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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점 2013

‘공포의 균형’으로 맞서자? 비현실적 ‘안보 포퓰리즘’

한국의 핵무장

  • 성기영│연세대 북한연구원 연구교수, 국제정치학 박사

‘공포의 균형’으로 맞서자? 비현실적 ‘안보 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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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3차 핵실험에 이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안, 그리고 이에 따른 북한의 도발 위협이 가중되면서 한국의 핵무장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특히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원자탄의 소형화, 경량화를 이뤘다고 주장함에 따라 북한의 핵위협을 피부로 느끼는 국민 사이에 이를 둘러싼 찬반논의가 가열되고 있다.

한국의 핵무장론에 불을 지핀 것은 여당인 새누리당의 일부 중진의원이었다. 이들은 북한 핵실험 직후 “핵에는 핵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며 자체 핵무장 또는 미국의 전술핵무기 재배치 등을 주장하고 나섰다.

‘상호 궤멸’ 폭약 담긴 바리케이드

핵무장론에 대한 국민 정서도 조금씩 바뀌는 조짐이 나타난다. 북한의 핵실험 직후 아산정책연구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7%가 미군 전술핵무기 재배치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시기 한국갤럽의 조사에서는 ‘우리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설문에 찬성 의견(64%)이 반대(28%)보다 월등히 높게 나왔다.

한국의 핵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논리는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첫째, 한국의 핵보유가 한반도에 ‘공포의 균형’을 가져옴으로써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포의 균형’이란 핵무기를 사용하고자 하는 국가라 하더라도 상대방으로부터 ‘충분히’ 보복당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다면 ‘상호 궤멸’에 대한 공포 탓에 결코 핵을 사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국제정치학적 논리다. 이런 주장을 펴는 이들은 냉전시대 미소 간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이유를 바로 이 ‘궤멸에 대한 공포’에서 찾기도 한다.

이러한 논리는 실제로 1972년 닉슨 미국 대통령과 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탄도탄 요격미사일(ABM) 조약을 체결하는 근거가 되기도 했다. 당시 미소 양국은 수도를 포함해 두 곳을 제외하고는 탄도탄 요격 시스템을 배치하지 않는다는 데 합의했다. 공격무기를 줄임으로써 전쟁 위험을 낮추는 방식이 아니라 방어체제를 해체함으로써 평화를 유지한다는 구상이다. 무력충돌 위기가 높아가는 두 나라 사이에 ‘상호 궤멸’이라는 폭약을 담은 바리케이드를 친다는 것이다.

둘째, 핵무장론자들은 유사시 미국이 제공하게 될 핵우산을 100% 신뢰하기 어렵다고 본다.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 약속이 작동하는 동맹관계라고 해서 핵우산의 논리가 언제나, 완벽하게 작동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이른바 신뢰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이렇다. 만약 어느 시점에 북한의 핵능력이 그야말로 워싱턴을 타격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른다고 가정해보자. 북한이 미국 본토를 상대로 핵 보복을 벌일 가능성이 0.1%라도 있다면 과연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을 위해 북한을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할 것인가. 핵무장론자들의 답은 ‘아니다’ 또는 ‘아닐 수도 있다’에 가깝다. 핵우산은 ‘찢어졌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차라리 남한에 전술핵무기를 다시 가져다놓는다면 유사시 미국은 자국 영토가 자동적으로 보복당하리라는 부담감 없이 한반도 남쪽에 배치된 전술핵무기 사용을 승인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셋째, 한국의 핵무장 또는 핵무장을 위한 논의 자체만으로도 북한의 위협을 상쇄할 수 있는 협상 카드가 된다는 것이다. 단지 북한을 겨냥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중국이나 미국을 향한 메시지로서의 의미를 갖는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미국을 향해서는 확장 억제를 혁신적으로 강화하라는 메시지가 되고, 중국을 향해서는 북한 핵개발을 저지하는 데 적극적 역할을 하라고 압박하는 카드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의 핵무장이 일본의 핵무장을 유발하는 도미노 현상을 막기 위해서라도 중국이 움직이지 않을 수 없으리라는 주장도 있다.

‘자위적 핵능력’ 논리의 모순

그러나 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 이러한 세 가지 논리에서 분출한 한국의 핵무장론은 만만치 않은 반론에 부딪히고 있다. 핵무장 반대론자들은 핵실험 직후 조성된 심리적 불안감에 편승한 핵보유론이 실현 가능성도 없을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비판한다.

핵무장 반대론자들은 무엇보다도 핵무장론이 현실성 없는 안보 포퓰리즘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북한 핵개발 드라이브의 대응수단으로 우리가 자체적으로 핵을 개발한다면 이는 북한이 핵개발 과정에서 내세운 ‘자위적 핵능력’ 논리를 그대로 추종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한국의 자체 핵개발은 핵확산 금지조약(NPT)과 상충할뿐더러 만약 핵개발을 위해 NPT 체제를 벗어날 경우 북한이 지난 20여 년 동안 국제사회를 상대로 벌여온 ‘핵도박’과 뭐가 다르냐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국 역시 국제사회의 제재 대상이 될 수도 있고 이는 ‘한국을 파키스탄화하자는 것이냐’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인 20%대 초반의 식량자급률과 3~4%의 에너지 자급률에 머물러 있는 한국이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 가능성을 무릅쓰고 핵개발에 나선다는 것은 난센스라는 것이다.

자체 핵개발이 아닌 전술핵 재배치론 역시 ‘현실성 없음’이라는 비판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1958년 아이젠하워 대통령 시절부터 한반도에 배치됐던 전술핵을 미국이 철수시킨 것은 1991년 말 무렵이다. 당시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동유럽 몰락과 소비에트 연방 해체라는 전환기를 맞아 일방적으로 핵감축 구상을 내놓았고,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이에 호응하면서 미소 양국은 핵군축 국면에 접어들었다.

미국 군축협회에 따르면 1991년 미국은 5000여 기의 전술핵무기를 해외에 전개해놓고 있었다. 물론 이들 전술핵은 대부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들 위주로 배치돼 있었다. 이 중 3000여 기는 이미 폐기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현재 해외 전술핵은 독일, 벨기에 등 5개 나토 동맹국에 분산 배치돼 있다.

미국은 이미 나토 회원국 내 전술핵 철수 문제는 동맹국 의사에 따라 결정될 일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0년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과 신(新)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에 조인했고 ‘핵 없는 세상’을 대외정책 모토로 삼을 만큼 비확산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런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전술핵 재배치 주장은 시대착오적이라는 것이 비판론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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