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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서울대 HK문명연구사업단 공동기획 - 문명의 교차로에서 ⑦

“유럽의 중국관은 후기 계몽주의자들이 바꿔놓았다”

‘황홀한 도자기의 나라’에서 ‘황색 위협’으로

  • 안성찬 │ 서울대 HK연구교수·독문학 story@snu.ac.kr

“유럽의 중국관은 후기 계몽주의자들이 바꿔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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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누아즈리(Chinoiserie·프랑스에서 유행한 ‘중국풍’)라는 문화양식이 생길 정도로 18세기 유럽에선 ‘중국 따라잡기’가 한창이었다. 하지만 ‘아래로부터의 계몽’을 요구하는 후기 계몽주의로 넘어가면서 중국의 이미지는 급전직하한다.
  • 초기 계몽주의자들에게 중국은 계몽군주제의 모델과 모범이었지만, 후기 계몽주의자들에게 중국은 단지 전제정치의 악몽에 불과했다. 몽테스키외와 루소가 꿈꾸었던 정치적 이상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민주적 공화제였던 것이다.
“유럽의 중국관은 후기 계몽주의자들이 바꿔놓았다”
문명의 순환적 발전과 쇠퇴를 분석한 방대한 저서 ‘역사의 연구(A Study of History)’로 유명한 문명사가 아놀드 토인비(Arnold Joseph Toynbee)는 20세기 이후 세계사의 중심이 서양에서 동양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대항해 시대와 신대륙의 발견에 의해 열린 대서양권 중심 시대는 미국과 동양을 두 축으로 하는 태평양권에 자리를 내줄 것이며, 이후로는 동양이 세계사의 중심으로 부상하게 된다는 것이다. 토인비는 유럽이 세계사의 중심 역할을 한 대서양권 중심시대를 ‘모던 시대’라고 부르고 뒤이을 태평양권 중심시대를 ‘포스트모던 시대’라고 불렀다.

토인비가 아직 살아 있다면(그는 20세기 마지막 사반세기를 보지 못하고 죽었다) 그는 자신의 예견이 현실로 입증되고 있다고 주장할 것이며, 대다수 사람도 그의 주장에 동의할 것이다. 이렇게 단언할 수 있는 근거는 물론 중국이 경제개방 이후 이룩한 놀라운 성과와 이를 바탕으로 국제무대에서 차지하게 된 새로운 위상에 있다. 지난 2001년 이후 중국은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독일을 차례로 제치고, 지난해에는 일본마저 추월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최근 중국 사회과학원은 10년 내에 중국이 실질경제규모에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또 세계은행은 15년 내에 위안화가 달러, 유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통화의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 헤게모니가 쇠퇴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급속한 부상은 향후 국제질서의 가장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토인비, “20세기 이후 세계사 중심은 동양”

이에 따라 중국의 미래가 오늘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인해 생겨난 빈부격차, 관료주의적인 일당지배체제의 변화를 요구하는 정치적 민주화운동, 한족과 소수민족 사이의 갈등 등 수많은 난제를 안고 있는 중국 국내정치의 미래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것인가? 머지않은 장래에 현실로 나타날 중국과 미국의 패권투쟁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 것인가? 그 끝에서 동양과 서양의 관계, 그리고 세계의 질서는 어떻게 재편될 것인가?

세계사의 패권을 쥔 19세기 이래로 자신의 잣대를 가지고 동양을 규정해온 서양이 이러한 새로운 상황을 바라보는 심정과 시각은 매우 착잡하고 복잡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착잡한 심정과 복잡한 시각의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두려움이 아닐까 싶다. 이미 19세기 말 제국주의 시기에 서양은 이른바 ‘황색 위협(yellow peril)’이라는 표현으로 이 두려움을 표현한 바 있다. 당시 유럽에서는 백인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인구를 지닌 황인종이 백인의 존재와 서양의 문명을 위협할지 모른다는 인종이데올로기로 동양의 식민화를 부추겼었다. 20세기 후반에 서양은 일본과 한국의 경제성장을 경이로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뒤이어 이제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중국이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오늘날의 상황 앞에서 서양은 ‘황색 위협’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근래 미국과 유럽에서 중국학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이러한 상황의 반영일 것이다. 중국학과와 중국연구소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이미 학과와 연구소를 보유하고 있는 대학에서도 그 규모가 크게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열기의 주된 이유는 경제적 동기에 있을 것이다. 그 외에 중국의 과거와 현실을 분석해 미래를 진단하려는 것도 중요한 동기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동기와 관련된 중요한 테마 중 하나는 동서양 사이의 관계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재정립하기 위한 학문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 해답은 이미 나와 있다. 평등하고 호혜적인 관계가 그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서양이 제국주의 세력으로 등장한 19세기 전까지 동서양이 평등하고 호혜적인 입장에서 교류했던 역사에 대한 연구가 요즘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 번역돼 소개된 데이비드 먼젤로의 저서 ‘진기한 나라 중국: 예수회 적응주의와 중국학의 기원’과 ‘동양과 서양의 위대한 만남 1500~ 1800’은 이런 관점에서 서술된 것이다. 이 두 저서에서 먼젤로는 동서양 사이에 직접적인 접촉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근대 초에서 제국주의가 발호하기 직전인 18세기 말까지의 상호교류사를 살펴보고, “이제 동서양이 중화주의와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 21세기에는 진정한 호혜적 만남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는 기대를 피력하고 있다.

“유럽의 중국관은 후기 계몽주의자들이 바꿔놓았다”

중국 상하이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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