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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열 변호사의 법률세상

다윗의 혁신 막는 골리앗의 법률

  • 김승열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KAIST 겸직교수

다윗의 혁신 막는 골리앗의 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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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 시대는 새로운 형태의 상거래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티몬’같은 소셜 커머스, 앱을 이용한 차량호출서비스, 온라인 로펌이 대표적이다. 이런 신종 거래방식은 아날로그 시대의 거래방식을 한순간에 무너뜨린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디지털 법률 환경은 여전히 후진적이다. 이미 여러 나라에서 도입한 인터넷은행도 없고, 온라인 쇼핑몰에 금융업을 허가해 엄청난 성과를 내는 중국과도 비교된다. 다윗의 혁신이 골리앗의 법률을 넘어서는 시대, 창조경제를 설파하는 인터넷 강국의 위상이 위태롭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시대는 상거래 시장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아날로그 시대를 지배했던 거래 방식이나 질서가 한순간에 무용지물이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티몬’이나 ‘위메프’ 같은 소셜커머스는 대표적 사례다.

소셜커머스는 쉽게 말하면, 이마트나 홈플러스 같은 대형 할인매장을 온라인에 만든 것이라 할 수 있다. 대규모 할인 구매를 통해 가격을 낮추는 방식의 할인매장의 사업 형태를 인터넷에 적용한 것이다. 공간·인력·설비 등 비용 부담이 적어 그만큼 가격이 낮아지는 측면도 크다. 소셜커머스는 아웃소싱이나 오픈 이노베이션을 적극 활용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는 ‘앱을 이용한 차량 호출 서비스’도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상거래 방식이다. 이 앱을 이용하면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등록 차량이 확인되고, 목적지를 설정하면 요금까지 알려준다. 결제가 끝나면 차량이 도착해 목적지까지 태워준다. 가격도 그때그때 다르다. 차량에 대한 수요가 많으면 컴퓨터 자동시스템에 의해 높은 가격이 형성돼 수요와 공급이 조정된다. 수요가 감소하면 가격이 낮아져 새로운 수요를 만든다.

이 서비스에 가입하면 거대 택시회사에 소속돼 있지 않은 차량운송사업자도 소비자와 손쉽게 접촉할 수 있다. 거대 택시회사에 소속된 것과 같은 안정적 매출도 보장된다.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맞춤형 택시 서비스인 셈이다. 당연히 오프라인 택시업계나 감독 당국은 반발한다. 현행법상 자가용 영업행위는 위법임에도 이 앱을 통해 자가용이 불법 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한다. 몇몇 나라에서는 관련 소송이 줄을 잇는다.

이런 반발에 대응해 국내의 한 인터넷 업체는 택시업자만을 회원으로 하는 차량 호출 서비스를 만들기도 했다. 기존 법률을 뛰어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 것. 간단한 형태의 앱 하나가 오랜 역사를 지닌 택시 시장을 붕괴시키는 것이다.

경직성이 강한 법률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분다. 거대 로펌에 대응하는 인터넷 로펌이 대두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변호사들이 인터넷망을 중심으로 유연한 형태의 조직망을 형성해 새로운 법률 시장을 창출하는 모델도 조만간 현실화할전망이다. 프로젝트별로 변호사들이 온라인상에서 협업하는 오픈 이노베이션도 가시화할 분위기다. 많은 전문가는 머지 않은 장래에 법률 시장도 온라인 로펌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윗의 혁신 막는 골리앗의 법률
온라인 택시, 온라인 로펌

기술혁신이 만들어낸 이러한 인터넷 기반의 신규사업은 그동안 여러 차례 기존 법질서와 부딪쳤고 기존 법질서를 흔들었다. 그중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것이 미국의 인터넷 TV업체인 ‘에어리오’가 지상파 방송사들과 벌인 소송이다. 국내 소비자에게는 다소 낯선 기업인 에어리오는 안테나를 통해 수신한 지상파 방송을 녹화해 회원들에게 수수료를 받아 인터넷을 통해 전송해주는 사업을 하는 미국의 방송 회사다. 안테나를 통해 방송을 수신해 사용하다보니 지상파에 별도의 저작권료를 지급하지 않았다. 지상파에 수수료를 내고 프로그램을 받아 전송해온 케이블TV보다 가격경쟁력이 높아 소비자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에어리오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자 수년 전 미국의 지상파 방송사들은 “에어리오의 사업은 지상파 프로그램의 재전송에 해당되기 때문에 저작권자인 지상파에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대규모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에서는 에어리오가 승소했다. 그러나 미연방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판사 9명 중 6명이 “에어리오가 지상파 프로그램을 재전송해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지상파 방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나머지 판사들은 “에어리오의 사업은 비난의 대상은 될 수 있지만, 현행법상 이를 규제하는 규정은 없기 때문에 이를 위법하다고 판단할 수 없다”고 사실상 판단을 유보했다.

비록 에어리오의 패소로 끝난 소송이지만, 이 소송은 여러 가지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단 거대 기업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방송 사업이 단순한 컴퓨터 시스템만으로 가능다는 것을 보여준 점이 눈에 띈다. 디지털시대에서는 누구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만으로 거대한 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도 에어리오의 성과로 평가받는다. 소년에 불과한 다윗이 무장한 거대 장수 골리앗을 이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물론 에어리오 같은 새로운 형태의 사업모델이 사회 통념과 법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고민과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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