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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안 하면 중간도 못 간다 ‘청문회 스타’처럼 뜨라

회의(會議)의 정치

  • 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말 안 하면 중간도 못 간다 ‘청문회 스타’처럼 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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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직에 몸담은 사람은 회의를 피해갈 수 없다. 사실 회의에서 많은 것이 결정된다. 자신이 성공의 길을 걷게 될 것인지도 포함해서 말이다. 그러나 상당수 사람은 아무 생각 없이 회의에 임한다.
말 안 하면 중간도 못 간다 ‘청문회 스타’처럼 뜨라
회의 때 혹시 졸진 않는가? 어떤 말을 하는가? 반응은 어떤가?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 신통치 않은 답변이 나온다면 회의 전략을 바꿔야 한다.

‘뭔 회의가 이렇게 많나’

많은 이는 회의(會議)에 회의(懷疑)한다. 2012년 8월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54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의 평균 회의 횟수는 일주일에 3.2회였다. 이틀에 한 번은 회의에 참석한다는 뜻이다. 이보다 더 많은 곳도 있을 것이다. ‘뭔 회의가 이렇게 많나’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회의에 대한 평가도 ‘역시나’였다. 직장인이 매긴 회의 효율성 점수는 5점 만점에 2.8점에 그쳤다. 거의 낙제 수준이다.

회의가 비효율적인 원인으로는 ‘결론은 없고 시간만 낭비하므로’(47%), ‘상사가 결국 모든 걸 결정하므로’(26.5%), ‘회의를 하지 않아도 될 일인데 회의를 하므로’( 14.6%), ‘의견을 내는 사람만 내므로’(7.3%)가 나왔다. 들어보면 공감이 가는 내용이고 한 번쯤 경험한 이야기다.

회의에 대한 회의론은 이미 팽배하다. 그 결과 회의를 줄이려는 노력이 관가에서, 대기업에서, 도처에서 진행 중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세계 도처에서 회의가 열린다. 모두가 ‘회의, 그거 안 해도 된다’고 외치는 상황에서 정말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싶다. 하지만 회의는 계속 열릴 것이다.

회의가 열리는 진짜 이유들

회의가 열릴 수밖에 없는 진짜 이유들이 있다. 첫째, 답이 보이지 않아서다. 대체로 감당하기 벅찬 일이 터졌을 때 회의부터 하고 본다. 상사가 스스로 해법을 찾았다면 굳이 직원을 모아 숙의할 필요가 없다. 답답하니까 회의를 하는 거다. 그런데도 모두 침묵한다면? 당연히 상사는 다른 차원의 회의론에 빠져든다. ‘이런 자들에게 계속 월급을 줘야 하는 걸까?’

둘째, 확신이 안 들어서다. 자기 나름의 답을 찾았다고 생각하지만 좀 더 확신이 필요할 때, 상사는 회의를 소집한다. 자기 구상을 말한 뒤 사람들의 생각을 들어본다. 실제로 원하는 건 자신에게 확신을 심어달라는 거다. 그런데 확신을 깎아내리는 발언만 난무한다면 좌절할 수밖에 없다. 의기소침, 심지어 삐친다. 이때도 상사는 회의에 빠진다. ‘정말, 세상에 믿을 X 하나 없네.’

심지어 삐친다

셋째, 총대를 메줄 누군가가 필요해서다. 이미 결론을 내렸고 단지 누군가 악역을 맡아줄 일만 남았을 때, 용의주도한 상사는 직원들을 찾는다. 직원들도 바보가 아니기에 섣불리 나서지 않는다. 모두 입을 닫는 순간 상사도 고개를 떨군다. ‘정말 아무도 없단 말인가.’

넷째, 단번에 상황을 전파하기 쉬워서다. 일일이 한 명씩 불러서 설명하기 번거로울 때 상관은 회의를 소집한다. ‘상사가 늘 결론을 내려서 불만’이라니, 상사의 처지에선 당치 않은 생각일 뿐이다. 이때 상사는 실소한다. ‘참새가 봉황의 뜻을 어찌 알까.’

실력과 충성도 평가

다섯째, 직원을 평가하기 위해서다. 상사는 연말에 문서로 하는 업무 평가보다 자신의 주관적 평가를 더 신뢰한다. 회의를 몇 번 해보면 직원들 간 우열은 물론 인간성까지 여실히 알 수 있다. 상사는 직원들을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단번에 해부한다. 들판의 토끼들은 높은 하늘 위에서 맴도는 독수리의 시선을 벗어나기 어렵다. 독수리는 어떤 토끼가 영민한지 어떤 토끼가 어수룩한지 꿸 수 있다. 상관은 이때 충성도도 평가한다. 사실, 실력보다 이것에 관심이 더 많다. 실력이 비슷한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고, 실력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충성도가 높은 직원을 선호한다. 회의는 충성도를 비교 평가할 수 있는 좋은 계기다.

회의에 대한 회의론은 투정에 불과하다. 혹은 ‘역공작’이다. “만날 회의만 하면 뭐해”라고 푸념을 늘어놓으면서도 정작 회의 때는 잽싸게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직원이 있다. ‘의견을 내는 사람만 내서’라는 불만을 제기하게 하는 주범이다. 어느 직장에나 이런 직원이 있는데 사람들은 흔히 이런 직원을 ‘잽싸새’라고 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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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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