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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치의 달인

권태기가 찾아오면 분쟁을 일으켜라

② 연인관계 속 정치

  • 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권태기가 찾아오면 분쟁을 일으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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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녀 간의 연애에도 정치는 작동한다. 나는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강의실보다 연애에서 정치를 더 많이 배웠다. 연애야말로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정치 게임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연애는 선거다. 선거가 그러하듯 생면부지의 이성(異性)을 만나 나를 알리고 지지를 획득해 선택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권태기가  찾아오면 분쟁을 일으켜라

요즘 여심(女心)엔 독설남, 나쁜 남자가 대세다. TV드라마 ‘내 연애의 모든 것’의 한 장면.

여러분은 연애를 몇 번이나 해봤는가. 셀 수 없을 정도인가. 좋다. 그중에서 ‘차인’ 적은 몇 번이고 ‘찬’ 적은 몇 번인가. 아픈 기억을 건드려 미안한데, 누구나 차인 경험은 있다. 연애, 참 미묘하다. 설명이 난무하지만 명쾌하지 않고 조언이 빗발치지만 효과는 보장하지 못한다. 누구나 연애를 하지만 그래서 연애가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연애는 두 사람이 함께 사랑할 때 성립한다. 그러나 동시에, 동일한 크기로 사랑을 하는 건 아니다.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누군가 ‘더 사랑하는 쪽’이 있게 마련이고, 권력관계로 볼 때 이자가 약자다. 더 많이 사랑하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양보해야 할 운명이다. 물론 반전 기회가 없진 않다. 반전에 성공한 약자야말로 진정한 연애정치 강자다.

사랑했지만, 다가설 수 없어~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의 평균 연애 횟수는 4.3회이고 평균 연애 기간은 1년 5개월이다. 대학 시절부터 직장생활을 거쳐 결혼하기 전까지 대략 10년 동안 4~5명의 사람과 사귄다고 보면 될 듯하다.

이처럼 누구나 서너 차례 연애를 하지만 이들 모두와 결혼을 하는 건 아니다. 또 중매를 선호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오히려 요즘은 연애 따로, 결혼 따로가 대세. 그런 점에서 연애를 ‘결혼을 전제로 한 연애’와 ‘결혼과 무관한 연애’로 나눠야 한다.

결혼과 무관한 연애에서는 상대적으로 따져야 할 것이 적다. 살짝 간을 보는 정도의 ‘저강도 정치’면 충분하다. 결혼을 전제로 한 연애는 다르다. 장기간 동거와 더불어 자녀 출산과 양육을 전제로 한 것이기에 셈법이 복잡해지면서 판단을 내려야 할 지점이 늘어난다. 더욱이 우리 사회에서 결혼은 ‘집안 문제’다. 혼수 문제를 풀어가는 것은 정말 고도의 정치술을 요한다. ‘고강도 정치’가 불가피하다. 이번 회에선 ‘결혼과 무관한 연애’를 중심으로 연인관계 내 정치를 살펴보고자 한다.

연애는 어느 일방 또는 쌍방이 호감을 느끼는 것으로 출발한다. 쌍방이 호감을 느낀다면 일은 의외로 쉽게 풀린다. 반면 상대방이 호감을 느끼지 못한 상태라면 이 게임, 풀어내기가 쉽지 않다.

연애를 해본 사람은 잘 알 것이다. 호감이 가는 누군가에게 처음 접근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 사람의 마음을 얻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그래서 대부분은 잠시 주변을 맴돌다 그냥 접고 만다.

“사랑했지만, 그대를 사랑했지만~, 그저 이렇게 멀리서 바라볼 뿐, 다가설 수 없어~.”

김광석의 노래가 이런 상황에 해당한다. 상대의 마음을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포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후회한다. ‘말이라도 한번 걸어볼걸…’이라며. 바보 같은 짓이 아닐 수 없다. 훗날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일단 말을 걸어보는 것이 정답이다. 성격적으로 힘들다고? 핑계다.

맴돌면 반드시 때가 온다

당장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일단 주변을 더 맴돌면서 용기가 날 때를 기다리는 게 좋다. 이번에 포기하면 당신은 다음번에도 포기해야 할 것이다. 말을 걸어봤더니 반응이 신통치 않다? 이때도 곧바로 포기하면 안 된다. 계속 주변을 맴돌면서 더 시도해봐야 한다. 그러면 언제 맴돌기를 포기해야 할까. 당신의 마음을 더 끄는 상대가 나타났을 때다. 그때는 망설임 없이 갈아타야 한다. 미안할 필요도 없고, 부담도 없다.

‘주변을 맴돌다보면 기회는 반드시 온다!’ 현장 정치의 작동원리다. 이 원리는 연애에서도 100% 통한다. 아무리 잘나가는 사람이라도 늘 주변에 사람이 꾀는 건 아니다. 일시적으로 혼자일 때가 온다. 풍요 속의 빈곤 또는 군중 속의 고독을 느끼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그때가 기회다. 그때 슬쩍 손을 내밀면 의외로 쉽게 넘어올 수 있다. 하지만 주변 맴돌기를 아예 접어버리면 이런 기회는 영영 오지 않는다.

정치권에는 이런 말도 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불조심하자는 뜻이 아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이 새 정부의 실세로 등장하는 일이 종종 있다. 이럴 때 주변 여기저기에선 ‘꺼진 불에 관심을 조금만 기울였더라면 나에게도 기회가 왔을 텐데’ 하는 탄식이 흘러나온다.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맺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역대 대통령도 따지고 보면 정치권 주변을 끝까지 맴돌다 결국 기회를 잡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할 때 포기하지 않고 칠전팔기의 정신으로 대권의 꿈을 이룬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표적 사례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선거법 위반, 의원직 사퇴로 정치생명이 거의 끝났다가 절치부심해 서울시장직과 대통령직을 거머쥐었다.

정치학이 연애에 가르쳐주는 교훈은 단순하다. ‘포기하지 말자, 맴돌자, 찾아온 기회를 잡자’이다. 멜로드라마의 스토리가 대체로 이런 패턴을 따르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세기의 연애까지는 아니지만 가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의외의 커플이 탄생하곤 한다. 아마 우리가 관심을 갖지 않던 사이 그들 중 누군가는 상대방의 주변을 배회했을 것이고, 기회를 틈타 손을 내밀었을 것이다. 배회 중 기회 포착! 중요한 기술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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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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