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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근 기자의 세상 속으로 풍덩~ ⑧

이 바보들아, 문제는 콘텐츠야!

여덟 번째 르포 : 문학구장 습격사건

  • 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이 바보들아, 문제는 콘텐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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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보들아, 문제는 콘텐츠야!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1982년은 각별하다. 야간 통행금지를 해제한 그해 프로야구가 시작됐다. 우범곤 순경 총기 난사 사건에 놀라고, 복서 김득구가 죽어 가슴을 쓸어 내린 것도 그해다.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난 우리는 학교가 파하면 해태 브라보콘을 사 먹었다. 브라보콘 포장을 뜯으면 야구선수 사진이 나왔다. 100원 동전 두 개를 주고 브라보콘을 구입할 때마다 설레었다.

누굴까?

박철순이다!

나는 OB 베어스 회원이었다. 5000원을 내고 가입하면 야구점퍼, 야구모자, 사인볼 같은 걸 줬다. 야구점퍼를 걸치지 않으면 학교에서 소외받는 시절이었다.

우리 학교엔 MBC 청룡 점퍼가 판쳤다. 파란 바탕에 청룡 그림을 새긴 촌스러운 디자인이 기억난다. “곰을 그려 넣은 OB 점퍼가 예뻤다”고 확신한다.

불멸의 기록

부잣집 아이들은 브라보콘을 하루에도 여러 개씩 사 먹었다. 구단별로 선수를 정리해 5개 구단 컬렉션을 꾸린 녀석도 있었다.

왜 5개 구단이냐면?

유치하고 졸렬하게도, 치사하고 쩨쩨하게도 롯데 자이언트 선수 사진은 없었다. 아이들은 컬렉션을 완성하고자 사진을 교환했다. 구슬 딱지 현금이 오갔다. 스타플레이어보다 무명 선수 사진이 귀해 비싸게 거래됐다.

인호봉 금광옥 같은 선수 사진을 뽑으면 대박이었다. 삼미 슈퍼스타즈 선수 사진은 희소가치가 컸다. 선수 이름도 웃겼다. 기명(奇名) 전통은 삼미에서 오랫동안 이어졌다.

소설가 박민규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야구팀 멤버이던 이분들의 존함을 경건하고 거룩한 마음으로 읽어달라”면서 이렇게 썼다.

이 바보들아, 문제는 콘텐츠야!
① 금광옥 : 어떤 광물(鑛物)의 일종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아니다. 배번은 22번, 포지션은 포수였다.

② 인호봉 : 인수봉 주변 산봉우리 명칭일 것 같지만, 역시 아니다. 배번은 31번, 포지션은 투수였다.

③ 감사용 : 새로 발견된 공룡의 학술적 명칭인가, 하겠지만 그럴 리가. 배번은 26번, 포지션은 투수였다.

④ 장명부 : 장부나 숙박부의 일종이라 착각하기 쉽지만, 아니다. 배번은 34번, 포지션은 투수였다.

⑤ 정구선 : 정구 경기장의 라인을 일컫는 말 같지만, 역시 아니다. 배번은 23번, 포지션은 2루수였다.

⑥ 정구왕 : 정구의 챔피언을 뜻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그럴 리 없다. 배번은 17번, 포지션은 외야수였다.

⑦ 김바위 : 할 말 없다. 어쨌든 배번은 25번, 포지션은 1루수였다.

박민규 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이들을 위한 헌사다. 삼미는 1할2푼5리라는 ‘불멸의 승률’을 남기고 1982년 후기리그를 마친다.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떠도 삼미는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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