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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점 2013

분쟁 사례 드물고 국제법도 없어 ‘東亞 지역사 복원’ 차원에서 풀자

약탈 문화재 반환

  • 김경임 │중원대 영미통상학과 교수 sunset3289@naver.com

분쟁 사례 드물고 국제법도 없어 ‘東亞 지역사 복원’ 차원에서 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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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 사례 드물고 국제법도 없어 ‘東亞 지역사 복원’ 차원에서 풀자

최근 일본에서 국내로 반입된 부석사 관음보살좌상.

일본 아베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9월 23일의 한일 문화부 장관 회담. 여기에서 돌출된 부석사 불상 문제에 대한 국민의 높은 관심과 민감한 반응은 이 문제의 잠재적 중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일본 측은 “국제 규약에 따라 합리적으로 처리하겠다”는 유진룡 장관의 발언을 ‘반환 약속’으로 보도하며 반환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그러나 부석사 불상 문제는 도난(비록 추정이지만)과 약탈이라는 두 가지 범죄가 얽힌, 국제적으로도 희귀한 문화재 범죄 사건인 만큼 국제법이나 국제 관행의 프레임으로는 해결하기가 어려운 특이한 사례라 하겠다.

불법 문화재, 즉각 반환 않는 게 관행

도난 문화재를 다룬 1970 유네스코 협약에 따르면 1970년 이후 도난된 문화재는 반환해야 한다. 전시(戰時)약탈 문화재와 관련해서는 1954년 이후 발생한 전시 문화재 약탈 사건을 다루는 1954 헤이그 협약과 함께 19세기 이후 약탈 문화재를 다루는 국제관습법이 있다. 최근 유네스코의 관행을 보자면 이 국제관습법은 전시약탈뿐만 아니라 점령지 또는 식민지에서 공권력에 의해 반출된 문화재도 반환 대상에 포함시켰다.

어쨌든 19세기 이전에 일어난 문화재 약탈사건에 대해서는 적용할 국제법이 없는데, 이는 국제법이 성립되지 않았다는 것이지 19세기 이전에 약탈된 문화재는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고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 19세기 이전 약탈 문화재 문제는 양국 간 외교적 협상으로 풀어야 할 것이다.

일단 현행 국제법에 따른다면 최근 절도범에 의해 국내에 들어온 부석사 불상은, 비록 수백 년 전 약탈됐을 가능성이 있더라도 일본에 반환돼야 한다. 따라서 국제법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유 장관의 말은 ‘반환 약속’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불법 문화재는 반환해야 한다는 국제법 원칙과 실제로 불법 문화재가 반환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불법 문화재가 즉각 반환되지 않는 것이 국제적인 관행이기 때문이다.

가까운 예로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 해군에 약탈당한 외규장각도서는 전시약탈 문화재로 불법성이 확실했지만, 반환받기 위해 20년간 피나는 외교교섭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는 우리 측에 등가(等價)의 문화재를 내놓으라고 집요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2010년 일본은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가 불법 반출해 일본 궁내청에 소장하던 실록 등 조선시대 도서류를 반환했는데, 이 역시 불법 문화재임이 확실했음에도 수년간의 외교교섭이 필요했다. 1920년 조선총독부가 발굴해 도쿄국립박물관에 불법 기증한 경남 양산 부부총 출토품은 1950~60년대 한일국교회담 때부터 반환 대상에 포함돼 치열한 교섭을 벌였지만 아직까지 반환되지 않은 상태다. 10월 중순부터 부부총 유물이 대여 방식으로 3개월간 양산에서 전시될 예정인데, 거의 100년 만에 고국 땅을 밟는 우리 유물은 3개월 후 다시 일본으로 떠나야 할 형편이다.

이처럼 일제강점기에 약탈해 간 대량의 불법 문화재를 움켜쥔 채 최근 도난당한 부석사 불상, 그것도 약탈 가능성이 있는 문화재임에도 즉각 반환하라는 일본의 요구는 자가당착적이라고 하겠다. 이에 대해 우리 문화재에 대한 반환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고, 또 양국 간 문화재 문제를 협상으로 풀 것을 제안하지 않은 채 국제 규약만 거론한 유 장관의 대응에 국민적 불만이 폭발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일본은 불상 출처 해명해야

일반적으로 소유권 분쟁이 발생하면 문제를 제기한 쪽에서 불법을 입증할 의무가 있다. 이는 문화재 분쟁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부터 조금 다른 관행이 형성되고 있다. 불법 문화재 근절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미국과 유럽의 문화재 정책 당국은 박물관에 소장품의 출처 및 유래(provenance)를 조사, 기록, 공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는 특히 나치 시대에 약탈된 문화재의 원소유자 보호를 위한 조치였지만 차츰 박물관의 윤리적 의무가 되어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재판부가 ‘일본 관음사가 불상을 정당하게 취득한 사실이 확정될 때까지 불상 반환을 금지한다’고 가처분 결정을 내린 것은 국제적 기준에 맞는 합리적 판단이라 하겠다. 박물관보다 한층 높은 윤리적 의무를 져야 하는 일본 정부는 불상의 반환 요구에 앞서 출처를 해명해야 할 것이다.

도난으로 반입된 장물인 부석사 불상에 집착하면 잃을 것이 더 많다는 일부 여론도 있다. 이 불상은 한일 간 문화재 문제에서 중요도가 높은 문화재는 아닐지 모른다. 그렇지만 이 불상은 과거 수백 년에 걸쳐 일본에 약탈된 우리 문화재, 특히 임진왜란 때 약탈된 문화재 문제를 환기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그 잠재적 중요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부석사 불상은 임진왜란 당시 문화재 약탈 문제를 국제적으로 처음으로 이슈화할, 다시없을 기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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