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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얼마나 당해야 대책 세워줄 건가요?”

학교폭력 그 후 100일, 한 엄마의 외침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우리 아이가 얼마나 당해야 대책 세워줄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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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깝치지마!”… 주먹으로 얼굴 때리고 ‘인증샷’ 찍으려던 초5 아이들
  • ●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열어주지 않고 ‘쉬쉬’하다 제2의 피해자만
  • ● “신변 보호해주겠다?” 해놓고 “단 1주일 무료 제공”
  • ● “도청 재심 청구하라?” 청구 양식도 없어
  • ● 권익위·교과부, 입 모아 “우리 권한 아니다”
  • ● “제2의 피해 막기 위해 끝까지 간다”
6월 2일. 또 한 아이가 몸을 던졌다. 6개월 동안 대구에서만 벌써 8번째다.

끊이지 않는 학교폭력 사건을 보며 대중은 우울증에, 무기력에, 그리고 공포에 빠진다. 쏟아지는 학교폭력 대책을 비웃듯 끔찍한 학교폭력은 그치지 않고 있다. 경기도 한 초등학교 5학년 남자아이를 둔 학부모 김미영(40·가명) 씨는 ‘그날’ 전만 해도 언론에 등장하는 폭력 사건을 보며 끌끌 혀를 차던 학부모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 초 초등학교 5학년 아들 지훈이(11·가명)가 피해 당사자가 된 이후 그는 정부가 쏟아내는 학교폭력 대책이 얼마나 허술한지, 또 학교는 얼마나 몸 사리기에 급급한지 몸소 깨달았다. 아이를 위해 엄마는 스스로 싸워야 했다.

주먹으로 얼굴 2회 강타, 성장판 훼손 가능성

새 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3월 8일. 간호사로 일하는 김 씨는 집에 가는 길에 아이의 전화를 받았다. 아이는 울고 있었다. “엄마…애들이 나 막 때렸어. 엉엉.”

아이의 얼굴은 참혹했다. 코 주변이 퉁퉁 부어 시퍼렇게 멍이 들었고 온몸에 흙이 묻어 있었다. 동네 정형외과에서는 “상황이 심각하다”며 빨리 아이를 데리고 큰 병원에 가라고 했다. 종합병원에 가서 CT촬영 등 정밀 검사를 했다. 전치 2주. 의사는 “코 주변 성장판까지 다친 것 같다. 얼굴은 크는데 코는 안 크는 기형이 될 수도 있다. 지속적으로 살펴봐야 하고, 만약 코 주변만 자라지 않는다면 훗날 성형수술이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지훈이에게 당시 상황을 들었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같은 반 남자아이 4명이 운동장 구석으로 지훈이를 불렀다. A가 지훈이 앞에 섰고 나머지 3명은 그 뒤에 쪼르르 섰다. A는 지훈이의 어깨를 밀치고 배를 가격했다. 지훈이가 배를 잡고 고꾸라지자 A의 주먹이 지훈이의 코뼈를 강타했다. A가 옆에 서 있던 B에게 ‘인증샷’을 찍으라고 하자 B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 카메라 촬영을 시작했다. 지훈이가 “찍지 마”라며 B의 몸을 치자, B는 메고 있던 가방과 휴대전화를 바닥에 내려놓고 지훈이 얼굴을 다시 한 번 주먹으로 가격했다. 얼굴 같은 부분을 두 번이나 가격당한 지훈이는 자리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들은 모두 자리를 떴다.

“우리 아이가 얼마나 당해야 대책 세워줄 건가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결과 통보서. 학교폭력에 가담한 아이 7명은 모두 서면사과와 접촉 및 협박 금지, 특별교육이수 등 처분을 받았다. 그중 5명은 학급이 교체됐지만 전학 처분을 받은 아이는 한 명도 없다.

왜 아이들은 지훈이를 때렸을까? 지훈이는 키도 크고 성격도 쾌활해 친구도 많다. 흔히 떠올리는 ‘괴롭힘 당하는 아이’의 모습과는 다르다. 훗날 아이들에게 때린 이유를 물었더니 “얘가 깝쳤어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A는 교실에서 지훈이에게 “야, 길 비켜, 왕따야”라고 했을 때 지훈이가 다른 아이들처럼 가만히 있지 않고 “돼지멍충아!”라고 대응하자 화가 나서 혼내주고 싶었다는 것.

김 씨는 억장이 무너졌다. 그는 사업 때문에 혼자 호주에 머무는 남편 역할까지 도맡아 아이를 길러왔다. 새 학기 둘째 날, 생전 안 그러던 아이가 “엄마, 나 학교 안 가면 안돼?”라고 물었을 때 김 씨는 아이를 달래 학교를 보냈다. 그냥 새로운 반이 낯설어서인 줄 알았지만 반 아이들 모두는 이 거친 남자아이 5~7명의 욕설과 폭력에 시달리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그 아이들을 쫓아가고 싶었지만 김 씨는 먼저 담임선생님에게 전화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은 학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담임은 “하교 후에 벌어진 일이라 몰랐다”면서 “믿고 맡겨달라”고 부탁했다. 몇 시간 후, A의 엄마가 집 앞에 찾아왔다. “죄송해요.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할게요”라며 치료비 몇 만 원을 건네는 A의 엄마를 보며 ‘그래, 남자애들 키우다보면 이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했다. ‘그래 털어버리자.’ 김 씨는 그렇게 마무리될 줄 알았다.

‘특별교육 3~5일’이 처벌 전부

다음 날 학교를 안 가겠다는 아이를 끝내 달래 보냈다. 아이에게 학교생활을 전해 들을 때마다 엄마는 괴로웠다. 점심시간, 지훈이가 식당에서 나오는데 다짜고짜 아이들이 “X발”이라고 욕을 했다. 며칠 후에 아이들은 지훈이를 교실 바닥에 눕혀놓고 “샌드위치 만들자”며 깔아뭉갰다. 지훈이와 친하다는 이유로 친구들까지 괴롭힘의 대상이 됐다. 김 씨가 학교에 전화해도 담임은 “아이들 혼을 내줬어요. 잘 돌보겠습니다”는 답만 되풀이했다. 4월 24일, 결국 지훈이의 가장 친한 친구 인철이(11·가명)가 아이들에게 심하게 맞았다. 인철이를 때린 아이 대다수가 지훈이 폭행에 가담한 아이들이었다.

인철이 엄마는 직접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해본 적 있는 서울 지역 고등학교 교사였다. 그는 이미 폭력이 상습적인 단계라고 판단하고 학교에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폭대위)를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폭대위란 학교장과 학부모, 교육 전문가들이 학교 내 폭력 사건에 대해 의논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기구다.

재심청구 양식도 없어…

하지만 교장은 “아이들이 인철이를 때릴 때 인철이도 1명한테 주먹을 휘둘렀다. 이게 정당방위가 안 될 수도 있다”며 화해를 유도했다. 인철이를 때린 아이 부모들은 전화를 해 “왜 일을 키웁니까? 남자애들끼리 크다보면 그럴 수도 있죠”라며 항의했다. 하루는 교장이 인철이를 교장실에 불러 가해 학생들 앞에서 “이 친구들을 용서하겠니?”라고 물었다. 아이는 마지못해 “네”하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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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기자│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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