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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의 접점 | 이스탄불과 아나톨리아<신동아·서울대 HK문명연구사업단 공동기획>·마지막회

‘오리엔트 + 옥시덴트’ 터키 돌이킬 수 없는 세속주의로!

  • 안성찬|서울대 인문학연구원 HK교수 story@snu.ac.kr

‘오리엔트 + 옥시덴트’ 터키 돌이킬 수 없는 세속주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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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년 터키를 뒤흔든 탁심광장 시위는 터키가 세속주의와 이슬람주의 사이에서 절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터키의 세속주의는 확고부동하다.
‘오리엔트 + 옥시덴트’ 터키 돌이킬 수 없는 세속주의로!

2013년 5월 녹지 철거에 반대하면서 일어난 터키 이스탄불 탁심광장 시위.

〈연재를 마치며〉

‘동서양의 접점-이스탄불과 아나톨리아’ 연재가 이번 호를 끝으로 마감한다.

이 연재는 서울대 HK문명연구사업단이 2011년 여름에 수행한 이스탄불과 아나톨리아 지역 탐사의 수확물이었다.

문명 사이의 교류는 충돌을 빚어내고 충돌은 교류를 촉진한다. 이것이 지구화 시대의 문명사적 상황을 ‘충돌로 볼 것인가, 통합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우리의 응답이다.

동서양 문명교류에서 중심축 기능을 해온 이스탄불과 아나톨리아 지역은 이에 대한 수많은 예증을 보여주는 인류 문명사의 보물창고다.

그 흔적을 추적하기 위해 현지를 탐사하고 고대 이래의 수많은 기록을 뒤적였다. 이 연재물에는 충돌로 생겨나는 고통을 줄여가며 인간이 이루어낸 지적·육체적 산물을 평화적으로 교류시켜, 세계 여러 지역의 문명이 함께 풍요로워지기를 바라는 우리의 소망이 담겨 있다.



이 연재를 하는 동안 터키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 시위는 ‘오리엔트와 옥시덴트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성장을 이뤄가고 있는 터키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처음 언론은 수년간 이슬람권 국가를 휩쓴 민주화운동의 격랑(재스민 혁명)이 터키에도 밀려왔다고 보도했다. 경찰의 과도한 진압으로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은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이슬람권 국가와 달리 터키 시위는 심각한 유혈사태나 정치혁명으로 치닫지 않았다. 정부와 의회, 언론, 시민사회 등 사회세력들 간 복잡한 조율과정을 거치며 수습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번 사태는 터키가 많은 과제를 안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혈사태가 확산돼 내전으로 치닫는 이슬람 국가가 적지 않은데, 터키는 그렇지 않다. 왜 그럴까.

이슬람 vs 군부, 종교 vs 세속

2011년 초 튀니지에서 시작된 재스민 혁명이 시리아로 확대되면서 10만 명이 넘는 희생자와 200여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지난 20여 년간 내전에 준하는 상태에 있는 알제리의 상황이 혁명을 겪은 이슬람 국가의 미래가 되리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알제리는 오랜 투쟁 끝에 1962년 프랑스 식민통치에서 해방됐다. 무장독립투쟁을 이끈 민족해방전선(FLN)을 핵심으로 군부가 독재를 해오다 1988년 민주화 시위로 무너졌다. 1991년 민주 총선에서 이슬람구국전선(FIS)이 압승했으나, 군부가 개입해 의회를 무력화하고 이슬람구국전선을 불법화했다. 이에 구국전선이 반발해 무장투쟁에 들어감으로써 시작된 내전은 20만 명에 달하는 희생자를 냈다.

군부를 중심으로 한 세속주의 세력과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 사이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지방에서는 여전히 무장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다른 이슬람 국가들도 세속주의와 이슬람주의 사이의 대립과 갈등에 빠져 있다. 군부는 관료와 함께 근대적 국가기구를 운영하고자 한다. 반면 이슬람주의는 윤리와 종교를 앞세운다. 이슬람 세계에는 이 둘을 제외하면 다른 대안 세력이 없다는 게 문제다.

분명한 것은 이슬람 종교세력이 군부세력의 부패를 공격하며 집권해도, 세속주의보다 더 민주적인 정권을 만드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슬람주의 정권은 국민이 열망하는 사회개혁을 외면하고, 종교적 이념을 앞세워 사회를 다스리려 한다.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규정된 관습을 따를 것을 강요한다.

세속주의 세력은 이슬람주의 정권은 무능하며 근대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인 경제와 복지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그로 인해 국민의 여론이 갈리면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이슬람 세력을 축출한다. 그리고 군부 독재가 장기화하면 이슬람 혁명이 일어난다. 그때마다 유혈사태가 벌어진다. 아랍의 세속주의와 이슬람주의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두 개의 수레바퀴에 비유될 수 있다.

‘분배의 광장’

이스탄불은 보스포루스 해협을 사이에 두고 아시아와 유럽에 걸쳐 있는 국제도시다. 보스포루스 대교가 거주지역인 아시아와 행정과 상업, 관광의 중심지인 유럽을 이어준다. 유럽지역은 다시 골든혼(황금뿔)이라는 작은 해협을 중심으로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나뉜다.

구시가지에는 하기아소피아를 비롯해 슐레이마니에사원, 블루모스크, 톱카프 궁전, 그랜드바자르, 이집트바자르, 고대박물관 등 주요 유적지가 몰려 있다. 쇼핑과 유흥 지역인 신시가지의 중심은 탁심 광장이다. 탁심광장의 중앙에는 공화국기념탑이 세워져 있고, 탑의 중심에는 터키공화국의 국부(아타튀르크)인 무스타파 케말 파샤의 조각상이 건국 영웅을 새긴 군상(群像)의 한가운데 서 있다.

‘탁심’은 ‘분배’를 의미한다. 시내 전역에 물을 공급하는 지하저수지가 고대 이래로 이곳에 있었던 데 유래한다. 민주주의의 핵심 과제가 정치적 권력과 경제적 부를 적절히 분배하는 데 있다는 점에서 탁심은 터키공화국의 이념을 대변한다. 이 광장은 극좌에서 극우에 이르는 다양한 정치세력의 시위가 끊이지 않는 터키의 정치 1번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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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찬|서울대 인문학연구원 HK교수 story@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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