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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 방해하려다 경찰에 덜미 잡혔다

김광준 검사 수뢰의혹 檢·警 수사 막전막후

  •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검찰, 수사 방해하려다 경찰에 덜미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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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경찰청의 ‘조희팔 수사’ 대구로 이첩 지시
  • ● 경찰, 관심 적은 곳서 은밀 수사 金 차명계좌 발견
  • ● 유진그룹 등 곳곳서 돈 받은 ‘양파 검사’ 옭아매
  • ● 검찰, ‘비리’ ‘특권’ 비난 여론…개혁 칼날 맞을 듯
검찰, 수사 방해하려다 경찰에 덜미 잡혔다
11월13일 오후 3시 베이지색 코트 차림에 검은 뿔테안경을 쓴 중년 남성이 나타나자 서울 서부지검 앞은 갑자기 술렁였다. 기자들의 질문과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비장한 표정으로 견뎌내던 그는 2분쯤 아무 말 없이 서 있다 검찰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자신이 그동안 불러들인 수많은 피의자가 걸었을 그 길을 따라 그는 무겁게 발걸음을 옮겼다. 뇌물로 10억여 원을 받은 혐의를 받던 현직 부장급 검사가 대중에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바로 서울고검 김광준 검사(51)였다.

김 검사의 비리 의혹을 처음 포착한 건 경찰이다. 수사권 조정을 두고 검찰과 갈등을 빚어온 경찰이 지난달부터 김 검사의 혐의를 낱낱이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현직 검사에 대한 경찰의 사상 첫 수사였다. 경찰은 오래도록 검찰의 핍박을 견뎌오며 ‘검사 한 명 걸리기만 해봐라’고 이를 갈고 있던 참이었다. 경찰에겐 대형 호재였고 검찰로선 긴급상황이었다. 검찰이 ‘룸살롱 황제’ 이경백 씨를 수사하며 그에게서 돈을 받은 경찰관 명단을 손에 쥐었던 것처럼 경찰 역시 김 검사뿐 아니라 다른 검사의 비리 연루 혐의까지 쥐락펴락할 수 있는 상황이다. 경찰은 김 검사가 받은 돈의 대가성 입증에 실패해 형사처벌을 못 하더라도 수사 내용을 언론에 흘려 검찰 조직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었다. 검찰이 식은땀을 흘리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상황을 만든 건 검찰의 ‘악수(惡手)’였다. 당초 경찰의 수사 목표는 김 검사가 아니었다. 경찰은 4조 원대 다단계 사기사건 용의자 조희팔의 은닉자금을 추적하고 있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올해 초 조희팔 측근인 강모 씨(51)와 내연녀가 은닉자산을 관리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이들에 대한 계좌추적을 시도했다.

대구로 보낸 게 惡手

그런데 영장 발부 권한을 가진 서울중앙지검이 제동을 걸었다. 강 씨 등의 주소지가 대구에 있으니 대구의 경찰서로 사건을 넘기라는 지휘를 내렸다. 당시 경찰과 수사권 조정으로 갈등을 빚던 검찰은 수사지휘권을 이용해 경찰청이 직접 수사하는 사건을 지방으로 넘기라는 지휘를 자주 했다.

검경은 지난해 형사소송법 개정과정에서 극한의 갈등을 빚어왔다. 경찰은 “경찰이 수사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수사권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고 검찰은 “경찰의 모든 사건은 검사가 수사지휘를 해야 한다”고 양보하지 않았다. 국무총리실 중재과정에서 경찰에 수사개시 및 진행권을 주되 검찰에 수사지휘권을 보장하는 내용으로 두루뭉술하게 타협이 됐지만 권한에 대한 경계가 불분명해 양 기관은 주요 사건마다 마찰을 빚고 있다.

조희팔 사건에서도 검찰의 지방 이송 방침에 경찰은 경찰청의 수사 기능을 무력화하는 부당한 지휘라고 항의했다. 하지만 이게 도리어 검찰에 부메랑이 될 줄은 검·경 둘 다 몰랐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직원들은 사건을 들고 대구로 내려갔다. 지방으로 가자 ‘중앙’의 관심이 한풀 꺾였다. 경찰은 대구지검 서부지청에서 관련 영장을 받아 강 씨 등에 대한 계좌추적을 광범위하게 진행했다. 강 씨가 2억4000만 원을 입금한 수상한 계좌가 포착됐다. 경찰은 처음엔 조희팔 은닉자금이 흘러든 수십 개의 차명계좌 중 하나일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해당 계좌의 실제 소유주를 확인한 경찰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주인이 김 검사였던 것이다. 경찰은 김 검사가 은행을 방문해 해당 계좌에서 돈을 인출하는 폐쇄회로(CC)TV 영상과 거래내역까지 확보했다. 경찰은 이 내용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조희팔 은닉자금이 현직 부장급 검사에게 흘러든 사실을 검찰이 알게 되면 사건을 즉시 넘기라고 지휘할 게 뻔했다.

경찰은 ‘독 안에 든 쥐’를 다루듯 김 검사의 계좌에 오간 자금을 하나하나 파헤쳤다. 김 검사가 받은 돈은 10억 원이 넘었다. 입금자 추적 과정에서 유진그룹 EM미디어 유순태 사장이 2008년 가족과 회사 직원 등 6명의 명의로 나눠 5000만 원을 입금한 정황도 나왔다. 정상적인 거래라면 유 사장이 실명으로 김 검사의 실명계좌에 돈을 보냈을 것이므로 수상한 자금 흐름이었다. 경찰은 조사과정에서 김 검사가 자신의 차명계좌에 입금한 5억5000만 원이 유 사장 측으로부터 받은 수표란 사실도 확인했다. 유진그룹 측에서 자그마치 6억 원을 김 검사에게 건넨 것이다. 나머지 1억6000만 원도 개인이나 중소기업이 김 검사에게 보낸 돈이었다.

“파면 팔수록 나오는 양파”

김 검사 계좌로 돈이 입금된 시기는 대부분 2008~2009년으로 김 검사가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과 대구지검 서부지청 차장 등 고위 검찰간부로 근무하던 시점이었다. 대가성이 있는 자금일 개연성이 컸다. 경찰 관계자는 “김 검사는 파면 팔수록 새로운 게 나오는 양파였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고위 정치인이나 대기업의 범죄 등 대형 비리를 수사하는 곳으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버금가는 화력을 자랑한다. 특별수사로 잔뼈가 굵은 검사들이 포진해 있는 데다 정치인과 재벌의 비리를 파헤치는 수사로 ‘재계의 저승사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김 검사도 수도권과 부산 등에서 특수부장을 지내다 서울중앙지검에 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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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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