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호

40대, 그들은 왜 길을 떠나나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11-10-18 14: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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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대, 그들은 왜 길을 떠나나
    어느 사회나 그 사회를 지탱하는 중추가 있게 마련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40대가 그 역할을 한다. 한국의 40대는 820만여 명. 대학 학번으로 치면 82~91학번(1963~1972년 출생자)이다.

    한국 사회에서 이들 40대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에서 ‘박 터지게’ 공부했고, 대학생이 되어서는 ‘박 터지게’ 민주화를 외쳤다. 오늘날까지 4반세기에 걸쳐 이어진 ‘87년 체제’를 만들었고, 후배들은 그런 선배를 자랑스러워했다. 이후 그들의 표심은 대선 당락을 결정하는 킹메이커 역할을 했다. 그런 그들이 불혹(不惑)을 지나면서 이제는 생산활동의 주력이자 강력한 소비계층으로 사회의 허리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혼란스럽다.

    어릴 적 그들은 세상이 아버지를 중심으로 도는 줄 알았다. 아버지가 퇴근한 후에야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20년 전 선배들은 새벽 학원을 기웃거리지도 않았다. 스마트폰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몰라도, 이미 배운 지식과 정보만으로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했다.

    이제 40대는 이러한 기억을 지워야 한다. 가장이 되니 가족 식사시간은 아이들 일정에 맞춰져 있었다. 가정은 아이를 중심으로 돈다.

    국내 언론 최초 ASTAS-40대 투표 성향 추적 설문



    신문에 ‘사오정(45세 정년)’ 관련 기사라도 나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정당정치도 갑갑하긴 마찬가지. 40대가 되면 제법 여유가 생길 줄 알았지만 생활은 갈수록 팍팍하다. 가정경제 문제로 다투다보니 이혼율도 가장 높다. 그저, “내가 의도한 게 아니야. 사교육비와 집값, 물가가 미쳐 날뛸 때 가장이 된 탓이야” 하고 외치고 싶을 뿐이다.

    ‘신동아’는 이러한 불안정성과 변화에 주목하면서, 지난 3주간(9월23일~10월14일) 대한민국 40대들의 정수(精髓)를 추적했다. 남녀 30명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불혹(不惑)’이 아닌 ‘미혹(迷惑)’인 이유를 찾았고, 국내 언론 최초로 ‘자동 감성 단어 이미지 분석프로그램(ASTAS)’과 ‘20년간 투표 성향 추적 설문조사’를 동시에 실시해 40대의 속성과 정치관을 분석했다.

    한 가지 공통점은, 그들은 현재의 자기를 부정하면서 새로운 자기를 창조하려는 여정에 들어섰다는 것. 애초 농경지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이제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 길 떠나는 유목민(노마드·Nomad)이 됐다. 그들을 노마드로 만든 것은 우리 사회의 불확실성임이 분명하다. 대한민국 820만 유목민, 그들은 어디로 떠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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