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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결혼 잘 시키려면 부모가 나서야 해요”

60대 부부가 결혼설명회장 찾는 까닭

  • 박은경│신동아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애들 결혼 잘 시키려면 부모가 나서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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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60대 부모 세대가 최근 결혼정보업체의 결혼설명회장으로 모여들고 있다. 그동안 자녀의 대학입시나 취업을 지원했던 열정 그대로, 이제는 결혼을 돕기 위해 나서는 것. 그들은 “요즘 세상에 부모가 돕지 않으면 좋은 짝을 만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결혼조차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이룰 수 있는 ‘과업’이 된 세상에서 확산되고 있는 부모의 ‘혼활(婚活)’ 열기를 취재했다.
“애들 결혼 잘 시키려면 부모가 나서야 해요”
사례 1 연애결혼을 한 아들이 6개월 만에 이혼하자 충격을 받은 유모씨는 딸마저 결혼에 실패할까봐 직접 결혼정보업체를 노크했다. 딸의 학벌 때문에 VIP 레벨 가입을 거절당하자 대기업에 다니는 딸을 설득해 상위권 대학원을 마치게 했다. 딸은 현재 28세로 아직 결혼 생각이 없다. “자연스럽게 남자를 만나 연애하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유씨는 딸을 결혼정보업체 VIP 회원으로 가입시켰고, 올해 안에 결혼시킬 생각이다.

사례 2 25세 딸이 결혼정보업체 소개로 맞선을 보던 날, 정모씨는 자신의 차로 딸을 맞선 장소까지 데려다주고 차 안에서 기다렸다. 5분, 10분 간격으로 딸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며 남자의 생김새와 주고받는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체크했다. 두 시간 뒤 돌아온 딸은 “남자 쪽에서 ‘혹시 어머니가 밖에서 기다리느냐’고 묻더라”며 화를 냈다. 정씨는 “들어가서 직접 보고 싶은 걸 참았다. 결혼설명회장에서 들으니 실제로 그런 부모도 많다더라”며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자아실현과 일이 우선, 결혼은 선택’이라며 싱글 생활을 즐기는 젊은이가 많아지면서 부모가 나서서 자녀 결혼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들을 위한 맞춤 상담이나 결혼 관련 설명회도 성황을 이루고 있다. 대기업에 다니는 32세 딸을 둔 신영순씨는 얼마 전 결혼정보업체에서 개최한 자녀 결혼설명회장을 찾았다. 신씨는 “우리 아이가 적지 않은 나이 아니냐. 그런데 사귀는 사람 있느냐, 결혼은 언제 할 거냐고 물으면 ‘알아서 할 게요’ 하고 만다. 고학력 여성이 결혼하기 힘들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답답하고 초조해서 설명회에 참석했다”고 했다. 또래 자식을 둔 다른 집 부모들은 어떤지, 아이를 결혼시키려면 부모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귀동냥이라도 하고 싶다는 것이다.

결혼정보회사 관계자들은 자식의 대학입시를 앞두고 입시설명회장을 찾아다니던 부모들이 취직설명회를 거쳐 이젠 결혼설명회장으로 모여들고 있다고 말한다. 3년 전부터 자녀 결혼 정보를 구하는 부모들을 대상으로 소규모 간담회를 열어온 결혼정보업체 ‘닥스클럽’은 최근 규모를 키워 서울과 부산에서 공개 설명회를 개최했다.

“가만 있으면 좋은 짝 못 만난다”

“애들 결혼 잘 시키려면 부모가 나서야 해요”

결혼정보업체 닥스클럽이 개최한 결혼설명회장을 50~60대 부모 세대가 가득 채웠다.

얼마 전 열린 부산 지역 설명회의 경우 50명 참석 예정으로 장소를 잡았다가 두 배 이상의 인원이 몰리는 바람에 급히 장소를 변경해야 했다. 류제천 닥스클럽 사장은 “자녀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설명회를 들으러 오는 부모가 많다. 그때부터 시작해 2~3년간 결혼 준비를 한 뒤 26~27세 때 결혼시키는 걸 목표로 삼는다. 어느 정도 사는 집안에서는 ‘맞춤 며느리’ ‘맞춤 사위’를 찾기 위해 부모가 자녀 결혼에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게 요즘 트렌드”라고 했다. ‘맞춤 며느리’ ‘맞춤 사위’란 결혼 당사자의 학벌과 직업뿐 아니라 부모형제의 학력과 지위, 직장과 연봉, 재산 정도와 현재 거주지역 등까지 모두 기대치에 부합하는 배우자감을 가리키는 말이다. 과거에도 부유층의 경우 혼인 과정에서 당사자보다 부모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 그러나 요즘은 재산의 많고 적음을 떠나 일반적으로 부모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자녀 수가 줄어들면서 며느리나 사위가 한 명인 가정이 많아진 것도 부모가 자녀 결혼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이유라는 설명도 있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직장 안팎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30대 초·중반 싱글이 크게 늘어난 것은 사회적인 현상이다. 이 때문에 몇 년 전부터 결혼 적령기 남녀 사이에 연애 화술을 배우는 등 결혼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뜻의 ‘혼활(婚活)’이라는 단어가 유행했다. 지방자치단체나 기업 등에서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결혼 관련 교육을 하거나 직접 맞선자리를 주선하는 경우도 늘었다. 대우건설은 조만간 국내외 건설현장의 미혼 직원을 대상으로 맞선 이벤트를 열 예정이다. 대우건설 홍보팀 관계자는 “건설회사 특성상 해외 현장이 많다보니 20~30대 미혼 직원들이 데이트 상대를 만나거나 결혼할 기회가 적다. 2~3년 해외근무 동안 1년에 세 차례, 보름간의 휴가 때나 국내에 들어온다. 그래서 회사 차원에서 단체 미팅을 주선하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건강가정지원센터도 지난 연말 대학생과 미혼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좋은 이성과 배우자를 만나기 위한 방법’ 등을 주제로 교육한 뒤 단체 미팅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서울시건강가정지원센터 정주희 팀장은 “저출산 문제 대책으로 마련한 것”이라며 “결혼정보업체와 협력해 세 차례에 걸쳐 120명의 미혼남녀를 만나게 해줬다. 반응이 좋아 올해도 행사 여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런 젊은층의 혼활이 이제 부모세대로까지 확산된 것이다.

노유진 닥스클럽 팀장은 “결혼설명회에 오신 부모님들께 가장 먼저 결혼을 둘러싼 각종 통계를 알려드린다. 우리나라 미혼 남녀 성비와 연령에 따른 미혼 남녀의 수 등이다. 이후 자녀의 좋은 짝을 고르는 법, 결혼에 있어 부모가 자식에게 양보해야 할 것과 의견충돌 시 자녀와의 갈등 조정법 등을 조언한다. 어느 시기에 자녀를 결혼시키는 게 좋은지, 자녀 결혼 상대에 대한 눈높이를 어디에 맞출 것인지 등도 설명한다. 자녀 결혼에 성공한 선배 부모들의 노하우를 듣는 시간도 있다”고 밝혔다. 노 팀장은 “과거 간담회 형식 때는 매달 1회, 20명 정도 부모님을 대상으로 진행했는데 요즘은 매달 4~5회 설명회를 열면 평균 50명 이상이 참석한다. 부모님의 연령대는 50대부터 90대까지 다양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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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신동아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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