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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학벌과 스펙은 창조경제의 암이다

창조인재 육성기

  • 조동원 │워커스 대표멘토

학벌과 스펙은 창조경제의 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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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년 전. 벼랑 끝에 서 있던 조동원 워커스 대표멘토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청년들과 만났다. 그때 만난 청년들은 그에게 희망을 선사했다.
  • 청년들의 성장을 도우면서 뜻밖에 행복을 느꼈던 것.
  • 그 행복의 여운이 힘을 북돋운 것일까. 지난해 사회적 협동조합 ‘워커스’ 설립 이후 재래시장 한복판에서 창조인재를 키워내는 그가 털어놓은 뒷얘기를 싣는다. <편집자>
학벌과 스펙은 창조경제의 암이다

워커스 멤버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아이디어 회의를 한다.

“창조경제가 무엇인가요?”

이 물음에 똑 부러지게 대답하는 사람이 없다. ‘창조’ ‘창조’ 말들은 하지만 각자의 해석은 제각각이다. 창조경제가 뭔지 모르겠다는 분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인데 세상에 없는 무엇인가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창조입니다. 그것을 사고팔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창조경제이고요.”

세상에 없는 무엇인가를 만들어내야 일자리가 늘어나고 창조경제가 굴러간다. 그렇다면 세상에 없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무엇, 그 무엇을 만들 수 있는 인재가 대한민국에 있는 것인가? 안타깝게도 O X를 고르는 것에는 탁월하지만 상상력을 요구하는 교육은 외면돼왔다. 현실은 창조를 요구하는데 교육은 정답을 요구할 뿐이다. 아직도 성적과 순위로 세상을 평가하면서 말로만 창조의 위대함을 떠드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교육이 바뀌어야 하고, 인재의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 법과 제도도 개혁해야만 창조의 씨앗을 뿌릴 수 있다.

누구나 인재다

아직도 인재 선발의 기준은 학벌과 스펙이다. 우리는 학벌과 스펙이 기준이 되는 사회의 주인공 또는 조연이 됐다. 어릴 때는 선생님의 학벌과 지역을 갖고 편견의 날을 세웠고, 이성교제를 하더라도 만남의 조건을 따졌다. 취업을 하면서 학벌의 가해자 또는 피해자가 됐다. 직장상사나 부하직원의 출신성분을 갖고 능력을 재단하거나 편을 갈랐다.

물론 좋은 스펙과 좋은 학교도 인재의 판단 기준일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청년 대부분을 학벌과 스펙에 올인하게 만드는 병든 사회가 되고 말았다.

조선시대에 서얼금고법이라는 게 있었다. 서자를 차별하는 법인데 그런 차별이 500년 동안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조선 세종 때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든 장영실은 지금으로 말하면 창조인재다. 그는 천민 출신이다. 단언컨대 학벌과 스펙은 창조경제에 암적인 요소다. 대한민국 청년의 1%는 학벌과 스펙 때문에 승자가 됐고, 나머지 99%는 패자가 됐다. 앞길이 창창한 청년과 앞길이 막막한 청년, 두 개의 청년 자화상만이 있을 뿐이다.

나는 학벌과 스펙이 좌우하는 사회에 돌팔매질을 하고 싶었다. 2013년 5월 27일 워커스(Workers가 아니라 Walkers다)를 설립했다. 뜻 맞는 동료들과 함께 다소 생소한 방법으로 인재양성에 도전했다. 워커스의 기본 정신은 ‘누구나 인재’다. 지원서에 학력, 학교, 스펙을 기입하지 못하게 했고,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만 기입하도록 했다. 어느 학교 나왔는지, 부모님이 무슨 일을 하는지, 영어 실력이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 대신 자신이 겪었던 도전과 실패의 경험치를 측정할 수 있는 인생 마일리지를 체크하도록 했다.

과거에는 낮은 학력과 스펙이 인생의 걸림돌이었지만, 미래로 가는 사회는 다르다. 지식보다 지혜가 존중되는 사회다. 낮은 학력과 스펙 때문에 좌절하고 실패했던 경험이 인생을 지혜롭게 할지도 모른다. 워커스는 생각을 단련시키는 곳이다. 지식보다 지혜가, 정답보다 해답이 요구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포기하지 않고 150일을 견딘다면 ‘세상에 없지만 세상이 필요한 무엇’을 창조해낼 수 있다. 19세부터 36세까지 20명이 선발됐고 18명이 포기하지 않았다.

워커스는 전통시장 안에 있다. 30평 남짓한 작은 학교다.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서울시 서대문구 망원동 망원시장 안에 있는 대박수산 3층에 있다. 왜 하필 전통시장이냐고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양평동의 버려진 공장터를 카페처럼 개조해볼까 꿈도 꾸었다. 그야말로 꿈이었다. 우리에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었다. 학원이 밀집한 강남역이나 홍대 입구도 고려해봤지만 즐겁지가 않았다. 반전을 꿈꾸었다. 교통이 편리하면서도 임차료가 저렴한 곳,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창의적인 공간으로 기억되는 곳.

전통시장은 낡은 곳, 오래된 곳, 낙후된 곳, 젊은이가 가지 않는 곳으로 인식돼 있다. 그것은 고정관념이다. 오히려 백화점, 쇼핑몰, 대형 슈퍼마켓이 박제된 장소다. 사람들로 북적이고 번잡하지만 사람 냄새는 맡을 수가 없다. 전통시장에 가면 사람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살아 있는 곳이다. 시끄럽고 정리가 안 된 곳처럼 보이지만 생동감이 넘치는 생활의 현장이고, 생활을 발견하는 곳이다. 오히려 청년들에게 전통시장은 새로운 세상이다. 박제된 가격과 바코드 대신에 이야기가 숨을 쉬는 곳이다. 만 가지 물건에 만 가지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곳이다. 청년들이 시장에서 지혜를 얻고, 시장이 청년들의 지혜를 얻는다면 이것이 바로 창조경제가 아닐까. 임차료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하다.

학벌과 스펙은 창조경제의 암이다

SM엔터테인먼트 한세민 대표(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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