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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빠도 입시 주인공 ②

아버지여! 내 아이 위한 ‘브랜드 메이커’가 되라!

  • 윤동수│진학사 청소년교육연구소 이사

아버지여! 내 아이 위한 ‘브랜드 메이커’가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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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여!  내 아이 위한 ‘브랜드 메이커’가 되라!
45세 K 부장은 속이 타는지 내내 물을 들이켰다. “아이 진로 문제로 잠깐 상의할 게 있다”며 옆 동네에 사는 후배 L 교사(42)를 불러낸 지 30분. L 교사는 조심스레 물 한 잔을 더 따르며 말을 꺼냈다.

“형님, 애들 진로 문제로 요새 걱정이 많으시죠?”

“많은 정도가 아닐세. 아니, 앞으로 하고 싶은 게 없다는 애한테는 대체 무슨 말을 해줘야 하나? 내가 억지로 뭘 하라고 시킬 수도 없고 말이야.”

“큰아드님이 그래요? 하고 싶은 게 없다고?”

K 부장은 L 교사가 따라놓은 물을 또 한숨에 꿀꺽 들이켰다.

“그렇다니까. 고등학교 들어가서 잘 적응하나 싶었는데 문과, 이과 정할 때가 되니까 스트레스를 받는지 요새 부쩍 그래.”

“형수님은 뭐라고 하세요?”

K 부장은 고개를 저으며 다시 한숨을 푹 쉬었다.

“애 엄마는 애 엄마대로 난리지 뭐. 한창 공부에 매진할 시기에 애가 점점 이상한 소리를 한다고, 날 보고 좀 어떻게 하라고 하는데 난들 뭔 수가 있나.”

L 교사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대체 ‘사는 게 재미없다’‘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는 애한테 아버지로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줘야 하느냐 이 말이야. 좋은 아버지 되기 뭐 그런 방송을 들어보면 찬찬히 대화를 하네, 어쩌네 그러는데…. 대체 그럴 시간이 있어야 말이지. 그리고 막상 짬이 나도 그 대화란 게 어느 날 갑자기 술술 나오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K 부장은 모처럼의 휴일에 후배 L을 불러낸 것이 미안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도 후배는 명색이 고등학교 교사인데 뭔가 근사한 해답을 주지 않을까?

자녀의 진로 문제를 고민하며 이 장을 펴든 아버지들이여! 해결책이 무엇일까 고민한 순간, 당신은 이미 훌륭한 출발점에 서 있는 셈이다.

“하고싶은 게 없다”는 아이들

한참 만에 귀가한 K 부장의 얼굴을 보자마자 아내는 두 눈을 반짝였다.

“뭐라고 그래요?”

“L네는 애가 아직 어리잖아. 그래서 그런지 뭐, 자기도 고민이라고 그러네. 그냥 애 마음 조급하지 않게 찬찬히 생각해 볼 시간을 주라는군. 너무 간섭하는 느낌으로 다그치지 말고.”

K 부장은 일부러 대충 둘러댔다. L 교사와의 이야기를 정리해 곱씹어볼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뭐예요, 그게. 그런 말은 나도 하겠네. 난 또 뭐 대단한 답을 듣고 왔다고.”

그대로 있다가는 아내의 볼멘소리가 끝도 없이 이어질 기세다. K 부장은 못 들은 척 얼른 안방으로 들어와버렸다. 잠깐 눈을 붙일 요량으로 자리에 누웠지만 잠을 청할수록 정신은 더 또렷해져만 갔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는다.’ 그래, 맞는 말이다. 늘 들어왔으면서도 막상 아이의 진로 문제와 부딪치면 곧잘 잊곤 했던 가장 본질적인 가치는 바로 ‘내 아이가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의 행복을 찾아주기 위해 아버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내 아이의 인생을 바라봐야 한다.

“그러니까 아이의 진로를 논할 때는 보다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이거지?”

K 부장은 중얼거리며 L 교사의 말을 받아 적기 시작했다. 진로 목표가 뚜렷해야 아이는 ‘공부의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래야 인생이라는 장기 레이스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고 꾸준히 나아갈 수 있다. 잠시 숨을 고른 L 교사는 대뜸 철 지난 뉴스 한 토막을 화제에 올렸다. 그의 요지는 이랬다.

“지난 4월 카이스트에서 또 한 학생이 자살했어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도 지난해에만 4명의 학생이 목숨을 끊었대요. 안타까운 것이 학생들 모두 불투명한 진로와 미래에 대한 고민이 컸다고 하더군요. 정확한 사유야 본인 말고 누가 알겠습니까마는 어쨌든 비극입니다. 엄청난 비극이죠. 내로라하는 인재들이 모인 학교에서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그 젊은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다니요. 그래도 나름대로는 하고자 하는 바가 상당히 뚜렷했던 아이들 아닙니까.”

“그래, 그렇지.”

그렇게 확신을 가지고 살던 대학생들도, 청년들도 불투명한 미래에 쓰러지고 마는 것이 지금 이 시대 한국의 현실이다. 진로나 진학 문제를 논하기 전에 우선 장기적인 안목으로 내 아이가 살아갈 미래의 시간을 상상해보라는 L 교사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잘 아시겠지만, 청년들만의 문제는 아니죠. 2012년 5월에 발표된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중 8.8%가 ‘지난 1년, 한 번이라도 자살 생각을 한 적 있다’고 해요. 그중 절반이 넘는 아이들이 자살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로 ‘성적 및 진학 문제’를 꼽았고요. 청소년 사망원인 1위도 고의적 자해 즉, 자살이에요. 형님, 왜 자꾸만 이렇듯 젊다 못해 어리디어린 영혼들이 스스로 져버리는 것일까요? 대한민국에 그렇게나 희망이 없다는 이야기일까요?”

L 교사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번에는 K 부장이 L 교사의 빈 컵에 한가득 물을 따랐다.

“뭐, 요즘 애들이 스트레스에 좀 취약한 면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지. 우리 때와는 또 다르니까. 학교폭력 문제도 그렇고, 날로 심해지는 경쟁도 그렇고. 애나 어른이나 똑같이 힘든 거 아니겠어. 어른이야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살지만 애들이 어디 그런가. 이거야 뭐, 웬만한 대학교를 졸업해도 별 뾰족한 수가 없는 세상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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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수│진학사 청소년교육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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