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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선진화’에 대한 제언

규제 풀고, 시장 활짝 열어 물류·FTA·금융 허브 돼야

  • 주명건 │세종연구원 이사장

규제 풀고, 시장 활짝 열어 물류·FTA·금융 허브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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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세계의 중심 아시아, 아시아의 중심 한국
  • ● 항공, 뱃길 열어 ‘물류 허브’ 조성
  • ● 고강도 FTA로 경쟁력 있는 산업기반 구축
  • ● 경부운하와 내륙항 이용한 관광산업 진흥
  • ● 교육제도 혁신과 사회통합은 필수과제
규제 풀고, 시장 활짝 열어 물류·FTA·금융 허브 돼야

전남 광양시 광양항 컨테이너부두.

2000년 한반도 역사를 살펴보면, 주변 국가들의 정세에 따라 국운이 결정될 때가 많았다. 기원전 108년, 후한이 고조선을 멸망시킨 뒤 한반도는 대륙의 세력권에 들어갔고 13세기 몽골전쟁에선 12만 명이 사망했으며, 20만 명이 노예시장으로 끌려갔다. 16세기 임진왜란으로 전국이 초토화했고 17세기 병자호란 이후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60만 명이 노예로 끌려갔다. 청일전쟁(1894~1895년)에서 패배한 청나라가 조선에 대한 종주권을 포기한 이후 러일전쟁(1904~1905년)에서 승리한 일본은 열강의 묵인 아래 조선을 합병했다.

중심적 역할을 한 小國

우리나라는 제2차 세계대전 후 극적으로 일본으로부터 해방됐지만 1950년 북한의 기습적 남침으로 불과 한 달여 만에 낙동강까지 내몰렸다. 유엔군이 참전해 전세가 역전됐으나 중공군이 개입하면서 다시 분단 상태로 휴전했다. 전쟁 이후 한국은 해양세력에 편입돼 대외 지향적 경제발전을 추진한 끝에 제2차 세계대전 후 독립한 나라 중 유일하게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붕괴 직전의 북한이 기사회생하고 핵무기까지 개발한 후 한반도 정세는 그 어느 때보다 불안하다.

한국은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충돌하는 접점에 위치해, 이들의 중재 역할을 하지 못하면 전장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한국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지정학적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는 전략이 필요하다. 반경 3000km 이내에 인구 100만 명 이상인 도시가 167개이고 총 인구는 17억여 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러한 여건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주국방력을 갖추고 이 나라를 물류와 FTA 및 금융 허브로 만들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강대국들 사이에 끼인 소국이 중심적 역할을 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베니스는 피난민들이 갯벌 위에 건설한 도시로 지반이 계속 침하되는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외부의 침략을 막을 수 있게 됐고, 해군력을 집중적으로 길러 지중해의 패권국이 됐다. 또한 중계무역 기지가 됨으로써 16세기까지 유럽의 교역 중심 도시로 번영했다.

초대형 항만 건설로 물류 허브 거듭나야

독일과 프랑스 및 영국이 서로 차지하려 각축전을 벌인 네덜란드와 벨기에도 국토가 수없이 초토화했지만 강대국들의 갈등을 중재하며 유럽경제공동체(EEC) 창설을 주도했고 마침내 브뤼셀이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수도가 됐다. 로테르담은 라인 운하의 종점으로 유럽에서 수출입되는 모든 제품을 처리하며 유럽의 최대 무역항이 됐다.

베니스와 네덜란드 및 벨기에 사례에서 보듯이 지정학적 유·불리는 상대적이며, 소국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는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이 중국과 일본의 틈바구니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주국방력과 경제력을 길러서 이들의 갈등을 중재할 수 있어야만 한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첨단무기체계를 개발하고 항공우주산업을 수출전략산업으로 육성할 명분이 있다. 첨단무기는 비쌀 뿐만 아니라 기술 유출을 우려해 수출을 제한한다. 따라서 한국이 이것을 값싸게 공급할 수 있다면 이를 수출전략산업화하는 동시에 자주국방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항공우주산업 수출 규모는 34억 달러(2013년). 세계 규모(5500억 달러)에 비하면 미미하다. 그러나 한국이 처음부터 철강,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반도체산업 경쟁력을 가진 건 아니었다. 장기적으로 비교우위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정책적으로 육성한 결과다. 그러므로 항공우주산업 역시 잠재적으로 경쟁력 있는 분야만 선택해 집중 육성한다면 충분히 수출전략산업이 될 수 있다. 또한 항공우주산업은 단순한 산업영역을 넘어 국가 안위와 직결돼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물류와 FTA 및 금융 허브로서 한국을 아시아의 중심으로 만드는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인구나 경제 규모를 보면 아시아가 세계의 중심이고 아시아의 중심은 동북아다. 그런데 중국은 중화사상에 몰입돼 자기중심적이고, 일본은 화혼양재(和魂洋才·자신의 것을 혼으로, 서양 것을 도구로 삼는다는 일본 근대화 시기의 구호)의 전략 때문에 자기부정적이다. 반면 한국은 과거에도 중국문명을 내재화해 일본으로 전달했으며 오늘날은 서양문명을 흡수해 아시아로 확산시킨다. 따라서 인류문명이 급속히 통합되는 가운데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아시아의 중심이 될 수 있는 모든 여건을 갖추었고, 이렇게 되는 것이 곧 한국의 역사적 소명이며 생존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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