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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치의 달인

보이는 게 전부다 강렬하고 간결하게 포장하라

入社의 정치학

  • 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보이는 게 전부다 강렬하고 간결하게 포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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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실업 100만 시대, 취업, 곧 입사는 전쟁이다. 대학 입시보다도 더 힘들다는 대기업 입사시험엔 재수와 삼수가 다반사다. 면접관들도 여간 부담이 아니다. 1년쯤 뒤 “신입사원들 별로던데” “뭘 보고 뽑은 거야?”라는 말이 나올까 두렵다. 그래서 구직자들의 허장성세에 절대로 넘어가지 않으려 한다. 입사 과정은 뽑는 사람과 뽑히는 사람 사이의 고도의 정치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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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입사 의지’다. 그 회사에 반드시 입사하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강해야 한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 3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면접관들은 공통적으로 ‘왜 면접에 왔는지 의아할 정도로 입사 의지가 없어 보이는 면접자를 볼 때’가 가장 당혹스러웠다고 답했다. 반면 ‘하고 싶은 말을 해보라’고 했을 때 ‘꼭 입사하고 싶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밝히는 지원자에게 호감이 간다’고 답했다.

‘입사 의지’ vs ‘권력 의지’

정치에서도 마찬가지다. 선거 전문가들이 출마하겠다고 찾아오는 후보자에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권력 의지’다. 대선 주자급도 매한가지다. 정치권 책사들은 ‘이 대선 주자는 권력 의지가 없다’고 판단하면 손을 놓아버린다. 돕고 싶어도 도울 방법이 없다는 것이 그들의 판단이다.

입사가 이미 전쟁이 된 상황에서, 최종 승리인 합격에 이르는 과정은 길고도 험난한 길이 아닐 수 없다.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지고 도전 욕구도 점차 옅어지기 마련이다. 강한 권력 의지, 아니 입사 의지가 필요한 까닭이다.

올해 삼성그룹 채용 시험에 응시한 인원은 20만 명에 달한다. 글로벌 1등 기업에서 일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무장한 이들 청년 예비군단, 정말 든든하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무한경쟁에 시달린다.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입사 의지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입사 동기다. 그 회사에 취직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야 한다. 그다음으로 그 회사에서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선거 전문가들이 출마하겠다고 찾아오는 후보자에게 하는 또 다른 질문은 이것이다. ‘왜 출마하려고 합니까?’ 3분에 걸쳐 대답하라고 하면, 명쾌하게 설명해내는 후보자가 그리 많지 않다. 연이어 묻는 사항은 이것이다. ‘유권자가 당신을 찍어야 하는 이유는 뭔가요?’ 후보자들이 길바닥에 널려 있는 선거판에서 자신만의 치명적 매력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려는 질문이다.

대부분의 지원자가 명확한 입사 동기를 분명히 하지 않고 지원한다. 일단 실업 상태를 면해야겠다는 강박관념에 ‘묻지마 지원’을 하는 경향이 강하다. 수십 곳에 입사지원서를 내고 아무 곳에나 합격하면 일단 다니면서 정말 원하는 곳에 다시 지원하려는 반수생도 흔하다. 안전을 희구하는 이들의 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이는 결코 좋은 방식이 아니다.

7월, 부산상공회의소가 흥미로운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최근 3년간 고용 실적이 있는 부산지역 기업 300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인데, 1년 이내 퇴사하는 비율이 무려 35.2%에 달한다고 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11년 조사한 전국 평균 신입사원 조기 퇴사 비율도 19.9%에 달한다. 힘겹게 입사했지만 허무하게 그만두고 마는 것이다.

이런 조기 퇴사의 결정적 원인이 바로 입사 동기 결여다. 왜 그 회사에 입사하려고 했는지, 입사 후에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불분명한 상태에서 일단 합격해 다녀보지만 유체이탈, 허송세월을 하는 것이다. 다른 기업으로 옮기거나 다시 취업시장으로 나가는 것 역시 많은 에너지를 허비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입사 동기를 분명하게 하고, 그것에 합당한 기업군을 찾아서 집중 지원하는 편이 ‘묻지마 지원’보다 생산적이다. 물론, 입사 가능성도 훨씬 더 높다.

나를 파는 과정

입사 동기와 관련해서는, 무엇을 팔 것인지 분명하게 해두는 것이 좋다. ‘판다’는 말이 조금 거북하게 들리겠지만, 입사는 곧 취업 시장에 나가 ‘나를 파는’ 과정이다. 그래서 판매 소구점, 곧 셀링 포인트(Selling Point)가 명확할수록 유리하다. 기업 앞에는 수많은 선택지가 놓여 있다. 양질의 상품, 포장이 잘된 상품이 많다. 무엇으로 기업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인가.

취업을 대충 준비하는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점은 무엇을 팔아야 할지 잘 모른다는 점이다. 나만의 강점이 무엇인지, 왜 그것이 차별화된 강점인지를 인지하지 못하다보니, 자기소개서를 적당히 베껴서 내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나를 정확하게 안다는 것, 물론 쉽지 않다. 하지만 살아온 과정을 되짚어보면 틀림없이 보인다. 회피하지 말고 내 속의 나와 마주 앉아, 정말 내가 누군지 또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출마한 후보자를 ‘물건’으로 만들어갈 때 선거 전문가들이 전략기획 초반기에 집중하는 것도 바로 이것이다. ‘이 사람이 가진 강점이 무엇일까’ ‘유권자에게 소구할 수 있는 셀링 포인트 또는 마케팅 포인트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SWOT(강점·Strength,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y, 위협·Threat) 분석도 하고 FGI(Focus Group Interview·집단심층면접)를 하기도 한다. 만약에 내가 스스로 나만의 강점을 찾아내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가족과 친지, 친구를 대상으로 약식 FGI를 실시해볼 것을 추천한다.

나의 강점을 명확하게 인지한 뒤에는 그것을 잘 ‘포장’해야 한다. 이때 이 말을 유념하기 바란다. ‘보이는 것이 전부다.’ 좋은 콘텐츠는 그 자체로 강력한 힘을 갖는다. 표현이 어눌하더라도 돌파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우리가 아는 수많은 감동 실화가 바로 그런 사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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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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