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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남북 현대사의 10대 비화 ⑦

美, 또 소극적 보복… 한국군은 北 초소 박살

8·18 도끼만행 사건

  • 오세영| 역사작가, ‘베니스의 개성상인’ 저자 |

美, 또 소극적 보복… 한국군은 北 초소 박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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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에블로호 납치, EC121 정찰기 격추. 해상과 공중에서 거듭 미국의 허를 찌른 북한은 1976년, 이번엔 육상에서 미국의 뺨을 후려쳤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미루나무 가지치기 작업을 하던 미군을 급습, 2명의 미군 장교를 살해한 것. 이번만큼은 미국도 강경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으나 결국 미루나무 제거라는 상징적 보복에 그치고 말았다. 오히려 한국군 특전사 요원들이 미군 몰래 북한군에게 본때를 보여줬다.
美, 또 소극적 보복… 한국군은 北 초소 박살

1976년 8월18일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현장.

유난히 더웠던 1976년의 여름은 8월로 접어들면서 폭염을 더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유엔 측 제3경비초소에 이른 경비중대장 아서 보니파스 대위는 흐르는 땀을 닦으며 미루나무를 올려다보았다. 엄청나게 큰 키에 무성한 잎은 시계(視界)를 완전히 가리고 있었다.

“제5경비초소에서 전혀 관측되질 않겠는 걸.”

“그렇습니다. 제3경비초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부중대장 마크 바레트 중위가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세칭 ‘돌아오지 않는 다리’ 바로 앞에 있는 유엔 측 제3경비초소는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초소로 통하는 곳이다.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사이에 두고 대치한 북한 측 제4초소에서 수시로 도발을 감행하는 상황에서 퇴로가 북한 측 제8경비초소와 제5경비초소에 막혀 있어 마치 적지 한가운데 고립된 형국이었다. 그래도 그동안 큰 사고 없이 지낸 것은 언덕 위의 유엔 측 제5경비초소에서 제3경비초소를 관측하고 있다가 이상이 감지되면 즉시 경비병력을 출동시켰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문제가 생겼다. 제3경비초소 부근에 커다란 미루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가지가 무성하게 자라면서 제5경비초소에서 제3경비초소를 제대로 관측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가지를 쳐야겠다. 노무자들을 부르게.”

미루나무를 한 바퀴 돌아보고 보니파스 대위가 결정을 내렸다

“경비장교 회의가 열릴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장소가 장소인 만큼 바레트 중위는 신중하게 행동할 것을 권했다.

“그럴 필요 없어. 즉시 작업을 지시하게.”

보니파스 대위는 더 생각할 필요 없다는 듯 성큼성큼 지프로 향했다. 지프는 언제라도 출발할 수 있게끔 방향을 튼 채 시동을 걸어놓고 있었다. 그만큼 제3경비초소는 긴장이 감도는 곳이다.

신중한 성격의 보니파스 대위가 그답지 않게 서두르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는 한국 근무 임기가 만료된 상태로 후임자도 이미 도착해 있었다. 그래서 후임자에게 어려운 일을 남겨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또 하나는 미루나무가 있는 위치가 유엔군 측에서 관할하는 구역이기 때문이다. 판문점 안에 분계선이 생긴 것은 1976년 8월18일에 일어난 이른바 ‘도끼 만행’ 이후의 일이다. 그전에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안에서는 유엔 측과 북한 측이 자유롭게 오갔고 필요한 곳에 경비초소도 설치해놓고 있었다.

공동경비구역 안에서는 통행이 자유로웠지만 그래도 잠정적으로 정해놓은 분계선이 있었다. 그런데 문제의 미루나무는 묘한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도면상으로는 분명히 유엔 측 관할구역이지만 눈으로 보기에는 꼭 북한 측 관할처럼 보인 것이다. 물이 높은 곳으로 흐르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은 제주도에만 있는 게 아니다.

지프는 속도를 높이며 제3경비초소를 빠져나왔다. 지원기지까지 가는 동안에 북한 측 제8, 제6, 그리고 제7경비초소를 지나쳐야 하는데 그 앞을 통과할 때마다 북한 경비병들의 사나운 눈초리가 느껴졌다. 그만큼 유엔 측 제3경비초소는 외진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쇠못 구두’의 사나이

북한 측 제5초소는 한국적십자 건물 바로 앞에 위치해서 도발적으로 출입문을 노려보고 있다. 그곳에서 보니파스 대위 일행을 줄곧 감시하고 있던 북한 판문점 경비대 소속 박철 중위는 신경질적으로 쌍안경에서 눈을 뗐다.

“저 미제국주의 놈들이 왜 저기서 어물쩍거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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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영| 역사작가, ‘베니스의 개성상인’ 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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