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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발범’도 ‘확신범’도 비용·편익 계산부터

이혼의 정치학 <1부> 결심

  • 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우발범’도 ‘확신범’도 비용·편익 계산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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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번쯤 이혼을 고민하지 않은 기혼자는 드물다. 많은 사람이 홧김에 이혼하자고 말한 뒤 거둬들인다. 상당수는 실행에 옮긴다. 결혼과 마찬가지로, 이혼은 일생일대의 정치적 선택이다. 우선 이혼을 해야 하는지, 하지 말아야 하는지 결정하는 게 중요하고 다음으론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중요하다. 이혼의 정치학을 1부 결심, 2부 실행으로 나눠 살펴본다.
한해에 10만 쌍의 부부가 이혼한다. 4월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이혼 건수는 11만5300건이다. 청년층의 결혼 건수가 줄어드는 점을 고려하면 이혼 건수도 동반 하락세를 보여야 한다. 그런데 굳건히 버티는 이유는 뭘까. 황혼이혼이 증가한 때문이다.

남자 60대 이상의 이혼 건수는 1982년 500건에 불과했다. 그런데 2013년엔 9700건으로 치솟았다. 결혼 20년차 이상 부부의 이혼이 전체 이혼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8.1%로 1위다. 결혼 30년차 이상 이혼도 10년 전에 비해 1.8배 늘었다. 그 결과 이혼 부부의 평균 혼인 지속 기간은 14.1년이다. 이혼 사유는 성격 차이(47.3%), 경제 문제(12.8%), 배우자 부정(7.6%), 가족 불화(6.5%), 정신적·육체적 학대(4.2%) 순.

새 사람을 만나고 싶다

중년이나 노년의 이혼이 늘어나는 것은 이혼에서도 우발범이 아니라 확신범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혼이 늘자 사법부도 감당이 안 돼 이혼숙려제도까지 도입했다. 충분히 생각해보고 결정하라는 뜻이다. 그래도 이혼 추세를 막지 못한다.

중장년의 이혼엔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공존한다. 긍정적 측면으론 첫째,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에 부담이 없다. 더 이상 애정이 샘솟지 않을뿐더러 단점만 보이는 밉상 배우자와 얼굴 붉히며 사느니 차라리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불륜은 싫다. 그래서 이혼부터 하겠다! 납득이 간다.

자유는 천부인권

둘째, 더 이상 다툴 이유가 없다. 애정이 식으면서 다툴 일은 늘어나는 것이 결혼생활이다. 자녀 문제, 생활비 문제, 성격 차이, 습관 차이. 다툴 일은 널려 있다. 이런 모든 다툴 일로부터 자유롭고 싶어서 이혼하겠다. 이 또한 납득이 간다. 자유는 천부인권 아니던가!

셋째,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할 수 있다. 배우자는 의지가 되지만 부담이 되기도 한다. 아니, 많이 부담스럽다. 행동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외식할 때 메뉴를 정하는 일도, 여행할 때 갈 곳을 고르는 일도 일방적으로 정할 수 없다. 나도 그렇고 상대방도 그렇다. 그 결과 배려와 양보조차 스트레스가 되곤 한다.

그러나 중장년 이혼엔 부정적 측면도 적지 않다.

첫째, 외로워질 수 있다. 이혼 후에 곧바로 새로운 이성을 사귄다면 문제가 없다. 친구가 많거나 새 친구를 쉽게 사귀는 성격이라면 이 또한 문제가 없다. 그러나 혼자 사는 기간이 길어지는 가운데 새로운 이성도 사귀지 않고 친구와도 자주 어울리지 않는 편이라면 반드시 외로워진다. 특히 몸이 아플 때 돌봐줄 사람이 없다.

나사가 자꾸 풀린다

둘째, 생활이 방만해질 수 있다. 혼자 살면 편하다. 의식해야 할 대상이 없기 때문에 더 편한 걸 추구한다. 입는 것도 대충, 먹는 것도 대략. 이런 생활이 하루 이틀 쌓여가면서 ‘나사’가 점차 풀린다. 자기 통제 또는 자기 관리가 웬만큼 뛰어난 사람이 아니면 혼자 살면서 철두철미하기가 어렵다. 그나마 여성이 남성에 비해 나은 편이지만, 그래도 근본적인 생활 기조에 큰 차이가 없다.

셋째, 수입이 끊겼을 때 방법이 없다. 내가 실직을 해서 벌지 못할 때 배우자라도 나가서 벌면 생활이 가능하다. 맞벌이라면 더욱 든든하다. 혼자 살다가 일자리를 잃으면 살길이 정말 막막해진다. 처음엔 저축해놓은 돈으로 버티겠지만 마지막에는 정부에 실업급여와 생활보호를 요청할 수밖에 없다. 다시 일자리를 찾기 전까지 참담한 상황이 나아지길 기대하기 어렵다. 영영 일자리를 못 찾으면 곧바로 극빈자다. 벌집에서 생을 마쳐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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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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