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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육아법 공부는 필수, ‘오냐오냐’ 기르면 고부갈등 원인

할머니! 아기를 부탁해요!

  • 심순영│ 책 ‘엄마, 아기를 부탁해요’ 저자, 출판 기획자

최신 육아법 공부는 필수, ‘오냐오냐’ 기르면 고부갈등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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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맞벌이 부부에게 육아는 생사가 걸린 전쟁이다. 마음 놓고 맡길 데는 없고, 그렇다고 직장을 그만둘 수도 없다. 그렇다보니 요즘 맞벌이 부부 30%가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아이를 맡기고 있다. 21세기 새로운 육아 주체로 떠오른 할머니, 할아버지 사이에 육아과외 치맛바람이 불고 있다. 할머니가 키운 아이는 배려심을 갖게 되고 정서적 안정을 얻지만, 엄마와 할머니의 육아 힘겨루기가 시작되면 남에게 맡기느니만 못한 결과가 생긴다. 모두가 행복한 ‘할머니 육아’, 그 해답은 ‘소통’이다. <편집자>
“아이 맡길 곳이 없다.”

최신 육아법 공부는 필수, ‘오냐오냐’ 기르면 고부갈등 원인

서울 서초구청에서 열린 ‘할아버지 할머니 육아교육 교실’.

맞벌이 부부의 한결같은 고민이다. 간판이 걸린 어린이집은 선뜻 믿음이 안 가고, 입소문 난 어린이집은 비싼 보육료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아이 탄생의 기쁨은 어느새 전쟁 같은 삶을 짊어져야 하는 십자가가 된 지 오래다. 한국의 젊은 부부들에게 보육 문제는 엉킨 실타래 같다.

현실이 이러하니 저출산 현상이 새삼스럽지 않다. 맞벌이 부부의 육아 문제는 저출산을 부추기는 큰 요인이다. 출산장려금, 보육료 지원, 육아휴직제도 등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시책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젊은 부부들을 감화시키기엔 너무 얄팍한 대응이다. 실질적으로 육아 책임은 거의 여성의 몫이기 때문에 출산 기피 현상은 어쩌면 필연적 결과일지도 모른다. 한국 사회에서 육아는 사실상 넘어야 할 고봉이 많은 첩첩난관이다.

맞벌이 부부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일은 육아다. 퇴근 후에도 이어지는 가사와 육아 일은 생활 전체를 스트레스로 만들어버린다. 특히 워킹맘은 육아 부담이 더 크고, 자칫 육아를 완벽하게 책임지지 못하는 데 따른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더구나 남편이 집안일에 무심하다면 육아는 지옥의 경주와 다르지 않다.

맞벌이 부부 30%가 선택하는 ‘할머니 육아’

이런 맞벌이 부부들의 고충 속에서 자연스러운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할머니 육아다. 아마도 한국 사회에서나 있을 법한 특이한 현상이 아닐까 싶다. 육아 도우미나 보육원 등 육아 서비스 기관도 있지만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젊은 부부의 할머니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 할머니 특유의 손자를 향한 내리사랑이 이런 흐름에 일조했는데, 할머니 육아에는 다양한 장점이 있다. 우선 할머니 육아는 아기를 남의 손에 맡기는 데 따르는 찜찜함을 덜어준다. 아기를 맡기고 데려오는 시간적 여유로움도 누릴 수 있다. 엄마와 할머니 사이는 육아 지식과 정보를 스스럼없이 주고받기에도 유리하다. 친할머니건 외할머니건 아기를 키울 만큼 건강하다면 할머니만큼 좋은 양육자는 사실상 없다.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한국 사회에서 유휴 노인 인력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도 할머니 육아는 매우 긍정적이다. 할머니 스스로도 아기를 키우는 즐거움과 함께 사회적 역할을 한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육아 환경을 선순환 구조로 만들 수 있다. 의술의 발달로 100세 장수 시대를 앞둔 오늘날, 상대적으로 젊어지고 있는 노인들에게 ‘육아’라는 트렌드는 앞으로도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이런 변화에 맞춰 할머니들의 의식적 노력이 돋보인다. 웰빙 추구, 새로운 육아법의 수용 등에 거부감이 없다. 과거에는 먹을 것을 챙기고 기저귀를 가는 등의 기본적인 육아에만 집중했지만 이제 최신식 육아 지식을 배우려 하고 직접 훈육에 적용하고 싶어한다. 이러니 젊은 부부들이 할머니 육아를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맞벌이 부부의 30% 이상이 할머니에게 아기를 맡기는 현상은 신세대 할머니들의 변화된 의식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내 손자 돌보며 보육비 받는 ‘아이돌보미 서비스’ 인기

할머니들의 육아 활동은 젊은 부부들이 직장에서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줄뿐더러 저출산 해법이 될 수도 있다. 보육은 국가의 백년대계라 할 만큼 중차대한 일이니 육아를 책임진 우리 할머니들에게 국가가 나서서 훈장이라도 내려야 하지 않을까.

달라진 육아 환경에 맞게 육아 지식을 습득하려는 할머니가 많아지고 있다. 서울의 각 구청과 사회복지 유관기관, 유아용품 업체에서는 무료 육아교실을 열고 있다. 2009년 서초구청에서 할머니 육아교실을 최초로 개설한 이후 최근에는 대다수 구청과 기관에서 육아교실을 속속 개최하고 있다. 할머니들의 반응이 좋아 강의 횟수도 늘리고 이론과 실습 위주의 강의 내용도 지속적으로 보강하고 있다.

최근에는 할아버지들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기존 육아교실은 ‘예비 할머니·할아버지 육아교실’로 이름이 바뀌고 있다. 육아는 할머니 혼자 감당하기 힘든 일이기에 할아버지도 훌륭한 조력자가 될 수 있다. 흥미롭게도 호응도가 매우 높아 할아버지 참여도 계속 확산되는 추세다.

할머니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최신 육아 정보다. 자식 키운 지가 워낙 오래돼서 신세대에 맞는 육아법을 배워 손자들을 제대로 키워내고 싶은 욕심이 크다. 이런 ‘욕구’에 맞춰 각 구청에서는 각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해 실제 육아에 필요한 지식강의를 마련하고 실습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강의 주제는 아기 목욕시키기, 기저귀 갈기, 기저귀 발진 예방법, 모유 수유 방법, 마사지법, 이유식 만들기와 먹이기, 신생아 질병과 증상, 응급처치 등 다양하다. 서초구청에서는 요즘 아이들 사이에 늘고 있는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ADHD)의 예방을 위한 육아법 등의 프로그램을 개설하기도 했다.

이런 육아 프로그램들은 육아법의 차이 때문에 빚어지는 세대 간 갈등을 미연에 방지해준다. 아기 엄마들은 최신 육아 이론에는 밝지만 경험은 일천하고 할머니들은 이론보다 경험을 내세우다 보니 충돌이 쉽게 생긴다. 구로구에 사는 민지 할머니(62)는 구청에서 실시한 육아교실에 참가한 후 “체계적으로 배우니까 도움도 되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공부를 해보니 옛날처럼 헐렁하게 키우면 안 되겠다 싶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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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순영│ 책 ‘엄마, 아기를 부탁해요’ 저자, 출판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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