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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로 판단되면 재소자 면회가 안 됩니다”

교정당국의 근거 없는 접견방해

  • 한상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reenfish@donga.com

“취재로 판단되면 재소자 면회가 안 됩니다”

지난 3월23일 오후 3시30분경, 기자는 서울 영등포구치소에 수감된 미결수 서OO(47)씨에 대한 일반접견(56회차)을 신청했다. 서씨는 마약류관리법위반(향정)죄로 2009년 11월 구속된 사람이다. 서씨의 지인과 동행한 기자는 일반접견 신청서에 수용자의 ‘지인’이라고 썼다. 기자는 서씨에게서 몇 차례 편지를 받은 바 있다. 서씨는 주로 마약(히로뽕)과 관련된 자신의 경험이나 검찰·경찰의 마약수사 방식의 문제점 등을 적어 보냈다. 기자는 서씨의 도움을 받아 검찰의 마약수사와 관련된 기사를 쓰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기자는 서씨를 만나지 못했다. 영등포구치소 측이 기자의 접견을 허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등포구치소 총무과장은 접견을 기다리던 기자를 부른 뒤 “기자라는 걸 안다. 취재하러 온 것 아니냐. 그래서 접견을 허가할 수 없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기자가 “편지 왕래를 하는 사이다. 안부를 묻기 위해 왔다. 그리고 내가 기자라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나. 취재 목적이라 해도 누구에게나 개방돼 있는 일반접견을 방해할 수는 없다”고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총무과장은 “취재 목적일 것이라고 과장님이 추정하고 판단하면 일반접견을 막을 수 있나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네, 이 일로 내가 어떤 불이익을 받는다 해도 다 감수하겠습니다. 저는 소위 기자들을 믿지 않습니다. 그냥 돌아가세요”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결정을 할 수 있다는 법조항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건 없다”고 했다.

총무과장은 접견을 불허하는 근거라며 기자에게 ‘교정관련 취재, 촬영 등에 관한 업무처리 기준 시달’이라는 법무부 공문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그 공문은 언론사의 정식 취재요청에 대한 처리지침일 뿐 취재요청을 하지 않은 기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것이었다. 기자는 영등포구치소 측에 구치소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그것도 거절당했다.

“소위 기자들을 믿지 않는다”

4월6일, 기자는 영등포구치소에서 겪은 일과 관련해 법무부에 정식으로 질의서를 보냈다. 영등포구치소가 기자의 개인적인 접견신청을 거부한 이유, 신분을 밝히지 않았음에도 기자의 신분을 알고 있었던 경위 등이었다. 답변시한은 4월11일로 정했다.

4월11일 법무부 언론담당관은 서면답변을 보내는 대신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법무부의 입장인지 개인 의견인지를 밝히지 않은 채 이렇게 말했다.

“현장 사람들이 융통성 없이 일을 처리한 것 같다. 기분이 많이 상하신 것 같은데, 우리가 규정대로 답변을 만들어 보내면 (기자가) 오히려 더 열 받을 것 같아 전화를 했다. 원만히 해결하자.”

기자가 “질의서에 대한 법무부의 공식 답변을 보내달라”고 재차 요구했지만 언론담당관은 “답변서 받아서 뭐 하려고 하느냐. 기사를 쓸 생각이냐? 내가 볼 때는 기사 가치가 낮은 사안이다. 답변이야 만들면 된다. 그런데 원칙대로 처리하다 보면 서로 복잡한 일이 생길 수 있어서 그런다”는 말만 반복했다.

4월12일, 법무부는 ‘신동아’가 요구한 서면답변 대신 “질의서(민원)를 영등포구치소의 감독기관인 서울지방교정청으로 이송한다”는 내용을 담은 민원 이송 안내 공문을 기자에게 e메일로 보내왔다. 그리고 전화를 걸어 “답변에는 최소한 일주일 이상이 걸릴 것이다”라고 알려왔다. ‘신동아’가 요구한 답변은 이 글을 쓰고 있는 4월15일 현재 도착하지 않았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41조는 수용자가 교정시설의 외부에 있는 사람과 접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단서가 있다. 형사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할 우려가 있는 때, ‘형사소송법’이나 그 밖의 법률에 따른 접견금지의 결정이 있는 때, 수형자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해칠 우려가 있는 때, 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때에는 접견을 불허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기자가 재소자를 접견할 수 없다거나, 취재 목적이라고 추정될 경우 해당 기관의 교도관이 직권으로 일반접견을 불허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 기자가 겪은 일과 관련해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접견을 막았다는 것도 문제지만, 교정당국에서 기자의 신분을 어떻게 알았는지가 더 큰 문제로 보인다. 인권침해 사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동아 2011년 5월 호

한상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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