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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이 도움받았다는 확인서만 써줬어도…”

마약사건 제보했다 구속된 마약전과자의 항변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국정원이 도움받았다는 확인서만 써줬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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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0g 작업하면 풀어준다더니…검사가 약속을 안 지켜요”
  • ● “본인이 본인을 제보했다”고 결론 내린 경찰
  • ● 북한 의사, “노트북, 사진기 주면 필로폰 줄게”
  • ● 검찰, “수사한 사건에 대해 일일이 확인해줄 수 없다”
“국정원이 도움받았다는 확인서만 써줬어도…”
지난해 3월, ‘신동아’는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마약사범들’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속칭 ‘야당’을 활용해 실적을 올리는 검찰의 수사방식을 꼬집는 기사였다. ‘야당’은 수사기관의 수사에 협조하면서 금전적인 대가 등을 얻는 사람들을 일컫는 마약세계의 은어다. 당시 ‘신동아’는 필로폰 투약·소지 혐의로 구속된 마약 전과자 서OO씨가 보내온 편지 내용을 토대로 의혹을 제기했었다. 서씨는 ‘신동아’에 다음과 같은 얘기를 전해왔다.

“야당은 검찰이 자체적으로 투약자 및 판매자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검거하기가 힘이 든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검찰 및 수사기관에 사건을 제보하고 자신들은 그 대가로 수사기관의 비호를 받습니다. 수사기관에선 이런저런 이유로 마약 전과자를 잡아놓고 더 큰 사건을 만들어 오면 풀어준다는 식으로 협상을 제안합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없는 사건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범인이 바뀌기도 합니다.”

기사가 나간 뒤 최근까지 많은 마약관계자가 ‘신동아’를 찾았다. 그들은 저마다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다고 호소하거나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등 마약수사기관의 수사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제보했다. 그중 몇몇 사례는 수사나 재판과정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어 보였다. ‘신동아’는 그렇게 접한 사건에 대해 그동안 취재를 진행했는데, 그중 2개의 사례를 소개한다. 검찰이 어떤 식으로 마약 수사를 하는지 보여주는 사례와 국정원과 경찰이 관련된 한 마약사건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이다.

검사실에 앉아서 ‘작업’

부산에 살고 있는 정OO(49)씨는 9월20일 청주지방검찰청에 구속됐다. 마약(필로폰) 2g을 지인인 김OO씨에게 두 차례에 걸쳐 100만원을 받고 교부한 혐의다. 그는 구속된 김씨와 화상면회를 하기 위해 경남의 한 구치소를 찾았다가 현장에서 긴급체포됐다. 그러나 정씨는 현재 “(검찰의 마약 교부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단 기자는 정씨의 주장을 듣기 위해 지난 10월10일 청주교도소에서 그를 만났다. 다음은 정씨의 말이다.

“처음 잡혀서 검사실에 가니 검사와 수사관들이 저에게 ‘이왕 이렇게 된 거 마약사건 하나 작업하면 풀어주겠다. 그러려면 일단 (구속된) 김씨에게 마약을 준 걸 인정해야 한다. 작업만 끝나면 바로 풀어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1500만원가량을 써서 필로폰 10g을 중국에서 들여온 뒤 이를 제보해 사건화해주고 관련자 2명을 구속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그런데 일이 끝나자 검찰은 ‘태도가 불량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갑자기 못 풀어준다고 합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마약을 줬다는 허위자백도 하지 않았죠.”

구속된 김씨는 처음에는 자신에게 마약을 교부한 사람을 전혀 다른 사람으로 지목했다가 무슨 이유인지 수사 도중 “사실은 정씨 물건이다”라고 진술을 바꾼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수사과정에서는 오락가락한 김씨의 진술을 확인하기 위한 대질신문이 이뤄지지 않았다. 정씨는 “어차피 작업 하나 하면 나가기로 검사와 약속이 돼 있었기 때문에 대질신문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이 도움받았다는 확인서만 써줬어도…”

지난 4월 1일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에서 수사관이 인형과 팝콘으로 위장해 들여오다 인천공항세관에 적발된 필로폰을 살펴보고 있다.

정씨는 9월20일 긴급체포된 이후 검찰이 기소한 10월7일경까지 거의 매일 검찰에 출정해 ‘작업’을 했다고 한다. 긴급체포된 피의자 신분임에도 검사실에 앉아 자신의 휴대전화를 마음대로 써가며 검찰의 요구대로 일을 했다. 일하는 중간 중간 수사관들과 상의도 하고 지시도 받았다는 것이다. 정씨의 한 지인은 최근 기자를 만나 “9월20일 정씨가 체포된 이후 거의 매일 (정씨와) 내가 전화를 했다. ‘작업을 하나 해달라’고 부탁해서 알아봤는데 여의치 않아 도와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씨와 정씨의 가족들에 따르면, 정씨가 검찰에 제보한 중국산 마약사건에서는 중국에서 국내로 필로폰을 들여보낸 사람들이 마약거래자들의 인적사항, 계좌내역까지 뽑아 정씨를 통해 검찰에 제출했다. 사실이라면 검찰이 해야 할 수사까지 정씨 측이 대신해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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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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