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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의 크로스(CROSS) 인문학 ③

‘내 가족만은…’식의 가족 이기주의가 고위험사회, 탈법공화국 부추긴다

  • 장석주| 시인 kafkajs@hanmail.net

‘내 가족만은…’식의 가족 이기주의가 고위험사회, 탈법공화국 부추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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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험사기극을 꾸미다 실수로 어머니를 죽인 경찰간부, 전관예우 문제와 부동산 투기의혹으로 낙마한 감사원장 후보자, 서로 다른 두 사건에서 가족이기주의의 유령을 본다.
  • 공익이 아니라 사익을 섬겨 제 몸을 살찌우는 이기주의.
  • 이 유령은 사람됨, 이타주의, 품격은 싫어하고, 그 대신에 낙하산 타고 요직 차지하기, 뒷돈 받아 챙기기, 개발 정보 빼내 돈 될 만한 땅 사재기, 원칙주의에 물타기 따위를 좋아한다.
  • 가족부양이란 이름으로 자행되는 각종 불법과 탈법으로 우리 사회가 멍들어간다.
‘내 가족만은…’식의 가족 이기주의가 고위험사회, 탈법공화국 부추긴다
연초에 전혀 성격이 다른 두 가지 뉴스에 주목했다.

하나, 경찰간부 A씨가 제 어머니를 살해한 사건이다. 그동안 계좌와 행적 추적을 통해 밝혀진 것은 A씨 어머니가 최근 주식투자에 지나치게 몰두하고, 그 과정에서 상당한 빚을 졌다는 것이다. 어머니가 주식투자 실패와 여기저기서 끌어다 쓴 사채 이자로 허덕이는 것을 보고 A씨는 보험설계사로 일한 어머니와 상의해서 척추장애 때 6000여만원을 보상받는 보험에 들고 범행에 나선다. A씨는 가족에게는 강도사건으로 어머니 척추가 다쳤다고 설명하고 보험회사에는 뺑소니 사고로 위장하려 했다고 진술한다. 여러 가지 의문점이 있지만, 핵심은 경찰간부 A씨가 주식투자 실패로 생긴 어머니의 빚을 갚으려는 목적으로 보험사기를 치려다가 사고로 어머니를 죽게 한 엉뚱한 패륜사건이다.

다른 하나, 감사원장 후보자로 지명되었다가 주저앉은 사람의 이야기다. 그는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을 유지해왔고, 공직기강 분야의 깊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매사에 공정하고 소신 있는 자세로 어떤 외압에도 흔들림 없이 맡은 바 소임을 훌륭히 수행해왔다”고 주장했지만, 야당은 물론이거니와 여당 내부에서도 전관예우 문제와 관련해 치명적인 흠결이 있다는 여론이 일어 자진 사퇴의 형식으로 물러났다. 그는 검사로 있을 당시 15년간 9차례 이사를 다녔다. 이사가 아니라 서류상의 전출입신고였다. 부동산 투기 혐의가 따를 수밖에 없다. 두루미는 미역 안 감아도 새하얗고 까마귀는 먹칠 안 해도 새까맣다는 명언을 남긴 그였지만 인사청문회에 설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낙마했다. 그가 저 혼자 잘 먹고 잘살자고 위법을 저지른 것은 아닐 터다. 한 집안의 식솔들을 거느린 가장으로서 부양책임의 무거움을 가졌고, 아마도 그 무거움이 그를 법이 정한 것을 넘어서서 행동하도록 했을 것이다. 그 탈법 뒤에는 가족이 있다.

아들, 새로운 현실

가족이란 대개는 한지붕 아래 사는 부모와 자식들로 이루어진, 혈연관계로 묶인 소집단을 가리킨다. 아버지의 슬하를 떠나 한 여자와 결혼을 하고 아들을 낳았을 때 나는 하나의 가족을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다. 아들이 태어났을 때 나는 기뻤고 다른 무엇보다 나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작고 무력한 존재가 나타났음을 깨달았다. 이제까지 내 삶은 내 자아의 만족을 위해서만 살아왔다. 젊은 시절에 자아는 내가 감당해야 할 유일한 현실이었다. 아들의 탄생은 내가 감당해야 할 새로운 현실이 생겨났음을 뜻한다. 그것은 나의 삶이 그전과는 달라져야만 한다는 확실한 이유가 되었다.

“나는 내 측근이 아닌 이상 타인에 대한 열정은 없다. 오직 나의 존재만이 내게 명백하고 본질적이며, 그것만이 내 관심을 받아 마땅하다. 아이를 갖는다는 것은 자아를 유일한 현실로 삼으려는 이런 성향과 일상생활에서 항구적으로 싸워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티에리 타옹, ‘예비 아빠의 철학’)

나는 가족 안에서 아버지라는 위치를 점유한다. 내게 슬하의 식구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일을 해야만 하는 의무가 있음을 뜻한다. 가족을 부양하는 것은 그 어떤 이유로도 태만하거나 방기할 수 없는 숭고한 의무다. 나는 왜 아버지가 되려고 했을까? 나는 내 자아와 꿈과 의식을 옥죄는 아버지의 구속에 반항했던 사람이다. 나는 아버지의 원칙, 아버지의 가치관, 아버지의 훈육에 반발해서 가족에서 탈주한 청년이었다. 나는 혼자 불안정하게 떠돌았다. 존재 기반의 불안정에 지칠 무렵 나는 안정을 찾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가족을 만들었다.

“나는 아들이 내 인생의 전부가 되어 이제부터 나의 삶이 오로지 그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내가 오직 아들만을 위해 살게 될 가능성을 경계한다. 자아를 상실하고 아버지로서의 역할에 병적으로 시달리는 노예가 되어, 자기 아이들을 위해 전적으로 희생하는 인간이 된다는 것은 우려스러운, 심지어 두려운 일이다.”(티에리 타옹, 앞의 책)

나는 ‘아버지로서의 역할에 병적으로 시달리는 노예’가 되지는 않았지만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 서른 해를 살았다. 나는 아버지가 되려는 모험에 뛰어들기 전에 아버지 노릇이 무엇인지에 대한 숙고를 하지 못했다. 그랬기 때문에 아마도 나는 좋은 아버지가 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즉 “자아는 사라지고, 대개의 경우 아버지는 자기 문제와 피로와 의문을 혼자 짊어져야 한다”(티에리 타옹, 앞의 책)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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