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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이 도움받았다는 확인서만 써줬어도…”

마약사건 제보했다 구속된 마약전과자의 항변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국정원이 도움받았다는 확인서만 써줬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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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이 도움받았다는 확인서만 써줬어도…”

필로폰

당시 사건의 제보자였던 박씨와 피의자였던 차씨가 사건 발생 직후 동일하게 같은 사람을 마약의 주인으로 진술했었다는 것은 사건 수사에 있어 아주 중요한 대목이었다. 이와 관련해 박씨는 “경찰은 이 최초 수사보고 내용을 경찰, 검찰 수사과정에서 공개하지 않았었다. 나는 사건 당시부터 줄곧 마약의 주인이 최씨라고 국정원에 제보했다고 주장했지만 아무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나중에 이런 자료들을 확인하고는 너무 억울했다”고 말했다. 박씨의 주장에 대해 당시 수사팀장이었던 B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마약세계에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당시 필로폰은 분명히 박씨 것이었다. 사건 당시 박씨가 2주일 이상 경찰수사에 응하지 않은 것 등이 이를 말해준다. 수사보고 내용에 차이가 있는 것은 아마도 차씨의 진술이 바뀌면서 생긴 문제같다. 당시 수사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너무 늦은 국정원의 확인서

애초 박씨로부터 사건을 제보받아 수사에 나섰던 국정원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었다. 제보자 박씨는 자신이 제보한 사건으로 인해 오히려 구속된 뒤 여러 차례에 걸쳐 국정원 측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다. “박씨의 정보제공으로 사건이 이뤄졌으며 박씨가 제보 당시 마약의 주인은 최씨라고 진술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확인해달라는 요청이었다. 박씨는 확인서 요청이 제보자로서 가질 수 있는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박씨의 요청을 거부했다. 사건과 관련된 자료가 전혀 없다는 이유였다.

국정원은 박씨가 행정소송 등을 통해 끈질기게 확인서를 요구하고 나서야 짧은 확인서를 써줬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2심 재판이 끝나고 대법원 판결(2008년 5월29일)을 일주일 앞둔 시점(2008년 5월20일)이었다. 당시 국정원이 발행한 확인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

“민원인(제보자 박OO)이 2007년 5월21일 우리 院(국가정보원) A수사관에게 차OO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사항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 검거하게 한 것은 사실임을 밝힙니다.”



그러나 당시 확인서에는 가장 중요한, 박씨가 제보 당시 마약의 주인을 최씨라고 알려줬다는 내용은 들어 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박씨는 “이것만 확인해줬다면 재판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제보자의 진술과 피의자의 첫 진술이 정확히 일치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정원은 단순한 정보제공 사실만 확인해줬다. 그것도 대법원 판결을 일주일 남겨놓은 상황에서…”라고 주장했다.

이 확인서를 받은 이후에도 박씨는 국정원을 상대로 계속 사실관계 확인을 요구했다. 그리고 결국 국정원은 처음 제보를 받았던 수사관 A씨 명의의 확인서를 다시 보냈다. 대법원 판결이 나온 1년 뒤의 일이었다. 수사관 A씨는 2009년 5월21일 작성한 확인서에 다음과 같이 썼다.

“내가 (제보자 박씨에게) ‘차OO가 가지고 있는 필로폰 50g은 어디에서 받은 것이냐’고 묻자, 박씨는 ‘최OO이라는 사람한테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하면서…내가 (검거한 뒤) 차OO에게 ‘마약을 어디에서 공급받았느냐. 최OO에게 공급받은 게 아니냐’고 추궁하자 답변을 피한 채 (차OO가) ‘필로폰 100g 정도를 받을 데가 있는데 100g 압수하면 현장에서 풀어줄 수 있느냐’고 제안해와 나와 마약반 형사는 ‘공적으로 올려 형을 감해줄 수는 있으나 현장에서 풀어줄 수는 없다’고 답변하자 차OO는 더 이상 언급을 회피하였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 수사관 A씨는 최근 ‘신동아’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솔직히 상식적으로는 말이 안 되는 사건이었다. ‘자기 물건을 자기가 제보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나도 경찰과 검찰에 여러 번 항의했었다. 경찰반장한테 ‘그렇게 수사하면 안 된다’고 했다. 담당 검사도 만나서 ‘말이 안 된다’고 항의했다. 그러나 더 이상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정보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인 내가 정보업무와 관련해 확인서를 써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수사는 분명 잘못됐다. 개인적으로는 (제보자인) 박씨에게 미안하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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