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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호텔보다 비싼 성북동 가구박물관에서 ‘작은 결혼식’?

박원순 시장 아들 결혼식 ‘호화’ 혹은 ‘특혜’ 논란

  • 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특급호텔보다 비싼 성북동 가구박물관에서 ‘작은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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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작은 결혼식 했다는 ‘서울 모처’, 알고 보니 최고급 예식 장소
  • ● 대관료 2000만 원, 꽃 장식 1200만 원, 1인당 식대 12만 원…
  • ● 한국가구박물관 관계자 “여기서 결혼한 건 맞다. 더는 말할 게 없다”
  • ● 박 시장 “평소 철학에 따라 처한 상황에서 최대한 노력했다”
특급호텔보다 비싼 성북동 가구박물관에서 ‘작은 결혼식’?
매주 토요일 정오 무렵이면 서울시청 신관 시민청에서는 작고 뜻깊은 결혼식이 열린다. 허례허식을 없애고 신부 드레스부터 하객 식사비까지 500만 원 안팎의 비용으로 백년가약을 맺으려는 젊은 커플들이 이 ‘시청 결혼식’의 주인공이다. 시민청 사용료는 6만6000원. 하객들의 식사로는 비빔밥 등 소박한 음식이 나온다.

서울시가 이처럼 결혼문화 개선에 나선 것은 자신을 ‘소셜 디자이너(Social Designer)’라고 소개하는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고 나서부터다. 박 시장은 시민청(관청을 뜻하는 ‘廳’이 아니라 ‘들을 聽’을 쓴다)을 시민을 위한 참여와 소통의 공간으로 개방하고 예식도 치를 수 있게 했다. 시민청 결혼식 가이드북은 ‘허례허식으로 시민의 삶에 고통을 가져다준, 대한민국 결혼문화의 폐단을 개선하려는 공공의 결심’이라고 취지를 설명한다. 이런 취지는 시민의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서울시 관계자는 “신청자가 많아 심사를 통해 시청 결혼식을 치를 예비 신랑신부를 선정한다”고 밝혔다.

‘작은 결혼식’ 공언한 박 시장

박원순 시장은 스스로도 ‘작은 결혼식’을 실천할 것을 약속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여성가족부와 조선일보가 함께 진행한 ‘1000명의 작은 결혼식 릴레이 약속’에 동참하며 “내 아이들도 작은 결혼식을 올리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정말 멋진 결혼식은 호텔에서 연예인처럼 화려하게 치르는 게 아니라, 자기만의 특별한 의미가 담긴 장소를 찾아 정말 가까운 사람들을 모시고 치르는 예식”이라고 했다.

그런 박 시장이 최근 치른 아들 결혼식과 관련해 호화 혹은 특혜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은 슬하에 1남1녀를 뒀다.

서울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 역에서 성북동쪽 오르막길을 오르다보면 간송미술관과 길상사를 지나 한국가구박물관(관장 정미숙)에 이른다. 금요일이던 지난 5월 24일 오후, 흰색 카니발 승용차가 한성대입구 역과 가구박물관을 오가며 이 박물관에서 열리는 결혼식 하객들을 바쁘게 실어 날랐다.

한국가구박물관 정문 옆에는 꽤 널찍한 박물관 부설 주차장이 있다. 예식 시간인 오후 5시가 가까워지자 벤츠, 아우디, 제네시스 등 고급 승용차가 속속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직원들은 차량마다 방문 목적을 확인한 뒤 주차를 안내했다. 박물관 정문에서는 두세 명의 직원이 찾아온 손님들의 이름을 하객 명단과 꼼꼼하게 대조한 뒤 입장을 허락했다.

정문 안쪽으로는 양가 혼주가 밝은 표정으로 하객을 맞는 모습이 보였다. 신랑 측에는 박원순 시장이 부인, 딸과 함께 서 있었다. 박 시장은 양복에 빨간 넥타이를, 부인은 파랑 저고리에 하늘색 치마 한복을, 딸은 무릎까지 오는 흰색 드레스를 입었다. 화환은 보이지 않았다.

이날 저녁 연합뉴스를 비롯한 여러 언론매체에는 박 시장이 롯데호텔 임원과 사돈을 맺었다는 기사가 실렸다. 박 시장의 아들 박모(28) 씨가 롯데호텔 맹경호 이사의 딸과 백년가약을 맺었다는 것. 신랑신부는 오래 연애한 사이로, 신랑은 현재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고 있고 신부는 해외 유학 중이라고 한다.

결혼식과 관련한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신랑신부와 양가 혼주들이 작고 소박한 결혼식을 하기로 뜻을 모아 △서울시내 모처에서 전통혼례 방식으로 △박 시장 쪽 직계가족 30여 명 등 양가 가족 및 친인척들만 참석한 채 예식을 치렀으며 △청첩장에 혼주 이름이나 장소 등을 적지 않았다고 한다.

나흘 후인 5월 27일 박 시장은 YTN 라디오에 출연해 아들의 ‘비밀 결혼식’에 대해 “제가 서울시 고위공무원이다보니 사회지도층들이 작고 조용한 결혼식을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대관료만 2000만 원

박 시장 측이 말하는 ‘작고 소박한 결혼식을 올린 서울 모처’란, 한국가구박물관이다. 한국가구박물관은 2500여 평(약 8265㎡)의 대지에 들어선 총 10여 채의 한옥에 정미숙 관장이 오랜 세월 수집한 전통 목가구를 전시하는 곳이다.

한국가구박물관에서는 종종 결혼식이 열리는데, 그 비용은 특급호텔을 뛰어넘는다. 꽃 장식 비용이나 식대 등은 비슷하지만, 특급호텔에서 받지 않는 대관료와 케이터링, 주차 대행 서비스 비용 등을 청구하기 때문에 전체 예식비로 따지면 특급호텔보다 돈이 더 많이 든다.

‘신동아’가 입수한 한국가구박물관 예식 견적서에 따르면 대관료가 2000만 원이고, 케이터링 및 주차 대행 서비스 비용으로 각각 550만 원, 330만 원을 내야 한다. 꽃 장식은 1200만 원, 1인당 식대는 12만 원이다. 여기에 부가가치세 10%를 따로 내야 하고, 식대와 케이터링 서비스에는 10%의 봉사료(Service Charge)가 더 붙는다. 한국가구박물관 웨딩 업무 담당자는 “우리는 결혼식을 1년에 한두 번만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시공간을 비워야 결혼식장을 꾸밀 수가 있고, 예식 후 다시 전시물을 들여놓는 데 1주일가량 소요된다”며 “호텔에서 하는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특급호텔보다 비싼 성북동 가구박물관에서 ‘작은 결혼식’?

한국가구박물관 결혼식 안내 브로슈어에 실린 박물관 내 예식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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