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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성매매특별법 10년…어둠의 거래는 계속된다

“오빠, 빨리 ‘연애’ 안 해? 예약 잔뜩 밀렸는데…”

3人3色 성매매 여성 밀착취재

  • 특별취재팀

“오빠, 빨리 ‘연애’ 안 해? 예약 잔뜩 밀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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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대 출장마사지 여대생 “몸 비비면서 ‘시간 연장’ 어때?”
  • ● 30대 집창촌 여성 “홍등(紅燈) 꺼질 때까지 계속할 것”
  • ● 40대 전화방 주부 “즐기면서 돈 벌고 싶어요”
“오빠, 빨리 ‘연애’ 안 해? 예약 잔뜩 밀렸는데…”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 포화에 이지러진 도룬시(市)의 가을 하늘을 생각게 한다.’

1940년 7월 발표한 김광균(1914~1993)의 시 ‘추일서정(秋日抒情)’ 도입부다. 1939년 독일의 폴란드 침공에 따른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이라는 역사적 비극에 일제강점기 치하에서 억압받던 우리 민족의 현실이 오버랩되는 가운데, 정처 없이 떠도는 낙엽은 문명의 황량함에 대한 묘사의 극치(極致)를 보여준다.

그런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 같은 부질없는 종이 쪼가리들이 대한민국에도 흩날린다, 전국 방방곡곡에. 각종 불법·퇴폐업소 전단지다. 때 이르게 시들어버린 낙엽처럼 포도(鋪道)에 한가득 내려앉고 주택가 주차 차량 앞유리에도 지천으로 꽂힌다. 그것도 스산한 바람 몰아치는 만추(晩秋) 아닌 한여름에.

‘지폐’엔 ‘위인(偉人)’ 대신 화끈하게 몸을 드러낸 반라(半裸)의 ‘여인’ 사진들이 떡하니 자리를 차지했다. 자극적인 유혹성 문구에 저마다 배시시 웃는 표정. 유쾌할 일 흔치 않은 세상에 이 ‘영혼 없는 미소’는 왠지 모를 서글픔을 한층 더한다.

잘못 꿰인 단추

단언컨대, 대한민국은 ‘성매매 공화국’이다. 부정할 이, 있을까. 성(性)을 열망하는 건 인간 본성 중 하나. 한데 그 정도가 과하면 자신과 가족, 주변인, 그들을 둘러싼 환경마저 그르친다. 줄줄이 늘어선 옷 단추들을 잘못 꿰었을 때의 낭패감과도 비슷하달까. 그것은 곧 질서의 흐트러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옷에만 단추가 있을까. 사회 곳곳에도 잘못 꿰인 단추는 적지 않다. 2004년 9월 23일 성매매 근절이라는 태생적 당위성을 지니고 전격 발효된 ‘성매매특별법(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이하 특별법)’은 왜 아직껏 ‘전범(典範)’이 되지 못한 채 잘못 꿰인 단추처럼 제자리를 찾지 못할까.

‘신동아’ 취재팀은 특별법 시행 10년을 맞아 성매매 문제와 관련한 우리 사회의 민낯과 속살을 들여다보기 위해 7월 31일부터 여드레간 현장 실태 취재에 나섰다. 비록 특별법 시행 이후의 사회 이면을 속속들이 보여주진 못하더라도, 법 집행 사각지대에서 시시각각 목격되는 편린들을 주워 담는 작업을 통해 이젠 둘째, 셋째 단추까지 잘못 꿰어가는 우리에게 자성(自省)이 되지 않을까 해서다.

취재팀의 발품은 어쩌면 당신이 이미 겪은 경험이거나 추체험(追體驗·다른 사람의 체험을 자기 체험처럼 느끼거나 이전 체험을 다시 겪는 것처럼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 사실 우리는 대개 비슷한 삶을 살아가지 않던가.

# 풍경 하나

8월 1일 15:00

서울 서대문구 모텔

“오빠, 빨리 ‘연애’ 안 해? 예약 잔뜩 밀렸는데…”

무수히 뿌려지는 불법·퇴폐업소 전단지.

출장마사지 여성과 접촉하기 위해 야릇한 문구가 담긴 홍보 명함을 애써 주워들 필요는 없었다. 세계 으뜸의 정보기술(IT) 강국에선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 하나면 족하다. 7월 31일부터 이틀 동안 출장마사지 관련 정보를 사전에 인터넷으로 집중 검색했다.

몇몇 업소를 알아봤지만, 서비스 내용은 어슷비슷했다. 이를테면, ‘A코스(60분) 15만 원, B코스(90분) 20만 원, C코스(120분), 35만 원’ 하는 식이다. 하지만 상당수 출장마사지 업소는 새벽 늦게까지 영업한 뒤 다음 날 저녁부터 영업을 재개하기 때문에 이른 오후 시간엔 좀처럼 전화를 받지 않는다.

대실(貸室)료를 지불하고 서울 서대문구 한 모텔에 방을 잡은 뒤 24시간 영업한다는 모 업소에 전화를 걸었다. ‘○○출장안마.’ 상호는 있지만, 소재지는 알 길 없다. 업소 모바일 홈페이지의 ‘마사지 코스 안내’ 코너엔 A코스(50분) 15만 원, B코스(90분) 20만 원, C코스(150분) 35만 원이라고 소개돼 있다.

연락처라곤 문자메시지 상담 코너와 휴대전화 번호 한 개뿐. 서너 번 신호음이 울리더니 여성이 전화를 받는다. 목소리로는 30대 초반? 통상 ‘실장’이라 불리는 업소 관계자일 터다. 친절한 어조로 응대하며 ‘고객’의 질문에 답한다.

“A코스는 뭐고, B, C코스의 차이는 뭐죠?”

“A는 ‘대딸’(여성이 대신해주는 남성의 자위행위) 포함, B는 ‘원 샷’(성관계 한 번), C는 ‘투 샷’(성관계 두 번)이에요. B코스를 많이들 찾으세요.”

B코스로 선택했다. “20대 예쁜이로 보내달라”는 말을 덧붙이자 “스물일곱 살 ‘아가씨’가 갈 테니, 간단히 샤워하고 20~30분만 기다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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