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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치킨공화국’의 사회경제학

4만 치킨점 4000만 ‘치믈리에’ 입맛 따라 4조 시장 대혈투

뜨겁다! 대한민국 치킨전쟁

  • 최호열 기자 | honeypapa@donga.com

4만 치킨점 4000만 ‘치믈리에’ 입맛 따라 4조 시장 대혈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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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 치킨점 4000만 ‘치믈리에’ 입맛 따라 4조 시장 대혈투

치킨은 가족, 친구, 직장 동료들과 어울릴 때 최고의 메뉴로 손꼽힌다.

우리는 언제부터 왜 닭을 튀겨 먹게 되었을까. 정설은 없다. 주한미군이 추수감사절 때 칠면조 대신 닭을 튀겨 먹었는데 그게 퍼져나갔다는 설이 그럴듯하게 들린다. 일부에선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는 귀한 음식이던 닭강정에서 기원을 찾기도 한다.

기원이야 어떻든 통닭이 보편화한 데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추진한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1962~1966)의 덕이 컸다. 닭 생산량이 이전보다 13배나 증가했다. 그러다 1971년에 해표식용유가 출시됐다. 닭과 기름이 풍성해지면서 닭튀김이 가능해졌다.

50대 이상 중엔 지금도 튀긴 통닭(프라이드치킨)을 ‘켄터키치킨’으로 부르는 이가 많다. 켄터키프라이드치킨(KFC)을 지칭하는 것인데, KFC가 공식적으로 한국에 들어온 것은 1984년이지만 그 이전부터 프라이드치킨을 켄터키치킨으로 불렀다. 그 시절 동네마다 켄터키치킨센터라는 이름의 프라이드치킨 가게들이 있었다. KFC 치킨은 튀김옷이 두툼하고 튀김가루의 컬(curl·튀길 때 생기는 물결 모양)이 살아 있는 크리스피치킨이지만, 당시 켄터키치킨센터에서 파는 프라이드치킨은 시장 통닭 수준이었다.

한국 프라이드치킨 체인점의 원조는 1977년 명동 신세계백화점 지하에 입점한 림스치킨이다. KFC 치킨과 달리 튀김옷이 얇은 엠보치킨이었는데 마늘, 생강, 인삼을 넣은 독특한 파우더 맛으로 인기를 끌었다. 뒤에 생겨난 보드람치킨, 치킨뱅이, 둘둘치킨도 엠보치킨 스타일이다.

1984년 한국에 진출한 KFC는 치킨 역사의 새 장을 열었다. 부담스러운 가격 때문에 더 맛있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그 무렵 대학로 KFC매장은 대학생은 물론 고교생들의 미팅 장소로 유명했다. 치킨을 먹으며 미팅을 하곤 했는데, 여학생들의 고운 입술에 튀김 기름이 묻어 더욱 반짝였으니 어느 남학생이 마른침을 삼키지 않았겠는가.



매운맛으로 달랜 고통

치킨의 시작은 술안주였다. 소주와 삼겹살, 막걸리와 파전처럼 맥주와 최고의 파트너였다. 왜 치킨에 맥주였을까. 치킨의 느끼함을 보완하는 데는 맥주, 콜라 같은 탄산음료가 최고였다는 설과, 1960년대 고급 음식이던 전기구이 통닭과 비싼 술이던 맥주를 함께 먹는 게 당시 샐러리맨들의 소박한 사치로 유행했다는 설이 있다. 어쨌든 치킨의 진화가 거기서 멈췄다면 오늘날의 치킨공화국으로 치닫지는 않았을 것이다.

양념치킨의 등장과 배달 서비스는 치킨계의 혁명이었다. 대구 지역에서 시작한 맥시칸치킨, 페리카나양념치킨, 처갓집양념통닭이 양념치킨이라는 새로운 메뉴를 내놓으면서 배달 서비스 개념을 도입했다. 양념치킨은 어린이들에게 최고 간식으로 각광받으며 전국적으로 열풍을 일으켰다. 스모프양념치킨, 바니양념치킨 등 수많은 양념치킨 브랜드가 잇따라 생겨났다.

1980년대 중반 페리카나양념치킨이 CF로 대박을 터뜨리며 선두주자로 부상했다. 30~40대라면 지금도 개그맨 최양락이 부르던 CM송을 기억할 것이다. ‘양념 반, 프라이드 반’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양념치킨은 단기간에 치킨 시장을 양분했다.

1995년 론칭한 BBQ는 처음부터 배달 전문을 콘셉트로 삼았다. 또한 일반 프라이드치킨이 아니라 KFC에서 파는 것과 같은 고급스러운 크리스피치킨을 집에서 싸고 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웠다.

1997년 말 불어닥친 외환위기는 국가와 국민에게 큰 고통이었지만 치킨업계에는 오히려 큰 기회가 됐다. 직장에서 밀려난 40~50대 가장들이 비교적 적은 밑천으로 창업할 수 있는 게 치킨점이었다. 특히 8평 남짓한 작은 매장으로 창업이 가능했던 BBQ는 론칭 4년 만에 1000호점을 돌파하며 1등 브랜드로 올라섰다. 동네마다 우후죽순 들어선 치킨점은 치킨 소비를 늘리는 데 기여했다. BBQ는 치킨 광고모델로는 처음으로 아이돌 가수 핑클을 내세워 화제를 모았다. 치킨 모델의 주력이 개그맨에서 아이돌그룹으로 바뀐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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