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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중계 | ‘생명을 살리는 안전사회포럼’

욕망의 사회에서 살림의 사회로 비정규직 줄이고 직업윤리 회복

세월호 이후 한국사회의 행로

  • 정리=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욕망의 사회에서 살림의 사회로 비정규직 줄이고 직업윤리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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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참사는 신뢰를 앗아갔다. 이웃이 저마다 제 역할을 충실하게 할 것이고, 국가는 나와 내 가족의 안전을 굳건하게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참사 이후 깊은 충격과 슬픔에 빠졌던 사회 구성원들은 이제 슬픔을 딛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한다.
  • 강지원 변호사, 김재옥 소비자시민모임 회장, 최열 환경재단 대표 등 시민 99인이 모여 지난 6월 발족한 ‘생명을 살리는 안전사회포럼’은 7월 29일 국회에서 1차 월례회의를 열고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 사회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았다. 이날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국가와 개인이 이중 혁신을 꾀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국가위기관리학회장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직업철학의 관점에서 문제의 원인과 해결 방법을 찾았다.
욕망의 사회에서 살림의 사회로 비정규직 줄이고 직업윤리 회복
■ 국가와 개인의 이중 혁신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세월호 참사의 원인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제시됐다. 침몰이 청해진해운의 잘못이라면, 참사는 정부의 잘못이라는 지적에 공감한다. 특히 침몰 직후 제대로 구조활동을 펼치지 못한 해경을 포함한 정부의 대처는 참사의 일차적 원인이라 볼 수 있다.

세월호 참사에는 여러 요인이 중첩돼있다. 프랑스 역사학자 페르낭 브로델은 역사적 시간을 ‘사건사적 시간’과 ‘국면사적 시간’‘구조사적 시간’으로 나눈 바 있다. 세월호 참사에도 이 시간이 공존한다. 사건사적 시간에는 사전 예방을 못한 청해진해운, 초동 대처에 더없이 미숙했던 해경 등이 포함되지만, 국면사적 시간에서는 규제 완화, 비정규직 증대 등 경제·사회구조를 신자유주의로 재편해온 ‘97년 체제’가 문제 될 수 있다. 나아가 구조사적 시간에서 보면 성장지상주의에 매진한 결과로 나타난 ‘이중적 위험사회’를 주목해야 한다.

이중적 위험사회

물론 모든 문제의 원인을 신자유주의에 귀속시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다만 신자유주의의 확산이 세월호 참사의 배경적 요인 중 하나였던 것은 분명하다. 세월호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세월호 선박직 직원 15명 중 9명이 비정규직이었고 선장도 1년 계약으로 고용돼 있었다. 승객을 구조하지 않은 세월호 선장과 선박직 승무원이 법적·도덕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들의 비도덕적 책임 윤리가 비정규직이라는 고용 상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고용이 안정돼 있고 임금 수준이 높다고 해서 선박직 승무원들이 승객의 안전을 언제나 우선시하는 것은 아닐지 모른다. 다만 안전을 담당해야 할 사람들의 불안한 고용 상태는 승객의 안전보다 자신의 생명을 우선시하는 행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 당시 국토해양부가 선박의 운항 수명을 20년에서 30년으로 완화한 것을 이번 사고 원인으로 꼽는다. 규제 완화를 모두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지만, 규제 완화의 목표가 안전을 도외시한 이윤 추구에만 있다면 그런 규제 완화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내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신자유주의의 그늘이다. 97년 체제로 대표되는 우리 사회의 신자유주의는 ‘경쟁을 위한, 경쟁에 의한, 경쟁의 체제’다. 무한경쟁, 적자생존, 약육강식의 이 체제는 미국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이 말한 ‘인간성의 부식’, 즉 책임 윤리의 실종을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의 구조적 원인으로는 정부의 재난 대처 시스템을 지적할 수 있다. 그간 압축적 발전 과정에서 대형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문제는 대형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고 사후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 범(汎)정부 차원에서 만든 재난 대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 원인은 관료주의 탓에 매뉴얼이 사문화되고 현장성을 고려하지 않았으며, 시스템 자체가 전문성이 부족하고 부처 간 조정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안전은 정권적 과제가 아닌 국가적 과제이지만, 안전에 대한 빈번한 조직 개편으로 지속가능한 재난 대처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했다.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위험사회(risk society)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위험이 사회의 중심적 현상이 되는 사회로, 그 특징은 측정 가능한 위험과 측정 불가능한 불확실성 간의 경계, 객관적 위험 분석과 사회적 위험 인식 간의 경계가 불분명해진다는 데 있다.

그의 논리를 우리 사회에 적용하면, 한국 사회는 압축적 발전 초기부터 위험사회였다. 산업화한 국가를 추격하기 위해 성장에 모든 것을 걸었고 성장지상주의에 따라 정치적 민주주의, 사회적 안전, 문화적 신뢰 등 가치를 소홀하게 여겼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이런 ‘오래된 위험’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벡이 말하는 현대성이 가져온 결과로서의 위험, 즉 생태 위기 등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위험’이 공존한다. 즉 오래된 위험과 새로운 위험이 존재하는 ‘이중적 위험사회’가 우리 사회의 현주소인 것이다.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목격된 것은 국가라는 제도의 침몰과 책임의식이라는 윤리의 침몰이다. 제도와 윤리라는 이중의 침몰이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이런 침몰은 우리가 일궈온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과를 무색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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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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