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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통신

초등생 제자가 물었다 “선생님 시급은 얼마예요?”

고려대생 12명이 몸으로 쓴 ‘알바 일기’

초등생 제자가 물었다 “선생님 시급은 얼마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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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부남 상사의 성희롱

“다혜 씨, 남자친구 있어요? 난 어떨 것 같아요?” “나는 안 궁금해요? 나한테도 관심 좀 가져봐요….”

모 공기업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며 받은 메시지다. 내 직속상사는 일을 시작한 이튿날부터 메신저로 업무와는 별 상관없는 이런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남자친구가 있는지, 언제 헤어졌는지 물어보았고 자신에게 여자친구가 없다는 걸 강조했다.

아르바이트 기간이 끝날 때가 되자 그는 고백했다. 자신이 실은 유부남이라고. 막역한 지인이 건너건너 소개해준 자리였기에 침묵하며 참았다. 지인의 체면을 지켜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마지막 안녕을 고하는 그의 메시지에 실소가 터졌다. “다혜 씨는 남자친구 꼭 사귀도록 해요.” 업무가 끝나기 10분 전 답장했다. “남이사.”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센 복수였다. 잠시 후면 다신 볼일이 없는 자유인이 되기에 그렇게 한 것이다. 공기업에서도 성희롱을 당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불쾌감을 느꼈으면 내 의사를 분명히 알리고 사과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종종 실천하기 힘든 탁상공론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김다혜 사회학과 4학년

◆ 드라마 번역은 ‘꿀 알바’?

흔히 요즘 대학생들이 ‘꿀 알바’라고 하는 아르바이트가 있다. 과제나 시험은 적되 학점은 잘 나오는 이른바 ‘꿀 강의’처럼, 꿀 알바는 들이는 시간·노동 대비 수익이 큰 아르바이트를 의미한다. 대표적인 꿀 알바로는 과외가 있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터무니없이 많아졌다. 나같이 연줄 없는 평범한 대학생은 과외 하던 친구가 불가피하게 자신의 ‘과외돌이’나 ‘과외순이’를 넘겨주기 전에는 손가락만 빨아야 한다.

그런데 최근 나는 지인의 소개로 색다른 꿀 알바를 했다. TV 일일드라마 대본을 영어로 번역하는 일이었는데, 사실 일의 내용은 아무래도 좋았다. 한 편에 10만 원이라는 짭짤한 보수에 홀딱 넘어갔기 때문이다. 실력 검증을 위해 수차례 회사에 불려가야 했지만 그마저 기꺼울 따름이었다.

다행히 시험에 통과해 시작하게 된 내 업무는 예상대로 매우 간단했다. 그리고 물론,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지만, 보람은 별로 없었다. 무의미하게 타자를 쳐내려간 그 수많은 시간이 내게 남긴 것은 조금의 목돈과 뻐근한 목, 드라마의 줄거리에 대한 해박한 지식뿐이었다.

이것이 과연 그 달디달다는 꿀 알바일까. 아무도 무엇이 남는지에 대해 질문하지 않는다. 마치 한없이 물질적이고 일회적으로 변한 우리의 대학생활을 보여주는 것 같다.

윤해연 영어영문학과 3학년

초등생 제자가 물었다 “선생님 시급은 얼마예요?”

서울시내 한 커피전문점.

◆ 근로계약서 안 썼더니…

아르바이트도 하나의 직업이므로 이에 걸맞은 근로계약서가 있어야 한다. 법적으론 점주가 계약서 작성을 거부하면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알바천국의 통계에 따르면 상당수 업주가 계약서를 쓰지 않는다. 이럴 경우 알바생은 부당한 대우에 제대로 대처하기 힘들다.

지난해 여름 석 달간 나는 한 커피전문점에서 일했다. 사장은 나를 고용하면서 근로계약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고 나도 말하지 못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내게 돌아왔다. 법정 근로시간을 넘겨 일하기 일쑤였다. 추가근무에 해당하는 수당도 물론 받지 못했다.

속으로만 사장을 원망했으나 지금 생각해보니 내 권리를 내세우지 못한 내 탓도 있는 것 같다. 알바생이 약자라고 해도 자신의 중요한 권리와 관련해선 고용주에게 할 말을 해야 한다고 본다.

심재희 미디어문예창작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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