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호

한국원자력문화재단·한국과학기자협회 주최 원자력 안전 대토론회

빗물에서 검출된 방사성 물질은 암 발생에 영향 끼치지 않는다

  • 정리·김희연│신동아 객원기자 foolfox@naver.com

    입력2011-05-19 11: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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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원자력문화재단·한국과학기자협회 주최 원자력 안전 대토론회

    4월27일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원자력 안전 대토론회 ‘후쿠시마 원전사고, 정확한 이해와 대응방안’이 열렸다.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이사장 이재환)과 한국과학기자협회(회장 박방주)는 4월27일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정확한 이해와 대응방안’이라는 제목의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방사능의 위험성을 둘러싼 논란을 정리하고, 이번 사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며, 현재 한국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자리였다. 한국과학기술원,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한국원자력의학원, 기상청 소속 관계자들은 지진, 기류 변화, 방사성 물질과 신체 영향력 등의 측면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위험 가능성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이 자리에는 교육계, 식품계, 소비자단체에서 나온 패널들도 함께했다.

    이재환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원인과 현 상황, 전망에 대해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확산되면서 국민에게 막연한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지나치다고 할 수 있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국민적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고 이번 토론회의 취지를 밝혔다.

    “사고 대응 절차서 준비해야”

    ‘일본 원전 사고의 정확한 이해와 우리나라의 대응방안’이라는 제목 아래, 토론회 기조 연설자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장순흥 교수가 나섰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일본에서 운영 중인 원자력발전소는 총 54기이며, 이번 동북부 지진의 진앙지에 가까운 곳은 13기다. 후쿠시마 1발전소의 6기, 2발전소의 4기, 오나가와 발전소의 3기가 모두 지진으로 인해 가동 정지됐다. 원자로가 완전히 정지해도 원자로 안에 남아 있는 핵분열 생성물이 붕괴하는 현상은 계속된다. 이 붕괴열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정지 후에도 지속적으로 전원이 공급돼야 한다.

    이번 지진에서 문제는 해일이었다. 후쿠시마 원전은 대규모 쓰나미나 해일에 취약하게 설계돼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일로 인해 비상 발전기가 침수됐고, 결국 붕괴열 제거에 실패했다. 이것이 4개 원전에서 수소 폭발이 일어난 원인이다. 장 교수는 “도쿄전력이 발표한 사고 관리 로드맵에 따르면 원자로 용기 내외부 냉각 등을 통해 앞으로 6개월에서 9개월이면 원자로가 안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번 사고에서 한국이 얻을 수 있는 기술적·제도적인 측면의 교훈을 각각 다섯 가지씩 지적했다. 우선 비상 시 전기 공급과 냉각 시스템, 사용 후 핵연료를 보관하는 수조의 안전성을 강화하는 일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수소제거 시스템을 점검하고 보완하는 한편 기존 원전의 안전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해야 하고, 신규 원전은 전기나 펌프 없이도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제도적 측면의 교훈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대 사고에 대응할 수 있는 절차서를 준비하고 컨트롤타워의 기능을 강화하며, 안전 연구를 매뉴얼에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협력과 안전 문화 확립도 함께 언급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서 기술적인 측면뿐 아니라, 제도적인 측면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지적은 타당하다. 사실상 국내 원전은 후쿠시마 원전과 기술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 원전은 몇 곳을 제외하고는 ‘가압형’, 후쿠시마 원전은 ‘비등형’ 경수로다. 아주 단순하게 말하면 터빈을 돌아가게 하는 증기를 어떻게 순환시키느냐의 차이다. 한때 가압형이 더 안전하다는 식으로 언론에 보도되는 바람에 ‘우리나라 원전은 일본보다 안전하다’와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비등형 원전이 있으니 위험하다’는 주장이 부딪치기도 했다. 두 방식 모두 나름의 장단점을 지니고 있으므로, 딱 잘라 어느 것이 더 낫다고 주장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단 가압형은 방사능 물질 유출을 막는 벽이 하나 더 있어서, 이 부분에서만큼은 일정 정도의 우위를 보일 수 있다.

    원전 사고에 대한 불안감 증폭은 잘못된 언론 보도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곽재원 중앙일보 과학기술 대기자는 ‘일본 원전 사고에 대한 정확한 보도와 소통의 중요성’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일본 동북부 대지진은 지진, 쓰나미, 원전이 합쳐진 거대 복합 재해”라면서 “네트워크를 통해 공포가 실시간으로 전세계에 전해졌다”고 정리했다.

    한국 언론들은 현장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발표가 뒤늦은 가운데 속보 경쟁을 해왔다. 기자 대부분이 어려운 과학용어를 일상 언어로 전달해내지 못했다. 선정적이고 표면적인 보도를 넘어서는 심층적인 보도 태도가 아쉬웠다. 곽 대기자는 “전문적인 지식과 시민을 어떻게 연결해주느냐가 원전 보도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의란 무엇인가’를 쓴 마이클 샌델 교수의 말을 인용하며 “거대 복합 재해를 통해 세계 공동 사회의 계기를 만들고 진지한 토론 민주주의를 만들어내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기, 빗물 관측 결과 한반도는 안전

    대응체계를 세우고, 신속한 초기대응을 하며, 차분한 소통이 이뤄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최우선일 것이다. 다음 주제 발표에서는 ‘한반도 지진 가능성과 우리 원전의 안전성’을 탐색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백원필 원자력안전연구본부장은 “국내 원전은 지진과 쓰나미에 관한 역사적 문헌과 관측 기록에 따라 설계기준을 정해 그보다 안전하게 건설한다”고 소개했다. 지진 강도, 진동수 등의 특성을 살피며 주요 원전 설비에 대한 내진 검증 시험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하고, 위험 평가를 시행한다. 백 본부장은 “이번 사고 경험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국내 원전의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노병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방사선안전본부장은 ‘일본 원전 사고 관련 환경방사능 감시 결과’ 발표를 통해 대기, 빗물, 해양 등 방사성 물질을 관측한 결과 한반도는 안전한 상태라고 밝혔다. 방사능은 원전 사고 이전부터 국가 환경방사선 자동감시망에 의해 관측되고 있었으며, 인터넷(iernet.kins.re.kr)에 접속하면 볼 수 있다. 노 본부장은 “10년 동안의 접속자 수와 방사성 물질이 섞인 비가 내린다는 보도가 나온 뒤 접속자 수가 같을 정도로 국민의 관심이 뜨겁다”고 말했다. 그는 “빗물에 방사성 물질인 요오드가 극미량이다. 예를 들어 백두산 천지의 수량에 해당하는 20억t의 물에 1.2mg 섞여 있는 정도의 비율이 이제까지 최고치로 나타났는데, 여기에 ‘방사능 비’라는 표현이 사용되면서 큰 혼란을 빚었다”고 설명했다.

    김승배 기상청 대변인은 ‘일본 원전 사고 이후 한반도 주변 기류 변화’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일본에서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로 직접 날아올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지구는 자전을 하기 때문에 한반도 주변 상층에는 늘 편서풍이 불고 있다. 때에 따라 지표면에서 동풍이 분다 해도 기류의 흐름은 편서풍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원전 사고 이후에는 독일, 노르웨이 등에서 예측한 내용이 트위터와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왜곡된 상태에서 알려지면서 우리나라 기상청이 비난을 받기도 했다. 기상청 대변인은 “잘못된 소통이 고통을 낳는다”고 그동안의 고충을 드러냈다.

    일본 출하 제한 품목은 수입 중단

    원전 사고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한 가지에 쏠려 있다. 방사성 물질에 접촉하면 몸에 해로운지 여부다. 실제로 사고 이후, 미리 먹어도 아무 예방효과가 없는 의약품이나 엄청난 양을 먹어야 효과를 보는 식료품을 사재기하는 현상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승숙 한국원자력의학원 방사선비상진료센터장은 ‘일본 원전 방사선, 우리 인체 및 식품에 미칠 영향’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방사선에 대해 잘못 알려진 상식과 지식이 공포를 유발해 정신적 피해를 주고 있다. 우리나라 공기 중 방사성 물질 측정치나 빗물에서 검출된 양 정도는 암 발생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센터장은 “방사선이 안전하다는 것이 아니라, 일본 원전과 관련해서는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라고 강조하며, “위험성을 아는 것만큼이나 위험하지 않다는 사실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패널로 참석한 이광호 식품의약품안전청 식품위해평가부장은 일본 원전 사고가 우리 식품에 미칠 영향에 대해 짚었다. 한국은 일본에서 섭취나 출하가 제한된 품목을 수입 중단한 상태고, 일본에서 생산되거나 일본을 경유하는 농산물과 가공식품, 식품첨가물 등에 대해서도 수입 건마다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대한주부클럽연합회 김천주 회장은 “식품을 믿고 먹을 수 있도록 검사를 더욱 강화하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쉬운 홍보 방법들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전석천 전국 과학교사협회장은 “교과 과정 중 원자력에 관해 다루는 분량이 얼마 되지 않는다”면서 “이번 사고를 계기로 원자력의 부정적인 측면을 해결해나가는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환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

    “안전성 강화로 세계 3대 원전 강대국 도약”


    한국원자력문화재단·한국과학기자협회 주최 원자력 안전 대토론회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로 인해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지만 사실 위기는 곧 기회입니다. 원전에 대한 잘못된 공포심을 잠재우고 원전 기술을 계속해서 발전시킨다면 한국은 2030년 세계 3대 원전 강대국이 될 겁니다.”

    1992년 설립된 한국원자력문화재단(KONEPA)은 국내 유일의 대국민 원자력홍보전담기관이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할 뿐 아니라 해외에 한국 원전 기술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국제 원자력 유관기관과 협력을 강화하는 역할도 한다. KONEPA의 이재환 이사장은 11,14대 국회의원 출신으로 2009년부터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그는 3월 동일본 대지진에 이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세계적으로 원전 안전성에 대해 재고할 기회”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198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를 예로 들었다. ‘체르노빌 사고’ 이전에는 구소련과 미국의 우주개발 경쟁 때문에 원자로의 위험성에 대한 관심, 대책이 미흡했던 것이 사실. 하지만 체르노빌 사고 이후 원자력 안전성에 대한 긴장감이 돌면서 이에 따라 기술도 상당히 발전했다는 것이다.

    그는 “1997년 미국 스리마일 섬(TMI)에서 핵원료가 녹아버린 중대사고가 발생했지만 방사능 유출을 막는 격납용기 덕에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방사능도 외부로 유출되지 않았다”며 “이 자체가 ‘체르노빌의 교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원전 자체의 결함이 아닌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임을 강조하며 “일본 및 세계 원전 국가들이 자연재해 대비책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역시 민관 합동조사단이 조사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욱 안전하게 원전을 유지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장순흥 KAIST 교수는 자연재해로 인해 원전에 공급하는 전력장치가 꺼질 것을 대비해 비상시 전력 공급 장치를 이동식으로 별도 제작하자는 아이디어까지 내놓았죠. 이런 과정을 통해 한국 원전 안전 기술은 한 단계 더 발전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대중이 원자력의 우수성을 알면서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원자력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국내에서도 기준치 이상의 방사능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국민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이런 불안감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사실 방사능은 그 자체로 위험한 것이 아닙니다. 사람이 말을 하거나 숨을 쉴 때도 미세한 양의 방사능이 나옵니다. 방사능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으로 만질 수도 없으니 더욱 공포가 커지는 거예요.”

    한국의 원전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한국 원전의 장점은 총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당 건설단가가 저렴하다. 한국 원전은 ㎾당 건설단가가 2300달러로 프랑스(2900달러), 미국(3582달러)에 비해 저렴하다. 건설 공기도 비교적 짧다. 한국의 경우 원전 1기를 짓는 데 52개월 걸리지만 프랑스는 60개월 걸린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조사한 2008년 말 원자력안전이용률을 봐도 한국은 93.4%로 프랑스(76.1%)에 비해 상당히 높다. 이 이사장은 “한국의 원전은 건설 기간도 짧고 비용도 저렴하며 안전성도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이사장은 “원자력 확대는 거부할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라고 말했다. 지구를 하나의 유기체로 본 가이아이론의 창시자 제임스 러브록 박사는 “그린 로맨티시즘에서 벗어나 원자력에 눈을 돌리자”고 주장했다. 반핵단체 ‘그린피스’의 창시자 패트릭 무어 역시 원전 찬성론자로 돌아서며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유능한 에너지는 원자력”이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한국은 세계적으로 에너지 수입량 8위, 이산화탄소 발생 9위, 에너지 소비 4위 국가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한국에서 원자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못 박았다.

    세계원자력협회(WNA)는 2009년 “2030년까지 세계에 원전 430기가 늘어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이사장은 “이 중 80기는 한국이 해외에 짓는 게 목표”라며 “이를 통해 원자력 3대 강국으로 발돋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의 성장 동력은 정보기술(IT), 자동차, 조선 등입니다. 하지만 2020년까지 이 3가지 성장 동력이 유지될 것이란 보장은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신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데 현재 우리가 기술면으로 앞서는 것 중 하나가 원전 건설입니다.”

    김유림 주간동아 기자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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