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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 한 장에 담긴 희망과 나눔

복권기금

  • 최호열| 동아일보 출판국 전략기획팀 기자 honeypapa@donga.com |

복권 한 장에 담긴 희망과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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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복권기금 연 1조원. 적십자회비 20배 규모
  • ● 복권판매액 42% 저소득층 서민 위한 사업에 사용
  • ● 복권은 사행사업 아닌 나눔의 기쁨을 주는 건전레저
  • ● ‘복권 및 복권기금법’ 개정으로 복권기금 효과적 배분 가능
  • ●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같은 복권기금 랜드마크 사업 필요
복권 한 장에 담긴 희망과 나눔
지난해 말 복권위원회에서 발표한 복권에 대한 인식조사보고서(한국갤럽, 전국 19세 이상 1009명)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절반가량이 1년에 한번 이상 복권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주 복권을 구입하는 경우도 22%가 넘었다. 영등포구에 사는 조길호(52)씨도 주택복권 시절부터 꾸준히 복권을 사고 있는 복권 마니아다. 로또복권은 물론 추첨식 팝콘복권, 즉석식 스피또복권 등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양복주머니에서 낙첨된 복권이 나오기 일쑤. 그때마다 아내는 “당첨도 안 되는 복권말고 나에게 투자하라”며 핀잔을 준다. 딸아이도 “로또복권에 당첨될 확률은 814만분의 1로, 한 사람이 벼락을 서너 번 맞는 것보다도 더 희박하다는데, 무엇하러 되지도 않는 데 돈을 쓰느냐”며 타박하곤 한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복권에 투자한 돈을 다 합하면 집 한 채는 아니어도 자동차 한 대는 너끈히 샀을 것이다. 조씨는 왠지 다른 사람만 부자 만들어준 것 같아 배가 아프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오늘도 발걸음이 복권방으로 향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가 복권을 사는 이유는 ‘대박’이나 ‘인생역전’을 기대하는 사행심 때문만은 아니다. 일확천금을 꿈꿨다면 카지노나 경마, 아니면 주식투자를 했을 것이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50.6%만이 ‘복권은 사행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지노 95.4%, 경마 94.9% 등과 비교해 현저하게 낮은 것은 물론 ‘주식투자는 사행성이 있다’는 응답 비율(69.7%)보다도 낮은 수치다.

단돈 1000원으로 얻는 즐거움

조씨를 비롯한 복권애호가들에게 복권은 별다른 희망이 보이지 않는 현실에서 일주일을 즐겁게 견딜 수 있게 하는 소중한 존재다. 물론 주말이면 낙첨 사실을 확인하고 잠시 실망하지만, 이내 월요일이면 ‘이번 주엔…’ 하는 즐거운 상상을 안겨준다. 조씨는 “단돈 1000원으로 이런 즐거움과 희망을 주는 게 또 뭐가 있느냐”고 반문한다.

얼마 전 조씨는 복권을 사야 하는 큰 즐거움 하나를 더 알게 됐다. 가족과 함께 텔레비전을 보던 중 가수 겸 탤런트로 활약하는 이승기가 나오는 복권기금 광고를 보고서다. 자주 가는 복권방 주인의 말로는 복권기금이 올해로 10조원을 넘었다고 한다. 10조원이면 올해 은행권 전체의 예상 순이익, 또는 초일류기업이라는 현대기아차의 올해 예상 순이익과 맞먹는 큰 규모다.

복권 판매액의 절반 정도가 당첨금으로 지급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나머지 수익금은 어떻게 사용되는지 조씨는 알지 못했다. 복권판매회사가 가져가거나, 정부에서 쌈짓돈 빼먹듯 제 맘대로 사용할 것이라고 추측했을 뿐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복권판매액 일부를 기금으로 조성해 공익사업에 사용해왔다니, 조씨는 ‘복권기금’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다문화 가정 등 소외계층 지원

복권기금은 복권 판매액에서 일정 비율을 적립해 소외된 이웃을 위해 사용하도록 법으로 정한 공익기금이다. 그 비율이 42%에 달한다. 우리가 1000원짜리 복권 한 장을 사면 420원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는 셈이다. 42%는 공익기금 조성을 목적으로 한 국내 다른 산업(경마 3%, 카지노 18%, 스포츠 토토 15~30% 등)은 물론, 다른 나라 복권기금(미국 33.4%, 대만 26.7%, 홍콩 15%, 일본 39.8% 등)에 비해서도 높은 비율이다.

복권기금을 관리, 운영하는 복권위원회 사무처에 따르면 여기에 복권기금 운용으로 발생하는 수익금과 찾아가지 않아 소멸시효가 지난 당첨금이 더해져 연 1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국민이 자발적으로 내는 적십자회비가 연 500억원 정도이니, 그 20배에 달하는 큰 규모다. 1조원은 아이폰(40만원 기준) 250만대, 쏘나타 승용차(2000만원) 5만대, 서울지역 109㎡(33평) 아파트(평균 4억5000만원) 2200여 채와 맞먹는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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