음, 이것이 한반도의 첫 번째 뿔이다. 북한을 도와주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진보 진영은 이런 점에서 민족주의적 성격이 있다.

진보 진영의 우려

그러나 김정일 정권에 대해 정반대의 믿음이 존재한다. 이미 김정일 정권은 친중 정권이라는 ‘좀비’가 되고 북한의 중국 예속화는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한반도의 두 번째 뿔이다.

기 소르망은 “북한은 중국에 경제적으로 종속되어 중국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그것은 북한을 붙들어 매어 통일한국을 방해하는 데 쓰인다. 북한이 라진항을 중국에 10년간 내주기로 한 건 영토의 일부를 빌려 통치하는 조차(租借)로 비친다.(연합뉴스 3월8일자 보도) 중국은 물적·도덕적 헤게모니를 상실해가는 김정일 정권이 근근이 버틸 정도만 도와주는 상태를 ‘한반도의 안정’으로 간주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주변국(북한)이 중심국(중국)을 통해서만 대외경제에 주로 연결되는 제국주의(Imperialism) 양태가 지구상에서 북·중 관계에만 거의 유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자문형 법치’ ‘권위주의적 협의’ 등 민주주의의 외피만 쓴 일당 독재인 중국 당국이 북한의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이나 북한 주민의 인권과 삶의 질에 그리 관심을 보일 것 같지 않다. 한민족 전체의 입장에선 ‘이기적인 보호국’과 ‘그 국가에 의탁한 종속정권’으로 인해 한반도 절반의 활동무대인 북한강역의 원시적 퇴보를 지켜만 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정권의 3대 세습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떠올랐다. 5월 북·중 정상회담에서 후진타오 중국 주석은 내정간섭과 3대 세습 추인을 ‘일괄타결’하자는 듯한 발언을 하고 김정일 위원장은 흔쾌히 동의했다. 김광진씨는 연구보고서에서 북한이라고 해도 2대 세습에 비해 3대 세습은 더 어려운 일이라고 분석했다. 김일성 유일지도체제보다 김정일 체제의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점, 김일성의 후광보다 김정일의 후광이 약하다는 점, 우상화와 업적 쌓기 과정이 거의 없다는 점, 2대 세습 땐 경제여건이 좋았지만 지금은 최악이라는 점, 2대 세습 때는 외부의 인정을 받았지만 지금은 전혀 인정받지 못하는 점, 2대 세습 때는 인민의 지지가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없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김정은 정권이 부를 암울한 미래

북한에서 김정은 정권이 출범한다면 그 정권은 정당성이 더 허약한 정권이고 비례적으로 중국 의존성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사실상 종주국’(동아일보 5월6일 보도)인 중국에 불리하지 않아 보인다. 제임스 짐머만은 “중국은 김정일의 후계자를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한반도의 두 개의 뿔은 중국이 8000만 한민족의 현실적 위협임을 공통적으로 지목하고 있지만 우리가 통일된 액션을 취하는 걸 방해한다.

신동아 2010년 7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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