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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결혼 잘 시키려면 부모가 나서야 해요”

60대 부부가 결혼설명회장 찾는 까닭

  • 박은경│신동아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애들 결혼 잘 시키려면 부모가 나서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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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부모와 만남의 시간

“애들 결혼 잘 시키려면 부모가 나서야 해요”

‘커플 파티’에 참석한 젊은이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결혼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혼활’이 유행이다.

설명회장에서 부모들이 쏟아내는 질문과 요구는 다양하다. 결혼정보업체 회원으로 가입하면 언제 어떻게 몇 회의 맞선을 주선받을 수 있는지, 자녀의 회원 등급이 어떻게 되는지 등에 대한 질문은 기본. 현재 자녀가 사귀는 사람의 신원 확인을 부탁하거나, 성형수술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설명회에 모인 사람들끼리 지속적으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커뮤니티를 만들어달라는 요구도 적지 않다.

결혼정보업체 설명회장을 찾거나 맞춤 결혼 상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부모는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첫째 조기 결혼을 서두르는 부류다. 이 경우 자녀가 대학생일 때 일찌감치 결혼정보업체에 회원으로 등록시켜 짝 찾기에 나선다. 업체 관계자는 “나이가 든 뒤 좋은 짝을 만나려면 훨씬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여성이 20대일 경우 회비를 낸 뒤 10명의 남성을 소개받을 수 있지만, 35세가 되면 같은 비용을 부담해도 5명밖에 못 만난다. 상대 남성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얼마 전 결혼정보업체에서 상담을 받은 정혜진씨도 “여성의 경우 나이가 한 살 올라갈 때마다 회비도 올라간다는 말을 듣고 씁쓸했다”고 털어놓았다. 이 같은 결혼시장의 현실을 잘 아는 부모들은 자녀를 ‘꾸러미’로 결혼정보업체에 가입시키기도 한다.

두 번째는 결혼 상대는 물론 연애 상대조차 자신의 의지로 찾지 못하고 부모에게 의존하는 자녀를 둔 부류다. 결혼정보업체 ‘선우’의 이웅진 사장은 “무남독녀에다 늦둥이로 태어난 30세 딸을 위해 70이 넘은 부모가 회사를 찾아온 적이 있다”며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평범한 외모의 딸이 변변한 연애를 못하자 ‘혹시 저러다 영영 결혼을 못할까’ 싶었던 것”이라고 했다. 이 사장은 “부모 품에서 애지중지 자란 자녀 가운데 의지가 약하고 독립성도 없는 이가 많다. 그런 자녀를 둔 부모는 자식의 결혼을 자기 일로 여기며 발 벗고 나선다”고 했다.

아버지의 개입 확대



세 번째 부류는 자녀 결혼 상대를 자신이 직접 면접 보고 심사해 선택하는 부류다. 자산규모 400억원대 기업 CEO를 남편으로 둔 윤모씨는 미국 명문대 유학 후 국내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31세 아들이 얼마 전 며느릿감으로 인사시킨 여자를 퇴짜 놓았다. 키가 작고 직업이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에서다. 윤씨의 아들은 맞선을 수십 번 봤지만 부모 때문에 번번이 결혼에 실패했다. 커플매니저들은 세 번째 부류의 부모를 둔 미혼남녀의 결혼 성사 확률이 가장 낮다고 평가한다.

과거 어머니들이 ‘며느릿감 퇴짜’ 등의 방식으로 자녀 결혼에 개입했다면, 최근엔 아버지들의 개입도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결혼정보업체를 방문해 상담하거나 설명회장을 찾는 어머니와 아버지 비율이 과거에 9대 1이었다면 최근엔 7대 3 수준이라고 말한다. “그동안 자녀 결혼 문제를 아내에게 맡겨두던 남성들이 최근 2~3년 사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나무랄 데 없는 사윗감을 고른 공무원 김모씨는 세 번째 데이트 때 딸과 함께 사윗감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김씨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의 등기부등본과 통장을 사윗감에게 보여주며 “땅 보상비로 받은 현금 12억원이 여기 들어 있다. 은퇴하면 매달 300만원 이상씩 연금도 받는다. 내 딸과 결혼하면 우리 부부 노후는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이후 “자네 부모님은 노후 준비를 어떻게 하고 계신가. 현재 사시는 집은 자가인가, 전세인가. 형님 직업은 무엇인가”를 꼬치꼬치 물으며 집안 형편을 살폈다.

아버지가 자신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윗감 혹은 며느릿감 검증에 나서는 경우도 많다. 60대 초반 고위공직자 서모씨는 딸의 맞선 상대가 마음에 들자 인맥을 총동원해 대기업 회사원인 상대 남자를 ‘스크린’했다. 현재 직장과 전 직장의 동료, 상사 등에게 그의 평판을 묻고, 성격이 어떤지, 현재 회사에서 비전이 있는지 등등 완벽히 조사한 뒤 흡족해하며 결혼을 승낙했다.

부모 양쪽이 자녀 결혼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우 어떤 상대를 골라, 언제쯤 결혼시키고, 신혼집은 어디에 마련할지, 자녀는 언제쯤 낳게 하고, 언제쯤 집을 넓히게 할지 등 자식의 미래 결혼 생활 계획까지 세우고 그 스케줄에 자녀가 따라주기를 바라는 경향이 강하다. 자식이 직장에서 자리 잡고 일에 재미를 붙이면 부모 손을 벗어나 독립 욕구가 강하고 결혼에 대해서도 시큰둥해진다는 현실을 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웅진 선우 사장은 “과거의 부모들은 자식이 언제쯤 어떤 사람을 만나 결혼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는 데 그쳤다. 하지만 지금은 직접 행동에 나서는 부모가 많아졌다. 우리 회사에도 미혼 남녀가 직접 회원 가입 상담을 하러 오는 경우보다 부모에 이끌려 가입하는 경우가 더 많다. 상담도 자식보다 부모가 먼저 한다”고 귀띔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자식들의 반응은 어떨까. 결혼정보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요즘 젊은이 중 상당수는 자신과 함께 살 평생 배우자를 구하는 데까지 깊숙이 관여하는 부모의 뜻에 순순히 따른다. 앞서 소개한 공무원 김씨의 딸은 “데이트 장소에 등기부등본과 통장까지 들고 온 아버지를 보고 처음엔 사실 좀 놀랐다. 하지만 우리 부모님이 현명하신 거다. 당사자인 내가 상대 남자에게 그런 걸 물어보기는 좀 민망하지 않나. 내 장래에 대해 현실적으로 잘 대처하시는 부모님이 오히려 고맙다”고 했다.

결혼 좌우하는 부모력(父母力)

통계청의 ‘2010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1.8세, 여성 28.9세였다. 2000년과 비교하면 남성의 결혼 연령은 평균 2.5세, 여성은 2.4세 늦어졌다. 30대 남녀 미혼율도 29.2%로 2001년 21.6%에 비해 7.6% 증가했다. 열 명 중 세 명이 미혼인 셈이다. 결혼적령기를 넘긴 40대 남성 미혼자는 지난해 45만여 명으로 10년 전에 비해 3.3배 늘었다. 35~39세 여성 미혼자도 10년 전에 비해 2.9배 증가했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23.9%에 달하는 1인 가구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는 미혼남녀가 현재 7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30대 열 명 중 셋은 미혼’이라는 제목을 단 기사가 보도될 때마다 미혼자녀를 둔 부모 가슴은 철렁 내려앉는다. 자녀를 한둘만 낳아 양육과 교육에 모든 것을 걸며 ‘명품화’를 지향해온 요즘 부모들은 애지중지 키운 자식을 결혼시키는 일마저 대학입시나 취업에 성공시키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책임과 의무로 여긴다. 이 때문에 “자식의 결혼 성공 여부가 ‘부모력(부모로서 갖춰야 할 자질과 능력)’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아버지, 어머니가 더 늘어날 것이고, 결혼설명회장을 향한 발길도 계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신동아 2011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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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신동아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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