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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치의 달인

인간관계 닦고 조이고 기름 치면 부자 된다

스킨십의 정치

  • 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인간관계 닦고 조이고 기름 치면 부자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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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킨십(skin-ship). 이성 간의 신체 접촉이 아니라 상대방이 내게 호감을 갖도록 정감 있게 대인관계를 풀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스킨십을 잘 하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의외로 쉽지 않다.
인간관계 닦고 조이고 기름 치면 부자 된다


내가 만나본 국회의원들은 대체로 스킨십이 좋은 편이었다. 그렇게 타고난 경우도 적지 않겠지만 불가피하게 자기계발을 한 경우도 많다. 유력정당의 공천을 받으려면, 선거에 출마해 표를 얻으려면, 상대로부터 호감을 얻어야 한다. 국회의원은 평균적으로 일반인에 비해 뛰어난 스킨십 역량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이들에게도 스킨십 강화는 언제나 숙제다. 이들은 4년마다 다가오는 총선거, 당내 지도부 선출 선거, 광역단체장 후보 경선, 대통령 후보 경선 등 선거 속에서 살고 스킨십은 선거의 당락을 결정한다.

일반인에게도 스킨십은 실로 중요하다. 당장 가장은 부인, 자녀와 많이 부대끼고 자주 대화해야 화목한 가정을 꾸릴 수 있다. 일시적이건 장기적이건 스킨십이 줄어들면 의사소통에 애로가 발생한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끊임없이 해야 한다. 잠시만 소홀히 해도 바로 이런저런 문제가 생긴다.

언제 밥 한번 먹자

직장에서는 더 그러하다. 동료, 상사, 부하직원, 외부 관계자와 지속적으로 접촉해야 일처리가 원활해진다. 대다수 직장인이 회식자리를 자주 만들려고 애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언제 밥 한번 먹자”는 말은 직장인의 거짓말 상위권에 등극한 지 오래다. 각별히 신경을 쓰지 않으면 잘 안 되는 것이 ‘언제 밥 한번 먹는 일’이기 때문이다.

보통의 직장인은 밥 먹는 일을 가볍게(?) 넘겨버린다. 하지만 스킨십을 잘하는 사람은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조직에서 남보다 빨리 승진하고 임원에 오르는 사람은 대체로 스킨십이 좋다. 당연한 결과다. 상하좌우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는데 승진이 안 될 이유가 없다.

스킨십은 군 수송대의 전설적 구호인 ‘닦고 조이고 기름 치자!’를 연상시킨다. 이 구호를 벽면에 크게 써 붙여 화제가 된 레스토랑도 있다고 하던데, 뭘 좀 아는 사장이라 하겠다. 인간관계를 닦고 조이고 기름 치면 직장에서 성공하거나 부자가 될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

용건 없이도 전화하라

수송대에서는 먼지를 늘 닦는다. 스킨십의 달인도 인간관계에 먼지가 쌓이지 않게 늘 닦는다. 휴대전화에 몇 명의 번호가 등록돼 있는가? 1000명? 5000명? 이 가운데 지난 1개월 동안 한 차례라도 통화한 사람이 몇 명인가? 먼저 전화를 건 사람은 몇 명이고,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몇 명인가?

별로 없다면 인간관계에 이미 먼지가 잔뜩 쌓였거나 쌓이는 중일 것이다. 특별한 용무 없이도 전화를 걸어야 하고 또 그런 전화가 걸려 와야 한다. 안부 전화도 좋고 같이 놀자는 전화면 더 좋다. 그런 전화가 오지 않는다고 한탄할 일도 아니다. 당신이 먼저 걸어야 한다.

아랫사람이라도 기꺼이 당신이 먼저 전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일 따위에 자존심을 내세우는 고매한 분이 적지 않은데, 후배에게 한 안부 전화는 선배에게 한 안부 전화보다 더 위력을 발휘한다. 술만 마시면 후배를 불러내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이런 걸 말하는 게 아니다. 업무 지시 전화를 말하는 것도 아니다. 맨 정신에 업무와 무관하게 요즘 잘 지내는지, 어떤 일로 바쁜지 관심을 표명해주는 걸 말한다. 물론 가끔은 같이 놀자고 제의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는 사람’이 많다고 스킨십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아는 사람은 그냥 아는 사람일 뿐이다. 스킨십의 달인은 양(量) 못지않게 질(質)에 공을 들인다. 아는 사람을 계속 늘려가는 동시에, 이미 아는 사람과의 관계도 꾸준히 관리한다. 이 일, 의외로 번거롭다. 휴대전화에 번호가 저장돼 있는 600명과 한 달에 한 번 통화하려면 매일 20명에게 전화해야 한다. 어찌 만만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한 번 두 번 통화 횟수가 쌓이는 사이에 가랑비에 옷 젖듯 관계는 질적으로 성장하기 마련이다.

수송대에서 먼지가 쌓이지 않게 잘 닦은 다음에 하는 일은 느슨해진 곳을 조이는 것이다. 자동차에서 핵심 부품 간 연결부위가 느슨해지면 안 되듯이,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직장인의 경우에 성공적 직장 생활을 지탱해주는 핵심적 연결고리는 언제나 단단하게 결박해두어야 한다. 물론 이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더 조이자

자동차에서 연결 부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외부 충격이다. 그러나 인간관계의 연결고리는 내부 충격에도 취약하다. 그와 나의 이해관계가 달라지는 데에도 영향을 받지만 감정 상태에도 영향을 받는다. 이런 내외부의 충격에도 견고한 결박 상태를 유지하는 일은 거의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다. 엉덩방아 몇 번 찧고 나면 익사하고 만다. 그러기 때문에 늘 섬세한 관리가 필요하다.

핵심 연결고리는 내 지위에 연동해 함께 변화한다. 부장 시절의 핵심 연결고리와 이사 승진 이후의 핵심적 연결고리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과거의 핵심 연결고리와 현재의 핵심 연결고리를 모두 잘 챙기는 것은 시간적 물리적으로 제약이 따른다. 그래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데, 기본적으로는 현재의 핵심 연결고리에 집중하는 전략을 쓰는 것이 불가피하다. 단, 꺼진 불도 다시 보자! 과거의 핵심 연결고리가 다시 중요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관리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위로 올라갈수록 새로운 핵심 연결고리를 모색하는 일도 중요해진다. 정치인의 경우 국회의원을 넘어 광역단체장이나 대통령에 도전하려고 할 때, 새로운 핵심 연결고리가 절실해지는데, 이때 집중적으로 하는 작업이 ‘영입’이다. 부장을 넘어서 이사가 되고자 한다면, 또는 이사를 넘어서 대표이사가 되고자 한다면, 나만의 ‘영입’을 이뤄내야 한다. 스킨십의 달인은 대체로 기존 인맥에서 영입한다. 인맥의 풀(pool)이 넉넉하기 때문이다. 이때는 ‘조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기존의 관계를 조금 더 돈독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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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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