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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재 | ‘생활정치’의 달인

군림하면 버림받고 양보하면 망한다? 식구들과도 거래를 하라 !

① 가정 내 정치

  • 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군림하면 버림받고 양보하면 망한다? 식구들과도 거래를 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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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인만 정치를 하는 게 아니다. 우리 모두는 일상 속에서 늘 정치를 한다. 우리는 누군가와의 관계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런 관계에선 갈등과 이합집산이 발생한다. 이를 잘 해결할 것인지 여부는 정치력이 결정한다.
  • 이에 따라 우리의 진로도 달라진다. 그렇다면 ‘생활정치’는 우리가 꼭 알아 둬야 할 삶의 지침이 된다. 이 연재를 통해 가정 내 정치, 연인관계 내 정치, 직장 내 정치, 학교 내 정치, 교우관계 내 정치 등 다양한 유형의 생활정치를 소개한다.
군림하면 버림받고 양보하면 망한다? 식구들과도 거래를 하라 !

가족 관계를 소재로 한 영화 ‘고령화 가족’의 한 장면.

정치는 권모술수, 권력독점, 비리 등 부정적인 무언가를 떠올리게 한다. 이런 평가는 만국 공통인 듯하다. 영화나 연극,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정치인은 희화화의 대상이다. 오늘날 대중의 머리에는 선입관이 강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정치는 나쁜 것이다’ ‘정치는 나와 상관없는 것이다’라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는 현실에 대한 오해일 수 있다. 정치가 나쁜 것이라면 정치가 없어져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국가가 존속할 수 없다. 국가 자체가 정치의 부산물이다. 정치가 나와 상관없다는 인식은 허위의식이자 위험한 사고다. 실제로 정치는 우리 일상을 지배한다. 우리는 오늘도 정치인이 결정한 대중교통요금이나 세금, 공과금을 낸다. 정치는 좋은 것이고, 우리와 아주 관련이 깊은 것이고, 누구나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정치를 한다고 전제할 때, 특히 생활 속에서 정치를 잘해야 한다고 전제할 때 생활정치의 주 무대는 어디일까. 대표적인 세 곳을 상정할 수 있다. 가정, 직장, 학교다. 학교를 포함시킨 이유는 우리나라의 수많은 사람이 대학 또는 대학원까지 학교를 다니고 결혼한 이후에는 자녀 교육을 최대 관심사로 여기기 때문이다.

삼위일체 생활정치는 가정, 직장, 학교에서의 정치를 중심으로 생활정치가 종합적으로 구현된다는 의미다. 말이 쉬워 삼위일체지, 사실 세 영역에서 정치를 잘하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다. 그러나 힘들다고 포기할 수도 없다. 잘해내야 하고 또 잘해낼 수 있다.

외식 메뉴 선택의 정치학

구체적으로 가정 내 정치의 문제로 들어가보자. 우리는 정치에 무관심한 사이에 가족 구성원들에 대한 영향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는 상실한 영향력, 곧 ‘권력’을 되찾아야 한다. ‘폭군’이 돼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상대의 자발적 지지와 동의를 이끌어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권력행사이자 정치다.

가정 내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식구들과도 거래를 하라’이다. 가족 구성원 각각이 이기적인 존재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상대와 교환 가능한 가치들을 찾아내 거래를 하는 것이다. 사실 모든 종류의 정치는 타협과 양보, 즉 거래를 통한 전체 이익의 증대를 꾀하는 활동이다. 또한 정치는 한정된 자원을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활동이기도 하다. 이 역시 광의의 거래라고 할 수 있다.

가정 내 정치의 주요 이슈는 의식주다. 그중 먹는 문제는 큰 관심사다. 오늘, 어제 저녁 때 우리 가족은 무엇을 먹었는가. 누가 그 메뉴를 정했는가.

당신이 주부라면 당신이 정했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직장을 다니는 남자라면 주는 대로 먹었을 가능성이 높다. 당신이 그 집의 아들이나 딸이라면, 큰 이변이 없는 한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주는 대로 먹었을 가능성이 높다. 어머니가 여행이나 외출 중이라면 무언가를 주문해서 먹었거나 있던 음식을 데워서 먹었을 수 있다.

저녁을 나 혼자 먹는다면 문제는 간단하다. 하지만 가족이 다 함께 먹는다면 상황은 조금 복잡해진다. 가족 구성원 개개인이 원하는 메뉴가 모두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집에서 저녁을 먹지 않고 외식을 할 때는 살짝 더 치열해진다. 그 기회가 자주 오지 않는다면 치열함의 수준은 높아진다. 쉽게 오지 않는 기회, 가능한 한 최고의 만족을 추구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온 가족이 만족할 만한 외식 메뉴와 그에 합당한 식당을 찾는 일은 거의 퍼즐을 푸는 수준이 되어버리곤 한다. 결단력이 출중한 당신이 메뉴와 식당을 단호하게 결정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때부터 누군가는 속으로 당신에게 불만을 가질지 모른다.

가족을 잘 설득해 일단 어딘가로 갔다고 치자. 여기서 갈등 상황이 종료되는 것은 아니다. 식당에서 뭔가 불만스러운 점이 발견되면 식당을 비판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식당을 결정한 사람에게로 원망이 향하기 마련이다. 그러게 왜 이곳으로 왔느냐는 둥, 이래서 이 집은 싫다는 둥, 역시 이럴 줄 알았다는 둥. 입 밖으로 이야기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불만 어린 얼굴을 한 가족과 마주 앉아 불편한 시간을 이어가야 한다.

이 순간 당신이 ‘그래도 맛은 좋지 않니?’ ‘다음번엔 다른 곳으로 가자’라는 위로 코멘트를 내놓아봐야 별 소용이 없다. 당신마저 폭발해버린다면? 상황은 수습하기 어려운 지경으로 간다. 서로 잘해보자는 취지로 마련한 외식 자리가 관계에 더 금이 가게 만들 것이다. 이렇게 되면 상당수 가족 구성원은 다시는 당신과 외식을 하고픈 생각이 없어지기 마련이다.

사소한 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외식 메뉴 정하기, 식당 정하기엔 고도의 정치력이 필요하다. 꼭 당신이 원하는 곳으로 가려고 한다면, 사전 정지작업을 해둬야 한다. 먼저 제안할 때 동조해줄 누군가를 포섭해야 한다. 그 사람이 배우자일 수도 있고, 자녀일수도 있고, 형제일 수도 있고, 부모일 수도 있다. 잠시 생각해보기 바란다. 누가 가장 만만한지를 말이다. 동조할 사람을 찾았다면, 성공에 한 걸음 다가섰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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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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