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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베이비부머 5070, “우린 ‘액티브 시니어’!”

동문회·향우회 기웃기웃 옛말 온라인 활동·창업 “너무 바빠요”

  • 박은경│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은퇴 베이비부머 5070, “우린 ‘액티브 시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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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뒷방 늙은이’는 가라. 이제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 시대다.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우리나라 노인문화가 바뀌고 있다. 젊은 시절 대중문화를 접했고, 우리 사회의 선진화를 온몸으로 체험한 이들은 나이가 들어도 집 안에 머물지 않는다. 인터넷 세상을 중심으로 소득·학벌·나이의 벽을 뛰어넘은 다양한 커뮤니티를 구성해 자신들의 문화를 향유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선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새로운 중·노년들을 만났다.
은퇴 베이비부머 5070, “우린 ‘액티브 시니어’!”

회원 수가 400여 명에 달하는 시니어 걷기 모임 ‘프리맨의 도보여행’ 회원들이 북한산 둘레길을 걷고 있다.

한여름 더위가 아스팔트를 녹일 듯 맹렬하던 8월 7일, 서울 역삼동 한 빌딩 회의실에 나이 지긋한 어른 10여 명이 모여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시니어 일본어 공부 클럽 ‘메구미의 쌩쌩 일본어(쌩쌩 일본어)’ 모임 현장이다.

“복날에는 개도 자는데 공부를 시키려 해요.”

“오늘 말복 아닙니까. 삼계탕이 안 되면 아이스크림이라도 먹고 합시다!”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나오자 지각한 여성 회원이 재빨리 지갑을 챙겨 방을 나갔다. 강의를 맡은 이가 교재용 자료를 나눠주며 “꼬투리만 있으면 핑계 삼아 노시려고 한다”고 핀잔을 주지만,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바람 한 점 없는 찜통더위에 거리조차 한산하던 8월 5일 오후 2시엔 지하철 4호선 길음역사 내 ‘만남의 장소’에 등산복 차림의 60대 한 무리가 모여 있었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몇 명이나 나올지 걱정이네요.”

“회장님은 오늘 일이 있어서 못 나오신다고 했고, ‘무성님’은 화계사 입구에서 합류한다고 연락 왔어요.”

“오늘 화계사에서 둘레길 따라 북한산 형제봉 입구까지 걷는 코스죠? 이게 3시간으로 될까? 더위에 일찍 지치는 회원이 없어야할 텐데….”

일행이 다 모이자 우르르 역사를 빠져나가는 이들은 매주 일요일에 만나 함께 걷는 시니어 걷기 모임 ‘프리맨의 도보여행(도보여행)’ 클럽 멤버들이다.

최근 은퇴가 시작된 베이비붐 세대를 포함한 50~60대를 ‘뉴 시니어’라고 한다. 과거의 시니어와 달리 ‘뒷방 늙은이’의 삶을 거부하는 이들을 일컫는 신조어다. 젊은이 못지않은 정신력과 열정을 갖춘 70대 중에도 이 대열에 가세한 이들이 있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결성되는 각종 ‘시니어 커뮤니티’는 이들의 주된 활동 공간이다.

건강 지키고, 새로운 인연 맺고

은퇴 베이비부머 5070, “우린 ‘액티브 시니어’!”

‘프리맨의 도보여행’ 회원들.

‘도보여행’ 클럽을 만든 송영록(60) 씨는 기자와 컨설팅회사 최고경영자(CEO) 등을 거쳐 몇 해 전 은퇴했다. 그는 “이제는 은퇴한 뒤에도 길게 살아야 하는 시대 아닌가. 지나간 세월에서 만난 인연은 은퇴와 함께 단절되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세월을 살려면 또 다른 인연을 맺고 소중하게 잘 가꿔야 한다”고 했다. 송씨에 따르면 기업체 사장이나 임원처럼 고위직에서 은퇴한 사람일수록 사회로부터 스스로를 ‘왕따’시키며 집에 틀어박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단 집 밖에 나오면 시니어가 즐길 수 있는 일, 할 일이 여전히 많다는 걸 알게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우리 모임에도 온라인으로 가입한 뒤 1년간 블로그만 들락거리다가 용기를 내서 오프라인 걷기에 참가한 사람이 있어요. 지금은 누구보다 열심히 활동하는 열성회원이 됐지요.” 송 씨의 말이다.

이 모임 멤버 이강(69) 씨는 은퇴 후 부인과 함께 도보여행을 시작했다. 40년 역사의 스키 모임과 25년 된 산악회 모임에도 가입돼 있는 그는 “젊을 때는 암벽등반도 했다. 나이 들면서 관절에 무리가 오고 기운이 달려 걷기를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반면 모임 가입 두 달째인 강윤섭(56) 씨는 뇌졸중 후유증으로 불편한 몸의 재활을 위해 도보여행을 시작한 경우다. 오프라인 걷기 모임에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그는 “혼자 동네를 걸을 때보다 훨씬 몸이 좋아지는 걸 느낀다. 지금까지 이 모임을 통해 걸은 거리는 70km 정도”라고 밝혔다.

‘도보여행’의 온라인 회원 수는 400여명. 50~60대가 주축이다. 오프라인 걷기 모임에 참석하는 사람은 날씨 좋은 봄·가을에 20여 명, 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에는 10여 명이지만, 회원들의 소속감은 남다르다. 기윤덕(54) 씨는 “일본 대지진 때는 회원들이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후원금을 보냈고, 매년 명절 때마다 노숙자에게 밥 퍼주는 봉사, 독거노인에게 선물 돌리는 봉사 등을 한다”고 했다.

창립자 송 씨의 바람은 언젠가 멤버들과 함께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 길을 걷는 것. 이미 혼자 그 길을 걸었던 송씨는 “처음엔 ‘과연 내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잘 갈 수 있을까’ 겁이 났는데 하니까 되더라. 그 경험을 회원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했다.

늦깎이 열공의 즐거움

현역에서 은퇴한 뒤 배움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 시니어도 많다. 지난해 12월 결성된 온라인 클럽 ‘쌩쌩 일본어’는 그런 이들이 모여 있는 곳. 실력에 따라 구별되는 초·중·상급 그룹별로 정원이 있어 희망자라도 자리가 없으면 기다려야 한다. 이 때문에 클럽 블로그에는 “대기자 명단에 넣어달라”는 호소의 글이 늘 올라와 있다.

말복 날 이 모임에 나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공부한 강성기(78) 씨는 “같이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이 모여 친목을 도모하면서 일본어도 배울 수 있어 재미있다”고 했다. 일제강점기에 초등학교를 다닌 그는 직장인 시절 일본과의 교역을 담당했다. 하지만 부족한 일본어 실력 때문에 파트너들과 유창하게 대화를 나누지 못한 게 한이 돼 은퇴 후 이 모임에 합류했다고 했다. 강 씨는 “어린 시절 배운 일본어는 다 잊었지만, 공부하다 보니 그때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좋다”고 했다. 올 초 은퇴한 또 다른 회원 양진형(64) 씨는 “다들 의욕은 넘치지만 아무래도 젊은 시절보다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져 힘든 면이 많다. 혼자 했으면 금세 지쳤을 텐데, 회원들이 다 같은 처지라 공부 요령을 공유하며 힘을 북돋워주니 좋다”고 했다. 그의 바람은 언젠가 우리나라 고궁 등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역사문화 안내 봉사를 하는 것. 양씨는 “은퇴 무렵 이후의 삶을 어떻게 꾸려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일본어를 배우며 보람 있는 일을 찾았다”며 웃었다. ‘쌩쌩 일본어’ 회원들은 10월 초, 그동안 익힌 일본어 실력을 확인할 겸 3박4일 일정으로 일본 여행을 떠난다.

은퇴 베이비부머 5070, “우린 ‘액티브 시니어’!”

시니어 일본어 공부 클럽 ‘메구미의 쌩쌩 일본어’ 회원들은 매주 화요일 모여 공부한다. 말복 날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모여 일본어를 배우고 있는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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