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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 연구 빼앗은 악덕 교수” vs “제자 이용해 나를 음해”

네이처 표지 논문 저자 논란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대학원생 연구 빼앗은 악덕 교수” vs “제자 이용해 나를 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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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32세 물리학자 남구현 박사, 데뷔 논문 네이처 등재
  • ● 9개월간 함께 연구한 대학원생 전모 씨 “크랙 멈춤을 구현한 건 바로 나”
  • ● 남 박사 “전 씨는 내 지시대로만 움직였을 뿐”
  • ● 이화여대 연구진실위 “전 씨의 기여 인정하라” 잠정 결론
  • ● 연구 기여 없는데도 ‘공동 교신저자’ 부탁한 박 교수와 갈등
“대학원생 연구 빼앗은 악덕 교수” vs “제자 이용해 나를 음해”
5월 10일 국내 연구진이 쓴 논문이 세계적인 과학저널 영국 ‘네이처(Nature)’ 표지 논문으로 실렸다는 소식이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특히 이 논문의 제1저자 및 공동 교신저자인 남구현(32) 당시 이화여대 초기우주과학기술연구소 특임교수에 대한 관심이 쏟아졌다. 젊은 물리학자인 남 박사가 교수 임용 후 처음 쓴 데뷔 논문이 네이처에 실렸다는 점도 주목받았지만, 그가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인천 남동공단 레미콘기사로 일하며 친구의 물리학 책을 빌려 독학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인간 승리 스토리’까지 화제가 됐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 5월 8일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대학원생은 노예인가? 교수가 연구 결과 독식”이라는 글이 올라온 이후 상황은 역전됐다. 이 글을 쓴 사람은 2010년 3월부터 12월까지 9개월간 이 연구에 참여한 이화여대 박사과정(석·박사 통합 11학기) 전모 씨(28). 전 씨는 이 글을 통해 “논문에 실린 실험의 모든 과정은 내가 진행했고 논문에 실린 최대 성과는 내가 직접 발견하고 구현했으므로 나도 공동저자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5월 11일 이화여대는 연구진실성위원회 예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진상 파악에 나섰고 5월 18일 관련 내용에 대해 “전 씨가 네이처 논문에 실린 실험에 직접 참여해 주요 결과를 얻어내는 데 기여했는데 교신저자인 남 박사가 이를 인정하지 않고 논문을 발표한 것은 저작권에 대한 부적절한 행위”라며 본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이 언론에 보도되고 이슈화되면서 남 박사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남 박사는 ‘가난 딛고 네이처 표지 논문 낸 불굴의 청년 과학자’에서 한순간에 ‘대학원생의 연구 결과를 빼앗은 악덕 교수’로 전락했다. 과연 이 논문을 둘러싼 진실은 무엇일까?

전 씨 “실험 다 내가 했다”

“대학원생 연구 빼앗은 악덕 교수” vs “제자 이용해 나를 음해”

5월 10일 발간된 네이처 485호 표지에 실린 논문 ‘균열 제어를 통한 형태화’를 둘러싼 저자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문제가 된 논문은 5월 10일 발간된 네이처 485호 표지에 실린 ‘균열 제어를 통한 형태화(Patterning By Controlling Cracking)’다. 이 논문은 쐐기나 계단 모양의 흠집, 유리와 같은 깨지기 쉬운 물질을 이용해 실리콘 웨이퍼(반도체의 재료인 둥근 원판)에 직선과 곡선을 포함한 다양한 패턴의 균열(크랙)을 만드는 방법을 찾아냈다. 이 기술을 응용하면 극소량의 샘플로 정확한 진단이 가능한 초소형 바이오칩을 만들 수 있고, 회로 선폭이 10나노 단위인 초정밀 반도체 회로도 만들 수 있다. 네이처지는 이 논문에 대해 “균열 연구와 나노 공학을 연결하는 새로운 다리를 놓았다”고 평가했다.

이 논문의 제1저자 및 공동 교신저자는 남 박사이고, 공동 교신저자에 고승환(38)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도 등재됐으며 박일흥(55) 이화여대 물리학과 교수는 제2저자에 이름을 올렸다. 인터넷 게시판에 문제를 제기한 전 씨는 ‘감사의 글’에 이름이 나온다.

전 씨는 5월 8일과 16일 두 차례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이 글을 통해 전 씨는 △연구주제를 생각하고 제안한 사람은 남 박사지만, 실험을 진행하고 실험 과정 및 결과를 연구노트에 기록해 남 박사에게 보고한 것은 본인이며 △논문의 최대 성과인 크랙을 계단형 패턴에서 멈추게 한 것은 본인이 구현하고 발견한 것이며 △네이처 표지 사진을 비롯해 논문에 실린 14장의 사진 중 10장이 본인이 찍은 사진과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즉, 실험을 구상한 것은 남 박사지만 실제 실험을 하고 논문에 수록된 실험 결과를 발견한 것은 전 씨라는 것.

전 씨는 이 글에서 “홀로 밤을 새워 실험을 하고 중간중간 실험에 좋은 아이디어를 적용하면서 좋은 결과를 낸 건 나인데, 네이처가 나올 때가 되니까 (남 박사는) 내 공정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모든 결과물을 빼앗은 후 단돈 20만 원의 수고비만 줬다. 오늘(5월 8일)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논문과 관련된 기자회견이 열리는데 정작 실험 당사자인 나는 들어갈 수 없었다”며 “남 박사는 나를 노예처럼 부리다 내 연구 성과를 빼앗았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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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기자|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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