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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문회는 조선 당쟁을 닮고 있다

  • 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인사청문회는 조선 당쟁을 닮고 있다

“한국인은 일본인에 비해 권력자의 사소한 도덕적 흠결도 잘 용서해주지 않더라.” 일본에서 유학한 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말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한국인은 ‘사람은 선(善)하게 태어났다’는 ‘성선설’을 주로 따르기에 작은 흠결도 엄하게 다룬다. 반면 일본인은 ‘성악설’에 가깝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은 본래 악한 존재이고 권력자도 사람이므로 이해해줄 수 있다’고 본다. 일본인이 예의바른 것 역시 ‘사람은 악한 존재이므로 피차 서로 기분 나쁘지 않게 대하는 것이 좋다’는 성악설에 기인한다.

그런데 ‘선’이 반드시 좋은 것이고 ‘악’이 반드시 나쁜 것일까? ‘성악설’의 ‘악’이란 실제로는 심리학자 프로이트가 말하는 ‘욕망’에 가깝다. 그렇다면 욕망이 나쁜 것인가? 경제학에선 ‘욕망’을 ‘수요’라고 한다. 수요는 ‘시장(market)’을 형성하고 ‘자본주의(capitalism) 세계’를 만든 원동력이다.

영국 유학도 한 김 교수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면 세계에서 ‘성선설의 국가’는 종주국보다 유교 교조주의에 더 심취한 역사의 한국, 서양 최고의 도덕원리주의인 청교도에 의해 건국된 미국 정도다. 상대적으로 일본과 유럽의 대다수 나라는 ‘성악설의 국가’다.

‘성선설 국가’와 ‘성악설 국가’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고위 공직 후보자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는 나라는 성선설의 국가인 한국과 미국으로 대표되는 점이다. 특히 한국에선 ‘인사청문회 제도 자체’ 혹은 ‘철저한 도덕성 검증’을 ‘민주주의’와 동일시하는 신념이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신념이 민주주의 발생지인 영국에선 유통되지 않는다.

영국에서 근무하다 최근 귀국한 김강모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한국처럼 체계적으로, 면밀하게 신임 장관들의 세세한 약점을 들춰내는 일이 영국에선 일어나지 않는다. 주로 국민생활에 직결되는 정책이나 신념이 정치적 담론이 된다”고 두 나라를 비교한 인상을 전한다. 일본에서 간 나오토 내각의 장관들이 도덕성 검증을 받거나 그 문제로 낙마했다는 뉴스는 없다.

인사청문회가 공직 청렴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데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기자가 문제삼고자 하는 점은 ‘철저한 도덕성 검증’을 ‘지고지순한 선’으로 맹신하는 우리 사회의 교조주의 풍토다. 지금까지 어느 언론도, 어느 정치인도 “철저하다 못해 과했던 건 아닐까”라는 다른 목소리를 낸 적이 없다. 이렇게 한 사회 전체가 한 방향으로 쏠리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적(敵)’이다.

기자가 ‘신동아’ 2005년 4월호에 ‘장관급 인사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보도할 때 편집실 내부에서 회의가 있었다. 기사에 ‘투기’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정하자는 거였다. 주민등록법(위장전입), 농지법 등 법률 위반과 시세차익 의도가 반드시 포함된 부동산 매매에 한해서만 ‘투기’라는 용어를 쓰되, 그것도 ‘투기 의혹’으로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고위 공직자가 일반인에 비해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부동산거래가 재산증식 수단으로 만연해 있는 게 사회 현실인 상황에서 적법한 거래에까지 ‘투기’ 낙인을 찍는 건 과하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인사청문회의 ‘투기’ 기준은 적법, 불법을 가리지 않는다. 청와대가 청문회를 접하고 만든 200가지 자기검증항목에 ‘특급호텔 결혼식 여부’도 들어 있었다. 이참에 한국을 ‘21세기 유교국가’로 만들 태세다.

사회를 병들게 한다

야당은 왜 철저하다 못해 과도하게 검증하는가? 그들이 선하기 때문에? 지금의 인사청문회는 조선시대 당쟁의 재현(再現)으로 흐르고 있다. 인사청문회와 당쟁은 도덕론을 무기로 상대를 공격하는 권력투쟁이라는 점에서 똑같다. 입만 열면 도덕, 도덕을 말하지만 실제는 추한 싸움이다. 이 탓에 잠재적 공직 후보군(群)인 우리 사회의 모든 엘리트는 자기도 한두 가지 안 걸리는 게 없다는 걸 깨닫고 좌절과 열등감을 느끼게 된다.

인사청문회는 조선 당쟁을 닮고 있다
지나침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고위 공직자도 욕망을 가진 사람이고 그들에게도 숨 쉴 공간을 주어야 한다. 정파적 이해관계든, 다른 의견을 개진하지 못하는 비겁함이든, 모든 엘리트를 ‘성인군자 신드롬’에 가둬두는 ‘도덕적 전체주의’ 건설에 동조한다면 그 괴물은 당쟁이 조선을 망하게 했듯 우리 사회를 병약하게 만들 것이다.

신동아 2010년 10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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