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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의 크로스(CROSS) 인문학 ⑩

소음은 어떻게 우리 삶에 관여하는가?

  • 장석주| 시인 kafkajs@hanmail.net

소음은 어떻게 우리 삶에 관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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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에 대한 추구를 이해하려면 소음을 추구하는 일에 대한 추적이 또한 필요하다. 침묵과 소음은 함께 연결되어 있어서 서로 반응을 보인다. 소음에는 사회의 사랑을 받는 요소가 있는 것 같다. 소음은 우리가 거부하거나 때로는 여름밤의 방종으로 웃어넘기기도 하는 열렬하고 변덕스러운 사건이다. 하지만 소음은 놀랄 만큼 집요하게 우리를 지배하기 때문에 진심으로 침묵을 누리고 싶다면 자신이 소음과 얼마나 뒤엉켜 있는지 깨달아야 한다. 침묵과 소음은 한 가지 문제를 구성하는 양면이므로 침묵이 자신에게 무엇을 안겨줄지, 그리고 자신을 그토록 소란스럽게 자극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조지 프로흐니크, 앞의 책)

우리 삶을 둘러싸고 자극하는 소음의 정체를 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자명종의 요란한 소리가 새벽잠을 깨운다. 거리는 어떤가? 온통 소음의 덩어리다. 오토바이와 대형트럭이 질주하는 소리, 자동차의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소리, 자동차의 시동 거는 소리, 신경질적으로 울려대는 경적들…, 소음의 현란함에 우리 영혼은 어리둥절해한다. 그러나 소음에 대한 짧은 부적응증은 이내 해소된다. 소음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거리를 지나서 사무실로 들어선다. 연이어 울리는 전화벨 소리, 팩스기나 복사기 작동소리들, 의자가 바닥에 끌리는 소리, 큰 목소리로 주고받는 사람들의 대화…, 낮의 사무실도 소음의 점령지구다.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서 우리를 맞는 것은 소음이다. 텔레비전이 기총소사하듯 쏟아내는 소음들, 진공청소기와 세탁기가 돌아가는 소리…, 어디에도 침묵은 없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항구적 난청자나 소음 중독자가 되어 일생을 마친다. 어떤 사람들은 소리의 부재를 견디지 못한다. 주위가 조용하면 그들은 안절부절못하며 심적 동요를 감추지 못한다. 어떤 독거인들은 소리의 부재가 두렵다고 말한다. 더러는 잠자는 동안에도 텔레비전을 켜놓는다고 한다. 텔레비전이 쏟아내는 소음이 불안을 잠재우고, 심적 동요를 다독여주며, 영혼을 쉴 수 있게 한다고 말한다.

“현재 세계적으로 최대 소음원은 교통이지만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전기자동차가 양산되면 고속도로의 소음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나는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과도하게 시끄럽다며 맹렬히 비난하는 상업적 환경 여러 곳을 방문해서, 소유주가 그토록 시끄러운 음량을 내는 동기가 무엇인지 파악하려 했다. 상점과 음식점은 손님의 관심을 끌려고 소음을 내고 손님을 지나치게 자극하면서 자신들의 존재를 과시한다. 개인이 자기 말소리를 듣고 싶어하고 빈방에 들어서자마자 텔레비전을 켜는 이유에는, 소멸에 대한 두려움, 침묵의 구석에 도사리고 있는 영원한 정적에 대한 두려움 등이 있다. 깨어 있거나 때로는 잠자는 내내 개인 음향 장비로 사운드트랙을 듣는 사람들은 소리가 클수록 소리의 울림에 몸과 마음이 고동치고 쓸데없이 주의가 흩어지는 일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내가 소음을 위한 소음으로 생각한 것은 자동차 오디오 분야로, 여기서 소음을 부추기는 요인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베이스의 순수한 관능성이었고, 또 하나는 붐 카를 모는 사람들 대부분이 요란한 교통 소리에 평생 파묻혀 산다는 사실이었다. 소음에 묻혀 생활하는 현대인에게서 일종의 음향적 스톡홀름 신드롬을 찾아볼 수 있다는 뜻이다.”(조지 프로흐니크, 앞의 책)

우리가 소음에서 달아나려고 하면서도 정작 침묵의 공간을 견디지 못한다는 사실은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실내의 침묵을 두려워해서 빈 방에 들어서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텔레비전을 켜는 사람은 얼마나 많은가? 평생을 소음과 뒤엉켜 살다가 우리는 ‘음향적 스톡홀름 신드롬’에 빠지기도 한다. 많은 경우 소음으로 생긴 피해는 보고되지 않는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에서 소음으로 인한 심혈관 손상으로 생기는 심장마비가 연간 4만5000건에 달한다는 사실은 놀랍지 않은가? 미국인 세 명 가운데 하나는 이어폰 사용으로 청력에 심각한 손실을 입고 있다. 많은 가정 분쟁의 불씨가 되는 것도 소음이다. 또 지속적으로 소음 환경에 노출된 아동은 언어 발달에 나쁜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소음은 자폐증 발생 증가와도 관계가 있다.



침묵, 신이 준 선물

소음은 어떻게 우리 삶에 관여하는가?

난투극 벌이는 정치인들.

그렇다면 침묵은 우리에게 어떤 이로움을 주는가? 절의 수행자들이나 수도원의 수도승들은 자주 침묵에 귀를 기울이며 수행을 한다. 절간의 ‘묵언 수행’이 대표적인 예다. 조지 프로흐니크는 수도원에 체류하면서 수도승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나는 수도원에 체류하는 내내 명쾌하고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가르침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가르침 대신 얻은 것은, 알지 못함으로써 그리고 마음이 계속 밖으로 향함으로써 유익을 얻을 수 있다는 강력한 암시였다.”(조지 프로흐니크, 앞의 책)

그럼 구체적으로 그 유익이란 어떤 것일까? 신경과학자 비노드 메논은 “소리 사이에 침묵이 흐르면서 두뇌가 다음 소리를 예측하려 애쓸 때 두뇌 활동이 절정에 이른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정신은 소리 자극이 없을 때 터져 나오는 신경 점화 덕택에 집중하고 기억을 부호화하는 주요 임무를 수행한다.”(조지 프로흐니크, 앞의 책)

침묵이 수행의 방편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침묵은 신이 인류에게 준 선물이다. 말 속에도 침묵이 깃든다. 말들은 그 내부에 긴 침묵과 짧은 침묵을 갖고 있다. 건성으로 듣는 사람은 소리만 듣지만, 깊이 경청하는 사람은 말 속에 숨은 침묵에 귀를 기울인다. 책은 타인의 말과 세계를, 저 멀리서부터 오는 의미들을 겸허하게 경청하려는 자의 것이다. 책을 읽을 때 집중하면 할수록 주변 소음을 잠재우는 힘은 강력해진다. 소음은 잦아들고 침묵의 오의(奧義)에 더 가깝게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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