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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영 변호사의 알아두면 돈이 되는 법률지식 ⑦

사기 당하긴 쉬워도 사기죄 걸긴 어렵다

사기 당하긴 쉬워도 사기죄 걸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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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돈을 꿔줬다가 떼인 경험을 일생에 한 번쯤은 해볼 것이다. 금액이 얼마 되지 않거나 돈을 빌려간 사람과 특별한 관계라면 그냥 덮고 넘어가기도 하겠지만, 법정 싸움으로 비화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변호사 사무실에 상담을 의뢰하는 사건 중에도 ‘돈을 떼이게 됐는데 채무자를 사기죄로 잡아넣을 수 없겠느냐’는 사례가 흔하다.

‘돈 떼인 사람은 버스 타고 다니는데 돈 떼먹은 사람은 외제차 타고 다닌다’는 말도 자주 듣는다. 외제차를 굴리고 다니면서도 ‘갚을 돈 없다’고 버티는 채무자를 보면 채권자로선 피가 거꾸로 솟고 화병이 도질 만도 하다. 그래서 “빌려준 돈은 못 받아도 좋으니 저런 악질 채무자를 감방으로만 보내달라”며 치를 떨기도 한다. 꿔준 돈을 회수할 수 있을지도 불분명한 마당에 자기 주머니에서 변호사 수임료 수백만원을 또 꺼내 들고 채무자에 대한 형사절차를 처리해 달라고 하소연하는 채권자들을 대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렇게 추가로 돈을 들여 사건을 의뢰했어도 바라던 대로 채무자를 형사처벌해 감방에 보내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결과가 나오면 채권자는 크게 실망하게 마련이고 ‘도대체 무슨 법이 이런가’ 하며 우리 사법제도를 불신할 것이다. 이번 호에는 돈 거래를 둘러싸고 일어날 수 있는 사기죄에 대해 알아본다.

못 갚으면 무조건 사기?

2009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의 고소사건은 47만2177건인데, 이 가운데 사기죄 고소사건이 35만6559건으로 75%를 차지했다. 그런데 사기죄로 고소한 사건 중 80% 이상이 무혐의 등으로 불기소처분을 받고 단 20%만이 기소되어 형사재판으로 넘어갔다. 형사재판으로 갔다고 해서 모두 유죄판결을 받는 것이 아니므로 결국 사기죄 고소사건 중 유죄판결을 받는 비율은 10건 중 2건 미만인 셈이다.

사기죄 고소사건이 이렇게 많은 이유는 민사소송을 통해 돈을 돌려받으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간과 비용면에서 민사소송보다 훨씬 유리한 형사절차를 진행, 잘만 되면 채무자가 형사처벌을 면하기 위해서라도 돈을 갚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이러한 고소사건을 소위 민사분쟁형 고소사건이라고 한다. 또한 돈을 꿔간 사람이 돈을 안 갚으면 당연히 사기죄로 처벌받을 것으로 여기고 고소를 제기한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는 사기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다.

돈을 떼일 위험에 처한 사람의 처지에서는 경찰이나 검찰이 막강한 공권력을 동원해 자기 대신 돈을 받아줄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하지만 수사기관에 그렇게 친철한 서비스를 바랄 수 없도록 돼 있는 것이 법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사기죄는 어떤 때 성립하는 범죄일까. ‘사기(詐欺)’라 함은 다른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 또는 이익을 취하는 행위를 말한다. 여기서 ‘기망’이란 거짓말을 해서 다른 사람을 착오에 빠뜨리는 것을 뜻한다. 애시당초 갚을 능력도 없고 갚을 생각도 없으면서 일주일이나 한 달 안에 갚겠다고 거짓말을 하고 돈을 빌려간 경우가 사기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는 다른 각도에서 보면, 돈을 꿔갈 때는 갚을 생각을 하고 꿔갔는데 어쩌다 보니 사업이 어려워져 돈을 못 갚을 상황이 된 경우에는 사기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돈을 꿔갈 때 그것을 갚을 능력이나 의사가 있고 없고는 채무자의 속사정인데 그것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다는 말인가. 우리 법원은 돈을 꿔갈 당시 채무자의 재산 상태를 기준으로 사기죄 여부를 판단한다. 법원이 사기로 판단한 몇 가지 사례를 보자. 아래와 같은 경우에는 채무자가 돈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는데도 돈을 빌린 것으로 간주했다.

■ 채무자가 돈을 빌릴 당시 이미 빚이 재산보다 많은 채무초과 상태(채무자가 신용불량자 상태인 경우도 당연히 포함된다)였는데도 이러한 사정을 숨긴 채 돈을 빌린 경우

■ 채무자가 발행한 어음의 부도가 임박했는데도 새로 돈을 빌린 경우

■ 채무자가 채무자의 다른 채권자로부터 압류 등 강제집행을 당할 즈음에 돈을 빌린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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