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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선진화’에 대한 제언

규제 풀고, 시장 활짝 열어 물류·FTA·금융 허브 돼야

  • 주명건 │세종연구원 이사장

규제 풀고, 시장 활짝 열어 물류·FTA·금융 허브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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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아시아의 중심이 되려면 물류허브로 거듭나야 한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북미경제권과 아시아경제권을 연결하는 대권항로(Great Circle) 상에 있기 때문에 지경학적으로 매우 유리하다. 더구나 컨테이너선박들이 초대형화하면서 거점항에만 기항하고 군소항에는 피더선으로 연결한다.

나아가서 북극해의 빙산이 축소되고 쇄빙선 기술이 발달하면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북극항로가 개척됐다. 이를 통해 부산에서 1만2700km 떨어진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14일 만에 오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는 수에즈운하를 경유하는 것보다 운항 시간과 비용을 30%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북극항로 초입에 위치한 한국이 아시아의 거점항이 되는 데 매우 유리하다.

그러나 한국은 경기만에 초대형 항만을 건설하지 못했다. 중국 제조업체의 절반 이상이 화중·화북지역에 위치해 인천항이 거점항으로 성장하기에 훨씬 유리함에도 부산항과 인천항이 경쟁할 것을 염려해 인천항 개발을 억제했다. 그 사이에 중국은 상하이, 닝보, 칭다오 및 톈진 항을 대폭 확장해 한국은 국가경쟁력을 상실하게 됐다.

인천항은 조수간만의 차가 8m에 이르고 수심이 얕아 초대형 컨테이너선박이 입출항하기에 어려움이 있으므로 덕적도에 심해항을 건설해야 했는데 정치적 이유로 묵살됐다. 반면 상하이는 본토에서 30km 떨어진 양산열도에 세계 최대 규모의 심해항을 건설해 퇴적토 문제를 해결하고 세계의 거점항이 됐다.

상하이에 밀린 부산항



양산항이 개항하면서 부산항은 거점항으로서의 기능이 위축됐다. 2002년만 하더라도 940만TEU(20피트 길이의 컨테이너를 기준으로 하는 적재용량 단위)의 부산은 3위 항만이었다. 당시 중국의 물동량이 급증했지만 자체 항만 인프라가 없어 부산을 거점항으로 삼았다. 그러나 이제 상하이(3360만TEU)가 1위가 된 반면 부산(1770만TEU)은 상대적으로 위축돼 5위로 밀려났다. 그뿐 아니라 닝보, 칭다오, 톈진 항의 성장 속도가 매우 빨라 조만간 부산을 초월할 것이다. 따라서 북미와 유럽 및 아시아를 잇는 물류 허브가 되기 위해서는 상하이보다 큰 5000만TEU 이상의 항만을 개발해야만 한다.

그리고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협정 체결 국가에서 생산·가공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항만과 배후산업단지 조성이 더욱 중요하다. 한국은 미국·EU와 FTA를 체결한 데다 한·중 FTA 체결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에 세계의 생산기지가 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을 갖추었다.

또한 세계적 분업화 현상으로 물동량이 증가함에 따라 원자재, 부품, 제조, 유통 등 전 과정을 포괄하는 글로벌 공급사슬관리(Supply Chain Management)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초대형 항만과 배후산업단지를 연계해 대형 해운사를 유치해야만 한국을 생산기지화하고 물류 허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대형 해운사뿐 아니라 Fedex(항공기수 643대), DHL(250대), UPS(234대) 등 대형 항공물류기업도 유치해야 한다. 이 기업들은 비용을 극소화하기 위해 상하이와 홍콩 및 싱가포르를 거점공항으로 한 허브 앤드 스포크(Hub and Spoke) 방식을 운영한다.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항공기단이 신속하게 이착륙할 수 있어야 한다.

항공 여객 처지에서도 대권항로상에 위치한 한국에 허브 공항이 위치하는 것이 가장 유리함에도 한국은 그동안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바람에 기회를 놓쳤다. 일본과 중국은 국제공항과 국내공항으로 이원화돼 환승이 불편하기 때문에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것이 경제적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국적항공사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항공자유화(open sky)를 늦췄다. 이 때문에 인천은 아시아의 환승 허브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만약 지금이라도 항공자유화를 실현해 환승 허브가 된다면 국가적으로 국적항공사를 보호해 얻은 이득의 수백 배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이 물류 허브가 되기 위해서는 경기만 일대에 초대형 항만과 공항을 건설해 대형 해운사와 항공물류기업을 유치하는 동시에 항만과 공항 연계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이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서 파격적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물류처리가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선거구 획정과 농산물시장 개방

한국은 미국, EU와 동시에 FTA를 체결한 유일한 국가다. 만약 한·중 FTA를 체결하면 세계에서 가장 큰 세 개의 경제축을 연결하는 FTA 허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농산물시장을 보호하는 조건으로 체결된 얕은 수준의 FTA는 아무런 실효가 없다. 한국의 농산물 가격은 국제시세의 두세 배에 달하기 때문에 94%의 비농업인구 생계비만 올리고, 농업 보호라는 명분하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므로 국가와 국민 모두 고통을 겪는다.

따라서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농산물시장을 개방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공정한 선거구 획정이 선행돼야 한다. 영국은 1832년부터 수차례 정치개혁을 통해서 과다 반영됐던 지주들의 정치권력을 인구가 급증한 도시상공인에게 이전했다. 그 결과 1846년 곡물법을 폐지해 식량가격이 저렴해졌으며, 안정된 물가와 임금 수준을 기반으로 제조업을 육성해 대영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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