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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제2의 ‘부안 사태’ 피할수 있나

한국 원자력계 ‘폭풍 속으로’

  • 이정훈 | 편집위원 hoon@donga.com

불붙은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제2의 ‘부안 사태’ 피할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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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고준위 사용후핵연료 처리 임박…우리의 선택은?
  • ● 20여 년간 20억 달러 쓰고 ‘원위치’한 미국
  • ● 중간저장시설 맨 먼저 착공한 일본은 선택지 많아
  • ● 고속증식로 개발이 답이 될 순 있지만…
  • ● 푹풍 못 피한다면 정면돌파로 탈출하라
불붙은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제2의 ‘부안 사태’ 피할수 있나

핵연료 사진(위), 군수 테러와 방화를 불러온 2003년 부안 사태. 한국은 사용후핵연료 처리문제에서는 이 같은 사태를 피해야 한다.

2011년 일어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한국 원자력계가 원전 부품 공급을 둘러싼 비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러한 원자력계 앞에 지금껏 만난 것보다 훨씬 강력한 폭풍이 기다리고 있다.

폭풍의 눈은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다. 2003년 한국은 방폐장 유치 갈등으로 김종규 당시 부안 군수 테러와 방화를 낳은 ‘부안 사태’를 겪었다. 때문에 정부는 2005년 고준위인 사용후핵연료를 뺀 상태에서, 중저준위 폐기물 처분장을 유치를 추진했다. 상당한 지원을 약속했기에 경쟁이 붙어 경주가 방폐장을 유치하게 됐다. 팥소를 넣지 않고 찐빵을 만들 듯, 심각한 고준위를 빼고 중저준위 폐기물만 처리하는 처분장을 짓게 된 것이다.

원자력 정책을 결정하는 원자력위원회는 2004년,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도록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하라’고 했다. 올해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논의에 들어가라고도 했다. 박근혜 정부 초기인 데다 안보문제 등 현안이 많아 계속 미루고 있지만, 정부는 올 하반기엔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다룰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켜야 한다. 제2의 부안 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는 ‘거대한 전쟁터’로 나가야만 하는 것이다.

이 싸움의 주체는 정부만이 아니다. 원전을 이용하는 것도, 원전에서 나온 폐기물을 처리하는 것도 국민인 만큼, 싸우는 주체도 대상도 국민일 수밖에 없다. 이 험난한 파고를 어떻게 헤쳐갈 것인가.

양수겸장의 ‘Atoms for Peace’

해답을 찾기 어려울 때는 우리보다 먼저 유사한 일을 겪은 나라의 사례를 살펴보는 것이 한 방법이다. 미국이 그런 경우다. 미국은 핵무기 확산을 필사적으로 막고 있다. 그러면서도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에 가장 먼저 직면했다. 미국 내 반(反)원전 분위기도 만만치 않은데 미국 정부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창의력을 중시하는 미국에도 답답한 관료주의가 있다. 변화에 신속히 대처하지 못하는 관습의 두께도 상당하다. 판단 착오로 기회비용과 시간을 날리기도 한다. 미국이 직면했던 원자력 문제를 일별하면서, 우리가 맞게 될 폭풍의 크기를 가늠해보기로 한다.

원자력에 관한 한 미국은 분명 세계 1위였다. 1942년 시카고대 엔리코 페르미 교수가 CP-1이라는 세계 최초의 원자로(연구용)를 만들어 원자력 시대를 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인 1945년엔 오펜하이머 박사가 이끄는 맨해튼 프로젝트 팀이 세계 최초로‘리틀보이(꼬마)’라는 우라늄 원자폭탄과 ‘팻맨(뚱보)’이라는 플루토늄 원자폭탄을 만들어 일본에 투하했다.

1952년 미국은 세계 최초로 수소폭탄 실험을 했다. 1954년에는 세계 최초의 핵추진 잠수함인 노틸러스, 1961년엔 세계 최초의 핵추진 항공모함인 엔터프라이즈를 진수했다. 1957년에는 지금까지 가장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상업용 경수로를 세계 최초로 준공했다. 이 경수로 덕분에 미국은 세계 원전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다.

미국은 교묘한 ‘원자력 정치학’을 구사했다. 1953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평화 목적으로 원자력 기술을 이전하겠다며 ‘평화를 위한 원자력(Atoms for Peace)’을 주창한 것이 시작이었다. 원자력 기술을 갖고 싶어 하는 나라에 평화 목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우방국을 확보해 냉전의 경쟁자인 소련보다 우위에 서겠다는 전략이었다.

원자력 기술을 받은 나라가 늘어나면 미국이 원자력을 수출할 수 있는 시장도 확대된다. 우방국을 늘리고 돈도 버는 꿩 먹고 알 먹는 양수겸장(兩手兼掌) 전략으로 미국은 ‘평화를 위한 원자력’을 선포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확실한 안전고리를 걸었다.

우라늄에는 우라늄 235와 우라늄 238이 있다. 핵분열은 우라늄 235가 일으킨다. 자연 상태의 우라늄광에는 우라늄 235가 0.7%쯤 존재한다. 이러한 235의 농도를 높이는 것이 ‘농축’이다. 원자폭탄은 우라늄 235를 90%대로 (고)농축한 것이다. 상업용 원자로의 핵연료는 3~5%, 연구용 원자로의 핵연료는 10~30%대로 (저)농축한다. 우라늄 235의 농도를 높이면 우라늄 238의 농도는 반대로 낮아진다.

이러한 핵연료를 원자로에 넣어 태우면(핵분열) 우라늄 235는 줄어들고, 핵분열을 하지 않는 우라늄 238 가운데 일부가 플루토늄으로 변환된다. 원자로에서 타고 나온 사용후핵연료를 쪼개 플루토늄을 긁어내는 것이 바로 ‘재처리’다.

우라늄탄은 우라늄 235를 90%대로 농축한 것인데, 이렇게 농축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자원이 소요된다. 그러나 재처리는 간단하기에 플루토늄탄을 만드는 것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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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 편집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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